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혁신학교 교사들의 ‘성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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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혁신학교 교사들의 ‘성장기’
  • 윤복진 기자
  • 승인 2014.07.17 1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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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 줄포초 교사들을 통해서 본 혁신학교 113일

4월 어느 날, 아이들이 찾아왔다.
 

“선생님, 강당에서 마음껏 놀고 싶은데 열쇠가 없어서 못 놀 때가 많습니다. 문 좀 열어주세요”
 

창고 열쇠를 복사해 줄 테니 강당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계획을 세우라는 내 말에 아이들은“저희들이 열쇠

관리 잘하고요. 어지럽히는 아이들은 일주일간 강당을 쓰지 못하도록 하겠습니다”고 답변했다. 
 

슬펐다.
 

이 아이들에게는 통제와 엄격한 규칙, 그리고 이를 지키지 않았을 때 주어지는 벌칙과 체벌의 문화만이 자리 잡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우리의 학생자치활동이 이랬던 것이다.(부안줄포초 오재승 교사)
 

“국어책 펴!” “수학수업 준비해라” 할 때마다 아이들이 “아, 수업시간이야” 라는 한숨 섞인 말을 내뱉을 때마다 나 자신조차도 답답함을 느끼며 교과서 진도에 맞추어 수업을 했던 것 같다.
 

빽빽이 수업하고 열심히 설명해주는 교사가 성실한 교사의 모습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정확한 시점은 모르겠지만 동료선생님들과 혁신학교를 준비하고 연수를 들으면서 조금씩 달라진 것 같다.
아이들의 마음을 바라보는 여유와 교사로서 어떤 신념같은 것들이 나를 움직이기 시작한 것 같다.(부안 줄포초 김동화 교사)
 

혁신학교가 교사들을 바꾸고 있다.
 

올해 3월 전라북도교육청으로부터 혁신학교로 지정된 후 1학기가 지난 부안 줄포초교의 교사들의 삶을 들어다 봤다.
 

부안 줄포초교는 전교생 73명의 작은 농촌학교다. 혁신학교로 지정된 후 교육과정, 수업, 학부모 참여 등 전 분야에서 상당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당초 이 학교 교사들은 혁신학교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한다.
 

하진만 아이들의 눈으로 바라보는 수업 등 혁신학교 철학을 접하고, 마음 맞는 교사들이 모여 책을 같이 읽고 토론하고, 연수도 찾아가면서 힘을 얻기 시작했다. 
 

줄포초등학교 교사들은 2012년말 겨울방학을 활용해 각종 연수와 토론모임을 활발히 갖고 혁신학교를 어떻게 운영할까 머리를 맞대면서 점차 생각을 일치해 나가기 시작했다.
 

학기초 가정방문부터 시작했다.
 

요즘대부분 학교들이 가정방문을 하지 않는 추세지만 아이들을 이해하고 부모님과 관계를 맺는데 가정방문이 아주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가정방문은 희망가정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이 학교는 또 학급 운영을 학부모들에게 알리기 위해 학급 SNS(네이버 밴드)를 운영하고 있다.
 

학부모들이 편리하게 알림장을 볼 수 있게 하는 것은 물론 아이들의 사진, 영상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수업은 교사간의 수업이 1학기 내내 공개됐다.
 

교사들은 수업 공개일이 잡히면 여전히 목에 가시가 걸린 것처럼 신경이 쓰이지만 종래 수업공개보다는 훨씬 의미 있는 협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또 수업 시간에 말이 많았던 교사도 바꿨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점차 여유와 생기가 생기더라고 설명했다.
 

스스로도 여유가 생기니 아이들과 눈 마주치고 이야기할 시간이 많아지면서 이해할 수 있게 됐고, 자연스레 긍정적인 태도로 자신을 반겨주는 아이들이 보였다.
 

프로젝트 수업도 도입됐다.
 

교사들과 머리를 맞대 주제중심 교과 통합 프로젝트인 ‘우리 집에 놀러와’ 프로젝트를 완성했다.
 

‘우리 집에 놀러와’ 프로젝트는 외국인을 우리 집에 초대해 식사를 대접해 본다는 가정으로 국어, 사회, 실과, 음악, 창의적 체험활동을 통합하여 총 28차시로 진행했다.
 

서술형 평가와 다양한 야외 체험학습도 활발히 전개됐다.
 

생애 처음으로 혼자서 표를 끊고 버스를 타며 자신감을 얻은 아이들을 보면서 체험학습 효과를 생각하게 됐다는 교사도 있었다.
 

또 우쿠렐레·밴드 등 학부모 동아리가 결성돼 저녁마다 활동을 펼쳐지고, 혼자만의 고민이나 불만이 집단지성의 힘으로 해결해 나가고 있다.
 

혁신학교는 학교장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줄포초 교사들은 “우편배달부 같은 지식의 전달자가 아니라 수업에 아이들의 삶과 생활이 반영되는 나와 우리학교 선생님들의 모습에서, 행복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서, 우리 교육의 미래를 볼 수 있어서 참 행복하다”고 입을 모은다.
/윤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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