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복 공무원의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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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복 공무원의 호소
  • 안상현
  • 승인 2015.03.08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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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교도소 보안과 주무관 안상현

  저는 7년차 교정공무원입니다. 교대근무를 수년간 해오느라 이제는 제법 몸이 익숙해졌을 법도 하건만 야근업무를 끝내고 퇴근할 때면 여전히 극심한 두통과 어지럼증을 겪습니다.  낮과 밤을 뒤바꿔가며 수용자들을 관리하고 돌보는 일과 출소 후 바르게 살아가게끔 훈육하는 일은 실로 고됩니다. 극심한 우울증과 스트레스로 자살하는 교도관들이 해마다 수명씩 되고 퇴직 후 대부분 70을 못 넘기고 유명을 달리하는 현실이니 교정공무원이 얼마나 힘든지 국민 여러분들도 익히 아시리라 믿습니다. 저 역시 사직에 대한 고민을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이 해야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를 다잡아주었던 것은 공무원으로서의 명예와 국가를 위해 봉사한다는 자긍심이었습니다. 그리고 현직에 있는 동안 국가와 사회를 위해 헌신하면 그 보상책으로서 공무원연금이 존재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런데 느닷없이 공무원 연금을 개혁한다고 합니다. 공무원 연금이 나라경제를 망쳐놓고 있다는 광고를 연일 내보내고 합리적 근거 없이 공무원을 세금도둑으로 몰아갑니다. 공무원연금 개혁에 저항한다면 아예 연금 자체를 없애버릴 수도 있다고 여당 수뇌부는 협박을 해댑니다. 세상에나! 공무원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아무리 입법권을 가지고 있는 다수당이어도 군사정부가 진압작전을 펼치듯이 이렇게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 안 되지 않습니까?

  공무원 연금 수령시기를 늦추고자 정년을 65세로 연장한다고 합니다. 조삼모사이자 하석상대입니다. 공무원의 노후화는 불을 보듯 뻔하며 젊은이들의 일자리를 노인세대가 빼앗는 형국이 될 것입니다. 사무실이 아닌 현장에서 고된 업무를 수행해내는 전국의 20만 제복공무원들에게는 정년연장이 혜택이 아니라 안 그래도 짧은 수명을 더 단축시키는 생명감축 형벌로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범죄자를 잡고 치안서비스를 담당하는 경찰관, 각종 재난과 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소방관, 법집행과 교화업무를 책임지는 교도관. 이들 20만 제복공무원은 목숨을 걸고 국가와 사회를 위해 오늘 하루도 묵묵히 일하고 있습니다. 대기업 평균임금의 65퍼센트밖에 안 되는 박봉이어도 언젠가는 국가가 오늘의 고생을 인정해주고 보상해주리라는 희망 하나로 버티고 있습니다.

  공무원과 비공무원을 이간질시키고 공무원집단을 공공의 적으로 몰아 공적연금을 하향평준화할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재정지출을 없애고 부자증세를 실시하면서 공적연금체계를 강화해야 합니다. 공무원연금 다음은 국민연금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저만의 지나친 기우가 아니었으면 합니다.

  간곡히 호소합니다. 정부와 여당은 근무강도와 직무위험성이 높은 저희 제복공무원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정년연장안을 철회해주십시오. 아울러 공무원은 세금도둑이 아니라 여전히 국가발전의 원동력임을 직시해주시고 일방적인 공무원 폄하 여론전을 멈춰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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