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산구 효자 자연장 첫 장례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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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산구 효자 자연장 첫 장례 열려
  • 엄범희 기자
  • 승인 2010.03.05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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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후 흐릿한 날씨에도 여기저기서 파릇한 새싹이 움트고 있는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3가 산158번지 효자공원묘지 자연장 조성지.

머리가 희끗한 중년 남성이 유골함을 들고 정성스레 잔디밭에 가루(골분)를 뿌린다. 어머니 김숙자씨의 유골이다.

“이제 편안히 쉬세요, 어머니. 그동안 너무 고맙고 죄송합니다. 우리를 위해 평생을 헌신하신 어머님께 마지막 인사를 드립니다.” 큰 죄인 같이 아들은 이승의 마지막을 떠나는 어머님께 가슴으로 못다한 말을 전하고 있었다.

아들 강형수(56)씨는 고인과의 마지막 작별의 순간이 다가오자 가늘게 몸을 떨어 보였다. 뒤따르는 가족들도 간절한 염원과 기도가 담긴 소망을 읊조리면서 어머님을 배웅했다. “이제 흙으로 돌아가셔서 편히 눈을 감으세요.” 너무나 많은 슬픔을 삼키며 유족들의 가느다란 흐느낌은 드넓은 공원묘지 전체로 조용히 흩어졌다.

“자연장(自然葬)은 묘지나 납골과 달리 화장(火葬)한 유골가루(골분․骨粉)를 흙과 함께 섞어 꽃이나 잔디 밑 땅 속에 묻어 장사(葬事)를 하는 것입니다. 안장하시겠습니까.”

전주시설공단 공원관리 담당 백종선(45)씨의 설명에 강씨는 고개를 끄덕였으며, 이어 새하얀 보자기에 곱게 싸인 고인의 유골가루를 한 줌씩 안장함에 넣은 뒤 마사토와 정성스럽게 섞었다.

 슬픔을 뒤로한 채 유족들은 고인의 생명을 폭 40㎝, 깊이 40㎝ 규모로 파 놓은 땅속에 한 줌 한 줌 옮겼다.

10여분 간의 안장의식이 끝난 이후에야 강씨의 얼굴은 편안한 듯 보였다. 절망적인 순간에 보다 좋은 곳으로 고인을 보내드렸다는 안도감이리라.

고인이 잠든 땅을 즈려 밟던 며느리 이은정씨는 “납골당에 모시려 했는데 자연장이 새롭게 마련됐다고 해서 마음을 바꿨다”면서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말처럼, 흙과 나무가 어우러진 자연장이야말로 진정한 장묘문화 아닐까라는 편안함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특히 “과거 농경문화에서는 많은 가족들이 함께 모여 살아 전체가 장례를 치르는 일이 어렵지 않았지만, 현재는 모두가 핵가족으로 흩어져 있어 한꺼번에 일처리를 하기가 쉽지 않다”며 “사랑하는 어머님을 전주자연장의 첫 주인공으로 모셨다는 점은 물론, 답답한 납골함이나 묘지보다는 탁 트인 자연장에 모셔 더욱 마음이 편안하다”고 덧붙였다.

한 줌씩 흙을 덮고 모두가 땅을 밟으면서 이들의 슬픈 얼굴도 조금씩 가셔지는 모습이다. 또다른 곳에서의 어머님의 행복도 더욱 간절히 빌었다.


전주시는 지난해 5월부터 올해 1월까지 공원묘지 내에 2천기(3천㎡) 규모의 자연장 조성공사를 실시했다.

이후 두 달여 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전주시설공단으로 위탁, 본격적으로 운영한다.

시설공단은 서울과 광주 등 선진 자연장에 대한 운영 등에 관한 벤치마킹을 마치고 이날 처음으로 자연장에 유해를 안치했다.

가격은 40년 기준 30만원 정도로 저렴하고 개인표식을 설치할 수 있으며 전주시민과 완주군민으로 자격이 제한된다.

소나무, 왕벚나무 등 조경수는 물론 다양한 꽃과 나무를 심고 파고라, 팔각정까지 설치해 공원 같은 안락한 휴식처를 만들었다.

이후 적극적인 시설투자 및 관리로 자연친화형 자연장 장례문화를 조성해 나가겠다는 게 공단의 복안이다.

보건복지가족부에 따르면 지난 2008년 전국 화장률은 61.9%에 달하고 올해는 70%, 2020년에는 90%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북은 2008년 49.2%로 전국 평균을 밑돌지만 갈수록 화장문화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자연장에 대한 이용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유해성 공단 환경지원팀장은 “국토면적이 좁은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공간을 필요로하는 묘지가 아닌 자연과 더불어 자연으로 돌아가는 공원형 자연장 문화가 가장 적합하다”면서 “전주에도 자연장이 조성돼 있다는 점을 감안해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엄범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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