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아름다움은 영혼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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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아름다움은 영혼으로부터"
  • 송경태 전주시의원
  • 승인 2009.07.13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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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태 전주시 의회 의원(48)
오늘 오후 세미나 때문에 무주에 가야 하는데 자동차 바퀴에 바람이 빠진 것 같아서 단골 배터리 가게에 들렀다.

저녁 6시까지 도착해야 하기 때문에 4시가 가까워지니까 초조한 느낌이 들었다. 도와주는 사람 없이 혼자 일하는 주인이 내 차를 맞이하는데 곧 내 뒤로 다른 차 한 대가 따라 들어왔다. 창문을 내리더니 중년 여인이 주인에게 말했다.

“아저씨 저 지금 되게 바쁘거든요. 시내에 회의가 있어 가는데 시동걸 때 이상하게 날카로 운 소리가 나서 그러는데 한 번 점검해 주세요. 빨리요!” 분명히 내가 먼저 들어온 것을 아는 주인은 내게로 오더니,
“잠깐 저 손님 먼저 봐드려도 될 까요? 저분은 사장님인데 아주 바쁘신 분이거든요. 손님 은 좀 시간 있으시니까…….”

나는 주인에게 한 번도 내가 시간이 많은 사람이라고 말한 적이 없었다. 그렇지만 내가 흰 지팡이를 사용하는 것을 알고는 나름대로 해석했을 것이다. 장애인이면 으레 직업이 없을 텐데 내 경우는 다행히 차를 구입했지만 별로 할 일도 만날 사람도 없을 것이라고 지레짐작한 것이 분명했다.

장애인들은 직업이 없고 어쩌다 직업이 있다 하더라도 건물에 접근할 수 없거나 학교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 한 탓에 전문적 지식을 요구하는 직업 보다는 장애인들 끼리 모여서 단순노동일을 하는 경우가 거의인 사회에서 배터리 가게 주인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얼마 전에 본 TV 프로그램 하나가 생각난다. 여러 명 주부들이 우산으로 전경들을 찌르고 있었고 전경들은 방패로 이리저리 이들의 공격을 피하는 모습이었다. 낯선 형태의 데모가 우스꽝스러웠지만 정작 당사자들인 주부들의 눈에는 분노와 울분에 차 있었다. 알아본즉 어느 동네의 주민들이 부근에 장애인시설을 짓기로 한 결정에 반발하는 시위였다.

기자가 시위자 한 명에게 반대하는 이유를 물으니 그녀는 또박또박 말했다. “그 사람들이 이 근처에서 살게 되면 우리 아이들이 휠체어 탄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될 것 아닙니까? 자라는 아이들은 아름다운 것만 봐야 아름답게 자랄 수 있는 것 입니다.”

신체 장애인들은 보기에 아름답지 않으니 존재만으로도 아이들에게 비교육적 이라는 주장이었다. 이번에는 기자가 현재 장애인들이 사는 곳이 철거 위기에 있어서 오갈 데 없는 장애인 한 명과 인터뷰를 했다. 컴퓨터 부품 조립자라는 그는 휠체어에 앉은 스무 살을 갓 넘은 청년이었다.

“한 달에 얼마를 버십니까?”
기자가 물었다.
“31만원이요.”
청년의 얼굴에는 자랑스러운 미소가 번졌다.

“그 돈을 어떻게 쓰십니까? 8만원은 어머니 생활비로 드리는데, 제가 더 드린 돈도 저 장 가갈 때 쓰라고 안 받으십니다. 그래서 15만 5천원은 적금을 내고 나머지는 글쎄요? 그냥 흐지부지 없어지네요…….”

젊은이는 크게 웃었다. 그의 비뚤어진 몸과 마비된 다리는 사실 결코 아름답다고 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의 미소와 자신이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은 정말 아름답다는 말 밖에는 적절하게 표현할 말이 없었다.

온갖 법을 정해도 사람의 마음이 바뀌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몸이 우습게 생겼거나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생겼다고 마음을 꼭꼭 걸어 잠그는 것은 결코 아름다울 수 없다.

구차스럽게 나도 저 여자 못지않게 바쁘다고 설명하기 싫어서 배터리 가게에서 초조하게 내 차례를 기다리면서 나는 꿈꾸어 보았다.

흰 지팡이 때문에 무직일 것이라고 오해받지 않는 사회! 진정한 아름다움은 영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깨닫고 모두 서로서로 조금씩 부족한 점을 채우며 하나 되어 살아가는 세상을 생각해본다./송경태 전주시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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