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아들이 아버지에 간 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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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아들이 아버지에 간 이식
  • 박정호
  • 승인 2010.02.25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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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때문에 부담될 텐데…아들 그저 대견할 뿐”

“아들한테는 절대로 받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전북대학교병원 외과 병동에 입원하고 있는 오기조(42‧남원시 도통동) 씨는 그저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다. 건강을 지키지 못한 죄로 괜한 아들까지 고생시켰다는, 아버지로써 느끼는 죄책감 때문일 것이다.

오 씨는 남원에서 식당을 운영하며, 아내와 1남 1녀 자녀 둘과 함께 행복한 가정을 이뤄 생활하고 있었다.

그러던 오 씨가 간경화 진단을 받은 것은 지난 2007년. 4년간의 투병 생활 동안 간경화는 점점 심해졌고, 의료진으로부터 간 이식만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장기기증자가 절대 부족한 상황에서 간 이식 수술을 받기는 쉽지 않았다. 아내 한점숙 씨(40)가 기증 의사를 밝혔지만 조건이 맞지 않았다.

기다림만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오 씨는 이 순간에도 이제 곧 고등학교 3학년이 되는 아들에게는 도움을 받지 않으리라 마음먹었다. 설사 아들의 간을 이식 받더라도 아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보고 대학에 입학한 뒤에 받아도 늦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오 씨의 병세는 급속도로 나빠졌다.

간세포가 많이 죽거나 약해져 간 부전이 생김으로써 정신이 혼미해지는 증상으로 간장병 말기에 자주 나타나는 간성혼수도 생기기 시작했다.

오 씨는 지난 1월 27일 위급한 상태에서 전북대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간성혼수도 또 다시 나타났다.

결국 아들 두석 군(19‧전주고 3학년)이 생체 장기 이식을 하기로 했다. 다행히 혈액형 등 모든 조건도 맞았다.

수술은 조백환‧유희철 교수(간담췌‧이식외과) 등 전북대병원 생체간이식팀의 집도로 지난 10일 진행됐다.

두석 군의 간 65%를 떼어 내 아버지 오 씨에게 이식하는 만만치 않은 수술이었다.

15시간에 걸친 긴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오 씨는 2주간 입원하며 빠르게 회복됐고, 곧 퇴원할 예정이다.

아들 앞에서 한 없이 미안해하며 “두석이가 공부도 곧잘 하는데, 나 때문에 아들 공부에 영향을 미칠까 걱정된다”는 아버지의 말에 두석 군은 “공부는 언제든 할 수 있지만 아버지의 건강을 되찾아드리는 일이 더 시급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의젓하게 답했다. “수술 후에 조금 불편해 한다”는 어머니 한 씨의 걱정에도 두석 군은 “아버지가 회복되는 것이 그저 기쁠 뿐”이라며 환한 웃음으로 대답했다.

수술을 집도한 조백환 교수는 “아버지를 생각하는 아들의 효심이 참 애틋하게 느껴졌다”며 “향후 지속적인 관리를 받으면 아버지와 아들 모두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05년 전북 최초로 생체간이식에 성공한 전북대병원은 서울 이외 지역에서 가장 많은 간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진행하며 간이식 지역 거점병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엄범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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