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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충북 음성에 위치한 꽃동네 희망의 집으로 2박 3일 간 봉사 활동을 다녀왔다. 희망의 집에서 생활하고 있는 분들은 심신 장애인으로서 정신적 결함으로 인해 일반적인 생활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분들이셨다. 봉사를 하기 위해 처음 희망의 집에 방문했을 때 나는 편견 어린 두려움에 젖어 있었다. 이런 봉사를 해본 적도, 이런 장애인 분들을 많이 만나본 적도 없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이런 나의 마음에 자그마한 변화를 준 것은 같이 봉사를 간 친구의 행동이었다. 바닥에 앉아 계시는 한 여자 분의 손을 붙잡고 그 앞에 같이 앉아서는 ‘언니, 일어나서 같이 산책 나가요’ 라고 말을 거는. 그 순간 느껴진 것이 하나 있다면, ‘아, 내가 여기서 할 일은 그저 그들과 눈을 맞추고 마음을 나누며 진정 함께 하는 것이구나’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의 눈으로 바라본 순복이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 분의 눈망울은, 다른 말로 수식해보려 한다는 것이 부끄러울 정도로 맑고 순수했다. 나는 그녀의 그 갈색 눈동자를 사랑할 수 밖에 없었다. 그 눈을 사랑하게 되니 그녀의 짧은 머리칼이 사랑스러웠고, 귀엽게 입은 줄무늬 티가 사랑스러웠고, 나를 어디론가 이끄는 그녀의 수줍은 손길 마저 사랑스러웠다. 누군가가 이렇게 티 하나 없는 깨끗한 마음으로 나에게 다가와준 것이 얼마만인가. 그 하루, 나는 온전히 그녀에게 반해 같이 빨래도 개고, 글씨 연습도 하고, 산책도 하고, 밥도 먹었다. 동정심을 가지고 봉사하는 마음이 아니라, 사랑하는 마음으로 누군가를 위해 온전히 바치는 그 시간은 정말로 마음 따뜻해지는 순간이었다.
날씨가 더 추워지고 겨울이 오면, 번화가 거리에서는 구세군이 열리고 크리스마스 씰도 판매한다. 이 글을 읽고 있을 당신이, 내가 희망의 집에서 만났던 사람들 같은 분들을 위해 자그마한 도움을 주기를 바란다. 내가 보았던 그 맑은 갈색 눈동자를 떠올리길 바란다. 추운 날 마음 끝까지 따뜻해지는 설레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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