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의 번뇌(煩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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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의 번뇌(煩惱)
  • 허성배
  • 승인 2015.05.28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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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배 /논설위원

 “중생 무변서원도. 번뇌 무서서 원단 (衆生無邊書願度. 煩惱無書誓願斷)이란 불경(佛經)의 말이 있다. 가이없는 중생(衆生)의 다함 없이 번뇌를 한참이라도 끊어 보려고. 이 작은 산사에 자리 잡아 왔소. 그래도 번뇌(煩惱)는 또한 다함 없고 중생은 역시 가이 없소.
 번뇌의 그림자 조금도 없는 관세음보살의 얼굴을 보고 있을라치면. 그 얼굴은 곧 당신의 얼굴이요. 은은한 산사(山寺)의 풍경(風磬) 소리에 당신인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은 고대 웃음 웃고 말을 건넬 듯도 하오.

 어느 고매(高邁)한 스님의 설법(說法)처럼 억겁(億劫)의 인연으로 맺은 불자님 들이여. 부처를 바라보고 있으면 부처의 마음도 알 듯하오. 쇠로 만들어진 몸이 천 년을 말없이 앉아 있어도. 그이의 손마디에는 체온(體溫)이 스며 있다고 말했다?
 말 없는 부처의 마음을 몰라서야. 말 없는 당신의 마음을 어찌 알며. 또 어찌 말이 없어도 내 마음을 당신에게 보낼 수 있겠소? 그러고 보면 사랑하는 마음은 곧 부처의 마음이요. 말 없어도 알 수 있는 마음을 아는 것이 부처의 길이라면.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이 곧 부처의 길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법문했다. 또 네 가지 가르침 즉 법연사계(法演四戒) 를 강해(講解) 했다. “첫째”세불가 사진(勢不可使盡) 주어진 힘을 다 쓰지 말아라. 만일 힘을 다 쓰면 반드시 화가 생긴다. “둘째” 복불가수진(福不可受盡) 하늘이 내린 복을 다 받지말라 만일 복을 다 받으면 반드시 궁하게 된다. “셋째”규구불가행진(規矩不可行盡) 규율을 다 지키지 말아라 모든 규율을 지키라고 강요하면 반드시 번거롭게 여기게 된다. “넷째” 호어불가설진(好語不可說盡) 좋은 말도 다 하지말라 좋은 말을 다하면 반드시 그 말을 소홀히 여기게 된다는 명언을 말하기도 했다. 인간의 삶을 이루는 힘. 복. 행동. 말. 이 네 가지를 다룰 때 일정 부분을 반드시 남겨 놓으라는 것이다. 힘은 70%만 쓰고 아는 것은 70%만 말하고 자기 욕심은 70%만 구하는 생활을 해 보자. 30%의 비움이 행복을 얻는 비밀일 것이리라고 스님은 해설(解說)했다.   
 산이 너무 깊어 산새도 오기 싫은지 새 소리조차 없이 고요한 한낮. 법당의 부처님도 웃통 벗어 놓고 졸고 있는 산중 절간이요. 부처님께 합장(合掌) 배례를 하려 해도 외려 귀찮아 할까 봐. 당신의 모습을 눈앞에 그리고 명상하는 것이요. 45kg의 여인인 당신이건만. 내 마음에 나타나는 당신이야말로. 관세 음보다 마돈나보다 더 아름다운 하나의 불상이요. 얼마나 아름답게 향기조차 풍기며 내 앞에 섰소.
 수박이 반 조각만 생겨도 보살 임은 부처 앞에 놓았다가 먹는 법이요. 봄 미나리 살찐 맛을 임에게 드리고 싶은 조선의 마음이 바로 이런 거겠지요. 당신을 생각하는 내 마음도 그러하오. 이 아름다운 산과 강과 맑은 바람과 함께 보고 싶은 당신에게 보내고 싶으오. 무언가 당신에게 드리고 싶은 마음. 이 마음은 정이요. 욕심이 아니라 진실이요 평화요. 사랑 그것이요.
 바람기조차 없는 숲 속은 바다 밑처럼 맑으오. 그리고 오직 물과 같은 평화만이 깃드오. 몇백 년을 묵은 아름드리 큰 나무들 속에 섰을라치면. 비바람 눈보라 속에 지나온 나무들의 거룩한 모습에 두 손 모아 합장 하고 싶으오. 남의 눈에 뜨이지 않게 남모르게 숨어 사는 이의 어진 마음을 알 듯도 하오. 여기 두 팔 추켜들고 두 다리 뻗쳐 나무 되어 이 가운데서 일생 살고 싶으오. 당신과 함께 두 그루 나무 되어 천 년 마주 보고만 싶으오.
 비석을 덮고 있는 이끼를 매만지며. 이 비석의 주인공은 어떤 대덕이었던가 생각도 해 보오. 번뇌도 선악도 모두 끊은.  얼마나 의젓한 스님이었을까? 그러나 얼마나 번뇌에 몸부림치고. 그 번뇌를 못 끊었기에 스님이 되기까지 했을까? 시주(施主)의  이름 가운데 끼인 청정 월(淸淨月)이란 이름은. 비석의 주인공을 그리던 여인이었던가? 그 언제 이 비석의 주인공이 나였고. 시주한 아낙네가 당신이 아니었던가. 모두 생각해 보는 산사의 황혼 (黃昏)이요?
 밤이면 캄캄한 고요 속에 물소리만 도란거리오. 거기에 풀벌레소리 어울려 들리면. 마훈 해도 전의 고향 앞 냇가가 생각나고. 시흔 해도 전의 개똥벌레 잡던 어린 때가 보이오. 아니. 그보다도 이 어둠 속에 더 뚜렷하게 나타나는 당신의 모습. 아. 이 밤에 당신과 함께 못함이 정녕 한스럽소. 그러나 이렇게 이 마음 당신을 그리워하고. 당신을 지니고 있는 이 생각만으로도 흐뭇해지는 마음이라오......
 지난5월 25일은 (음력 4월 초파일 부처님 오신 날) 선과 보시와 자비(慈悲)를 가르친 석가모니의 불기 2천5백59주 탄생일이다. 무릇 모든 종교는 유한한 현세적 존재에 대해 영원하고 본래의 존재로의 회귀(回歸)를 기본으로 삼고 있다.
 불타(佛陀)가 그러 햇고 예수 또한 그러했다. 인류의 영적(靈的) 스승들은 마음이 가난한 자. 핍박받는 자. 들을 역설했다. 그렇지만 북녘의 동포들은 이러한 자유마저 누릴 자유가 없다. 부처님 오신날 그 자비로움이 북녘땅에 까지 물결치도록 간절히 바라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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