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이상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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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이상한 일
  • 장세진
  • 승인 2014.08.27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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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 삼례공고 교사·문학평론가

   4월 16일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했다. 수학 여행길에 오른 고등학생 등 애먼 목숨 294명이 스러져가고, 지금까지도 10명은 시신조차 찾지 못한 상태다. 그들이 살아 있을리 없다고 한다면 세월호 침몰은 모두 304명을 죽게 한 대형 참사로 남게 된다.

  그런 참사가 일어난지 4개월이 지났지만, 지금도 ‘세월호 정국’이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두고 여야간 다툼이 한 치 앞도 볼 수 없게하고 있어서다.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을 그린 영화 ‘명량’이 천 육백만 영화로 뜨면서 애도와 분노의 사회 분위기가 잦아든 것처럼 보이는데, 참 이상한 일이다.

  5월 18일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세월호 유가족을 만나 말했다. “무엇보다도 진상 규명에 있어서 유족 여러분들이 여한이 남지 않도록 하는 것, 거기에서부터 깊은 상처가 치유되기 시작하지 않겠느냐”고. 문맥상 유가족 요구사항인 진상 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런데 세월호 유가족들은 단식농성중이다. 그들은 세월호 침몰로 천금 같은 자식 등 가족을 잃은 슬픔만으로도 가누기 힘들 정도일 터이다. 왜 그런 그들이 단식농성을 벌여야 하는가? 그들이 단식농성을 벌인 건 지지부진한 세월호 특별법 조기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여야 합의안이 2차례에 걸쳐 발표되었지만, 유가족 농성은 계속되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600여 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도 출범했다. 대학생들이 박영선 원내대표 사무실을 점거했다. 세월호 유가족 단식농성장엔 사제와 수녀들이 방문, 1일 단식에 들어가기도 했었다.

  대통령이 국민에게 사과하고 수습과 대책을 말했으면 유족들의 단식농성 따위 행동은 없어야 맞는데, 참 이상한 일이다. 그들이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었던 건 핵심을 비켜간 세월호 특별법 합의안 때문이다. 수사권이나 기소권 없는 ‘진상조사위원회’로는 진상 규명이 어렵다는 것이다. 누가 봐도 맞는 말이다.

  그런데 집권여당은 수사권이나 기소권을 진상조사위원회에 줄 수 없다고 한다. 유명무실한 진상조사위원회가 될 것을 모를리 없을텐데, 무슨 꿍꿍이속인지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진상 규명이 대통령을 비롯한 집권여당의 절대 명제는 아니구나 하는 의구심 깨닫기이다.
   그런 사정이라면 세월호 유가족들의 새정치민주연합을 향한 항의 및 농성도 번짓수가 틀린 게 아닌가 싶다. 좀 안된 말이지만 힘도 없는 새정치민주연합에 기대 얻을 게 뭐 있다고 그러는지 모를 일이다. 오히려 일부 언론과 집권세력은 합의안 파기와 함께 재협상을 선언한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해 민생경제 발목 잡기 운운한다.

  민생경제니 경제살리기가 그렇게 중요하고 시급하다면 대통령을 비롯한 집권세력이 서둘러 해결될 수 있도록 유가족 요구도 들어주고 야당 협조도 얻어내야 맞다. 아니 모든 걸 떠나서 집권세력은 세월호 참사 책임부터 지는 자세가 필요한데, 애먼 야당만 ‘죽일 놈’ 되는 형국이니 참 이상한 일이다.

  정치가 그런 것이긴 하지만, 세월호 정국을 보면 답답하다못해 분통이 터진다. 세월호 참사 같은, 있어선 안될 지극히 원시적 사건이 벌어졌는데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으니 참 이상한 일이다. 실패했지만 총리를 바꾸려 하고 새내기 장관 몇 명 들어앉히면 뭐하나. 재보선에서 세월호 책임론으로 승부를 걸었던 야당이 대패한 걸 국민적 용서라고 생각하는 집권세력 위세가 하늘을 찌르는데….

  당연히 세월호 유가족이나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의 농성 등 저항은 대통령과 집권세력을 향한 것이어야 한다. 집권세력은 툭하면 법과 원칙 어쩌고 하는데, 그렇게 그걸 잘 지킨 정권이라 세월호 참사가 빚어진 것인지 참 이상한 일이다.

  집권세력은 ‘저희들이 죄인’이라며 세월호 유가족 주장을 다 받아들여야 한다. 철저한 진상규명과 지위고하를 막론한 처벌, 그리고 실효성 있는 재발방지대책 등으로도 유가족 등 국민의 아픔이 치유될지 모른다. 그러긴커녕 세월호 유가족들이 단식농성하다 쓰러져 병원에 실려가기까지 했으니 참 이상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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