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대장정 문제없나-①>해마다 우후죽순…사망·실신 부작용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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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대장정 문제없나-①>해마다 우후죽순…사망·실신 부작용 잇따라
  • 투데이안
  • 승인 2009.07.13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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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오전 서울광장. 국내 한 모험회사가 주최한 대학생 국토대정정의 발대식이 열렸다. 이번 대장정에는 국내·외 대학생 100여명이 참가했다.


대장정은 경남 사천에서 출발해 대구~문경~제천 등을 거쳐 24일 서울에 도착하는 일정으로 짜여졌다. 학생들은 총 500㎞에 달하는 거리를 도보로 이동한다. 강행군이라고 말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의 스케줄이다.

국토대장정에 참여한 학생들의 얼굴에는 걱정보다는 기대감과 설렘으로 가득했다. 출발에 앞서 일행중 한명의 낙오자도 없이 무사완주하기를 기원하며 함께 파이팅을 외치는 학생들의 모습은 생동감이 넘쳤다.

본격적인 국토대장정 시즌이 돌아왔다. 극한의 체험을 통해 자기 자신의 한계점을 시험해보려는 젊은 패기들이 꼬리를 물고 대장정에 동참하고 있다.

그러나 해마다 여름이면 연례행사처럼 진행되는 국토대장정이 자칫 끔찍한 악몽으로 돌변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점차 고조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난립하는 국토대장정

국토대정정은 지난 1998년 한 제약회사가 주최해 시작됐다. 풍요롭고 안정된 일상에서 벗어나 젊은이들에게 고난과 역경을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 이 이벤트의 주된 목적이다. 우리나라 국토를 두발로 직접 완주함으로써 나라에 대한 사랑도 고취시키려는 목적도 그럴싸하게 들린다.

이 이벤트를 시작으로 우후죽순처럼 국토대장정 프로그램이 만들여졌다. 최근에는 연간 약 40건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기업은 물론, 대학교, 시민단체들도 국토대장정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쯤되면 난립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올해도 이미 몇몇 단체에서 주최한 국토대장정이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검증되지 않고 안전대책도 마련돼 있지 않은 국토대장정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어 우려스럽다.

◇사망·실신 등 부작용 잇따라

국토대장정이 난립하다 보니 부작용도 나타났다. 지난해 국토대장정이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사망자가 발생한 것이다.

지난해 7월7일 모 제약회사가 주최한 국토대장정에서 불상사가 일어났다. 여대생 A씨(22)는 이날 전국에서 모인 대학생 144명과 국토대장정을 진행하던 중 오후 3시10분께 경주의 한 국도변에서 갑자기 쓰러졌다.

A씨는 같은 달 2일 경남 통영에서 출발해 22일 서울까지 544.5㎞에 이르는 국토 대장정에 나서 출발 180㎞지점에서 쓰러졌다. A씨는 사고 직후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오후 5시40분께 숨졌다.

이날 경주지역에는 낮 최고기온이 36도를 넘는 등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상태였다. 아스팔트 위의 온도는 40도가 넘었다. 결국 A씨는 폭염 속 무리한 강행군으로 인한 열사병으로 사망했다.

탈진과 실신도 잇따랐다.

같은 달 12일 오후 1시14분께 전남 무안군 청계면 도림리 목포대 부근 국도에서 국토대장정에 나선 여대생 B씨(22)가 탈수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옮겨졌다.

앞서 오전 10시24분께에는 전남 강진군 신전면 백암주유소 앞에서 국토대장정 첫날 행진에 나선 C씨(21) 등 여대생 2명이 호흡곤란 등의 증세를 보이며 탈진했다. 경북 포항에서도 비슷한 시각 남자 대학생 1명이 호흡곤란 등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사고 당시 기온은 30도를 오르내렸다. 행진이 이뤄진 도로는 아스팔트 열기로 35~40도 가량의 체감온도를 기록 중이었다.

같은 해 8월9일 오전 8시35분께에는 전남 순천시 연향동 한 도로에서 국토대장정에 나선 서울 모 대학 B씨(22·여) 등 남녀 대학생 3명이 탈수증세를 보이다 실신했다.

이들은 곧바로 순천중앙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치료를 받아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전문가들은 "올해 국토대장정이 폭염 속에 무리하게 진행될 경우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탈진과 실신은 물론 최악에는 사망자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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