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의 비참한 죽음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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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언의 비참한 죽음을 보며
  • 신영규
  • 승인 2014.07.28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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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영 규/전북수필 주간 겸 사무국장

 지난 6월 12일 전남 순천의 한 야산의 매실밭 풀숲에서 백발이 성성한 남성의 변사체가 발견됐다. 이는 검ㆍ경에 쫓기던 세월호의 실소유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시신으로 밝혀졌다. 유 씨의 유전자(DNA) 분석을 의뢰받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유 씨의 친형 병일 씨 DNA와 거의 일치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시신 지문과 소지품을 확인해 유 씨라고 결론 내렸다. 당혹스럽고 충격적이다. 이런 사실도 모른 채 그 동안 유씨를 잡겠다고 난리법석을 피운 게 한심하다. 바로 전날인 21일에는 검찰이 유씨에 대한 6개월짜리 사전구속영장을 재발부받으면서 “추적의 꼬리를 놓지 않고 있어 검거는 시간문제”라고 장담하기도 했다. 대체 어떤 꼬리를 쫓고 있었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보력과 수사력 모두 부실하기 짝이 없는 그 무능이 황당하고, 그 결말이 어이없다. 이런 국가기관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군을 투입하고 반상회를 열어 국민까지 동원했는데 이제 와서 유씨가 오래 전에 변사체로 발견됐다니 기가 막힐 일이다. 공권력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고 정부의 무능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더욱이 검찰은 지난 5월 25일 전남 순천의 별장을 수색할 때 유병언 씨가 별장 안 비밀 창고에 숨어 있었는데도 찾아내지 못했다고 23일 밝혔다. 당시 유씨 여비서가 수사관들이 오는 걸 알고 유씨를 급히 비밀 은신처에 숨겼다는 것이다. 검찰은 유씨가 별장에 있었다는 사실도 한 달 뒤에 이 여비서가 털어놓아 알았다고 했다. 검찰은 여비서 진술에 따라 별장을 다시 뒤져 현금 8억3000만원과 미화 16만달러가 든 여행용 가방을 찾아냈다. 검찰이 별장 압수수색을 처음부터 엉터리로 했음을 실토한 것이다. 검찰은 지금까지 이 사실을 숨겨오다 이제야 공개했다. 정말 한심하다. 이런 검찰에 수사를 맡겨도 되는지 묻고 싶다.

 유병언씨가 홀로 숨진 채 발견된 배경이 궁금하다. 그를 돕던 사람 없이 유씨는 홀로 깊은 산속 풀숲에서 비참하게 객사했다. 검찰이 경기 안성 금수원에 대한 압수수색이 임박할 즈음 강경 구원파 신도들은 “10만 성도가 하루씩 유 전 회장을 숨기다 결국 모두가 다 잡혀가게 된다 하더라도 최후까지 그를 내놓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유 전 회장을 위해 성전을 치르겠다며 마지막 한 명까지 순교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런데도 유씨는 조력자 없이 홀로 산 속을 배회하다 죽었다. 

 유병언의 죽음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유씨의 시신은 검찰이 지금까지 말해온 그의 동선이나 행동 특성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모습이다. 특히 신도들로부터 신망 받던 종교지도자가 ‘노숙자’ 같은 모습으로 방치됐다는 사실에 의문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언론의 보도를 보면 유씨의 시신은 머리와 몸체가 분리됐고 내장은 텅 비었으며, 구더기가 들끓었다고 한다. 검찰이 유병언의 죽음을 두고 ‘인간적으로는 불쌍하다.’고 한 이유도 그 죽음이 차마 눈뜨고는 못 볼 지경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면에서 국민들은 유 씨의 죽음에 많은 의문을 갖고 있다. 주검의 상태가 키가 작은 것으로 알려진 유 전 회장과 달리 키가 큰 사람의 것으로 보인다는 증언과 함께, 평소 술을 마시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유씨지만 주검 주변에서는 여러 종류의 술병이 발견됐다는 점도 의문이다. 또 그의 곁에는 그가 사용하던 안경도, 휴대폰도 없었다. 중요한 것은 그가 왜 죽었고, 자살이냐, 타살이냐도 관건이다.
  유병언씨는 구원파 교주다. 구원파는 ‘한번 믿으면 다시 회개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주요 교리다. 그런데 “일단 구원을 받으면 어떤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괜찮다.”는 식의 극단적인 가르침이 오대양 사건과 세월호 사고로 이어졌다. 그 구원파의 실제 교주인 유병언이 세월호 사고 100일을 앞두고 숨진 채로 발견됐다. 아무도 동정하지 않는 ‘도망자’ 교주의 죽음이다.

 이제 유병언씨는 죽고 없다. 유 씨는 그 많은 재산을 뒤로 하고 한마디 유언, 유서도 남기지 않고 비참하게 세속과 결별했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그는 죽어서 어디로 갔을까? 그의 이승에서의 행적과 죄 값의 심판은 하나님이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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