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도서 선정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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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도서 선정 유감
  • 장세진
  • 승인 2015.02.25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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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 삼례공고 교사·문학평론가

  재미교포 신은미씨가 ‘토크콘서트’와 관련, 미국으로 강제 출국되었다. 신씨가 미국 공항에 도착하자 보수.진보단체 재미동포들이 맞불시위를 벌이는 등 미국적 나아가 세계적으로 진귀한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 국내선 엉뚱한 일이 벌어지는 후유증을 남기고 있다. 우수도서 취소소동이 그것이다.

  신은미 지음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는 2013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도서에 선정됐다. “대구 출신의 보수적인 집안에서 태어나 반공이념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 북한을 다녀와서 쓴 여행기라 공감을 갖게 하는 우수도서”(동아일보, 2015.1.20)라는 것이 선정 이유이다.

  잠깐 일반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우수도서가 무엇인지 살펴보자. 문화체육관광부는 매년 학술.교양.문학분야에서 우수도서 1500여 종을 선정한다. 1종당 1,000만 원어치를 구입하여 전국 공공도서관, 청소년시설 등에 배포한다. 열악한 판매를 겪는 출판사로선 매출과 직결되므로 사활을 걸고 출품하게 된다. 보통 4~5대 1의 경쟁률에 이른다.

  신은미씨 책에 대한 취소결정은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크게 두 가지다. 우수도서 심사의 졸속성과 새로 제시된 ‘특정이념에 치우치지 않는 순수문학 작품’이란 선정기준이 그것이다. 문단, 특히 한국작가회의에선 표현의 자유 침해, 검열 등 “박근혜 정부가 문화계를 1950년대로 퇴보시키고 있다”(한국일보, 2015.1.22)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출판계 반발도 만만치 않다. 단행본 출판사 모임인 한국출판인회의는 한국작가회의와 공동으로 낸 성명에서 “시대착오적 운영방침과 발상의 철회를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문단과 출판계에서는 우수도서 신청거부, 문인들의 우수도서 선정신청 및 심사참여 거부방안을 논의하는 등 그 반발이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일단 2015 우수도서 선정이 하반기에 있으니 어찌될지 지켜볼 일이다. 당장 필자가 유감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우수도서 심사의 졸속성이다. 아마도 우수도서공모에 신청, 탈락된 적이 있는 저자와 출판사라면 다같은 마음일 것이다. 말할 나위 없이 관련 보도들이 심사에 대한 불신과 함께 분통을 터지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령 세계일보(2015.1.13)는 2013년 우수도서 선정당시 한 원로문학가로부터 우수도서로 선정되도록 힘써주겠다는 제의를 받은 신참작가 김씨의 이야길 전하고 있다. 김씨는 “출판사 인사들과 문인들이 알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며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서로 추천해줄 수 있다”고 말한다.

  앞의 동아일보가 전한 내용도 비슷하다. 한 마디로 암암리에 인맥이 작동된다는 것이다. 이 기사는 한 술 더 떠 차마 믿고 싶지 않은 내용도 전하고 있다. 책 읽을 시간이 없다며 심사위원을 거절한 교수에게 담당자가 “책을 다 읽을 필요 없다. 하루 정도 나와 대강 골라 달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기가 막혀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지경이다.

  국민 혈세가 쓰이는 국가사업이란 사실과 별도로 우수도서 선정논란은 허탈감을 안긴다. 지은이들로선 혼신의 힘을 다해 저술한 책이다. 그 저서들이 그렇듯 칠싸리 껄짝 취급에 내몰리고 있다. 제대로 된 문화선진국은 아닌 모습이라 해도 할 말이 없게 되었다 심사의 졸속성이 ‘순수문학 작품’보다 더 중대한 사안이랄 수 있는 이유이다.

  차제에 우수도서선정에 환골탈태를 기대해본다. 환골탈태에서 빠져선 안될 요건이 하나 있다. 잘 나가는 특정 출판사들의 대거 선정지양이 그것이다. 특히 지방 출판사 및 저자들의 우수한 도서들이 그들에 밀려 사장되지 않도록 하는 일정한 기준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아도 죽다시피 납작 엎드려 있는 지방문화 현실이다. 우수도서 선정에서만큼은 그것이 해소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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