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고도 갚을 줄 모르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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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고도 갚을 줄 모르는 사람들
  • 장세진
  • 승인 2015.05.20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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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 문학평론가

  얼마 전 회갑기념 문학평론집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2010년말 장모상 이후 5년 만에 치른 큰 행사였다. 출판기념회로 치면 1999년 이후 16년 만에 가진 행사이기도 하다. 요즘 누가 회갑 잔치하냐며 눈 홀길 이도 있을 법하지만, 글쟁이를 핑계삼아 ‘저지른’ 일이라고나 할까.

  하긴 만 60세까지 건강하게 산 것도 축하할 일이긴 하다. 지난 해 공무원 정기검진에서 위암 초기로 의심된다는 얘길 듣고 그런 생각이 부쩍 든다. 60년 만에 처음으로 내시경 검사의 정밀검진을 받고 이상없음이 확인되었지만, 미래를 알 수 없다는 불안감이 생기는 건 사실이다. 애써 회갑기념 문학평론집 출판기념회를 ‘강행한’ 이유이다.

  어쨌든 행사후 축의 내용을 살펴보았다. 아다시피 우리 사회에서 애경사는  품앗이이다. 애경사때 서로 주고 받는 미풍양속의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어느 가정에서나 그렇듯 그 내역을 가려 다음 품앗이를 준비하는게 일반적이다.

  한편으론 음력 귀빠진 날이 하필 어버이날과 겹쳐 좀 저어되었다. 아니나다를까 많은 분들이 출판기념회장에 직접 올 수 없다는 사정을 전해왔다. 딴은 그럴만하다. 그들은 계좌이체를 하거나 우편환 등으로 축의금을 보내왔다. 당연히 행사후 책을 따로 우편 발송하여 그들의 두터운 정에 답했다.

  그러나 전체적 소감은 ‘받고도 갚을 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솔직히 그건 좀 뜻밖이다. 우선 문인들이다. 가령 필자가 출판기념회를 비롯하여 조문이나 자녀 결혼식 등 애경사에 직접 가거나 부조를 한 경우라면 그들은 이번에 그걸 품앗이해야 맞다.

  전화 등 아무 연락 없이 행사장에도 오지 않는 그런 문인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이해해야 할지 난감하다. 남녀노소 불문이니 ‘인간의 도리’가 전방위적으로 무너져 내린 것이 아닌지, 솟구치는 강한 의구심을 주체할 수 없다. 참석은 했는데, 축의금 없이 밥만 먹고 간 문인들도 있어 애들 말로 쪽 팔릴 지경이다.

  다음은 교원들이다. 직장에서 직접 행사장을 찾아온 건 10여 명이다. 대부분 대표로 참석한 것이라 축하해준 동료들은 그보다 훨씬 많다. 그런데 나몰라라 한 경우도 꽤 있다. 일부러 안했는지, 깜박 잊고 못했는지 알 길은 없으나 같은 직장 안에서 서먹서먹한 기분이 들지 않을까, 걱정된다.
   물론 딱히 서운해하거나 괘씸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무릇 애경사가 품앗이이니 앞으로 그들의 그런 행사에 동참하지 않으면 되니까. 전입한지 두 달 남짓밖에 안되었다곤 하나 좀 놀라운 경험이긴 하다. 직장 동료는 친소(親疎)를 떠나 거의 날마다 보는 사이이니까 무조건 그냥 부조하는게 아닌가?

  애경사는 분명 서로 품앗이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걸 모르는 교사들이 있어 꽤 당황스럽기도 하다. 필자의 축하(조문)와 함께 부조금을 받고도 정작 회갑기념회엔 꿩 구어 먹은 교원들이 부지기수이니 말이다. 초청장이 반송된 경우야 그렇다쳐도 그렇지 않은 경우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진짜 난감하다.

  아, 교원들이 보기에 출판기념회는 애경사에 들어가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같은 내용으로 품앗이할 일이 거의 없을테니까. 그렇다면 자녀 혼사때까지 기다려야 도리였나. 또한 부모는 물론 장인?장모 초상까지 이미 치른 처지이니 조문 갈 일은 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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