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꿈꾸던 ‘그 먼 나라’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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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꿈꾸던 ‘그 먼 나라’를 만나다!
  • 송만석 기자
  • 승인 2015.06.08 14: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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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 석정문학관 탐방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  중 략  -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한국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 중 한 명인 석정 신석정 시인의 시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의 일부분이다.

이 시는 서정성이 깃든 목가시를 많이 섰던 신석정 시인을 일제 강점기 시대의 대표적인 저항시인의 반열에 올려놓은 작품이다.

신석정 시인은 1907년에 태어나 1974년 숨을 거둘 때까지 서정성이 풍부한 목가시를 주로 써 왔다.

시인은 1924년 11월 24일 조선일보에 시 ‘기우는 해’를 발표하면서 문단에 등단했으며 1974년 7월 유고시 ‘뜰을 그리며’를 끝으로 작품 활동을 마무리했다.

남긴 시집으로는 ‘촛불’, ‘슬픈 목가’, ‘빙하’, ‘산의 서곡’, ‘대바람소리’ 등이 있다.

시인의 가슴 속 가득히 흘러넘친 시정(詩趣)은 그의 고향이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부안 땅, 변산반도이기 때문이리라.

그런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성장한 시인은 시집 ‘촛불’, ‘슬픈 목가’ 등 서정적이고 목가적인 시를 쓸 수밖에 없는 필연적 운명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신석정 시인을 ‘참여시’의 반대편에 서서 평화롭고 소박한 시골생활과 전원의 흥취만을 노래한 나약한 시인으로만 여긴다면 큰 잘못이다.

문예지 ‘문장’에 게재될 예정이던 시가 검열에 걸리고 ‘문장’이 1941년 강제 폐간되는 등 일제의 압박이 심해지던 때 친일 문학지 ‘국민문학’에서 원고 청탁이 들어오자 청탁서를 찢고 광복될 때까지 절필한 일화는 이미 모두가 알 정도로 유명하다.

일제 강점기 창씨개명을 끝까지 거부할 정도로 지조 있는 삶을 살았고, 우리 시 문학사에 걸출한 시인 정지용·김영랑·김기림·박용철 선생 등과 '시문학' 동인 활동을 하면서 교과서에도 실린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를 비롯해 ‘방’, ‘소년을 위한 목가’, ‘봄의 유혹’ 등 기개 있는 정신이 드러난 시를 많이 남기셨다.

특히 ‘등고(登高)’라는 작품은 시인이 일제의 저항시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그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또 5·16 쿠데타를 통해 박정희 군부가 집권하자 이를 비판하는 시를 발표했다가 고초를 겪기도 했다.

이처럼 서정적이면서도 저항정신이 투철했던 신석정 시인이 꿈꾸던 ‘그 먼 나라’를 부안군 선은리에 가면 만날 수 있다.

지난 2011년 시인이 살던 선은리 청구원 고택 옆에 신석정문학관(부안군 부안읍 선은1길 10)이 개관했기 때문이다.

신석정문학관은 현대 한국 시문학의 고봉 신석정 시인의 청조한 인품과 도저한 시 정신을 널리 선양하고 시인의 정성어린 고귀한 작품과 유품들을 보존코자 건립됐다.

상설전시실과 기획전시실, 영상세미나실, 고택, 시비공원 등으로 조성돼 있다.

상설전시실에는 시인의 문학세계와 지인관계를 알아볼 수 있는 자료들과 대표시집, 유고시집을 비롯해 시인의 서재를 재현해 석정 시인의 시정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기획전시실은 시인의 시 정신을 알아볼 수 있는 참여의식이 반영된 미발표 시와 당대 여러 시인 등과의 서한들이 전시돼 있고 시인의 작품연보를 살펴볼 수 있다.

영상세미나실은 학창시절의 에피소드와 시인으로 입문하게 된 계기 등 석정 선생의 일생을 부안의 자연경관과 함께 영상으로 관람할 수 있다.

1952년까지 시인이 살던 고택 청구원은 초가 3칸의 집으로 ‘촛불’, ‘슬픈 목가’ 등에 수록된 시들이 대부분 쓰인 곳이다.

시비공원에는 시인의 대표 시 ‘기우는 해’, ‘고운심장’, ‘가슴에 지는 낙화소리’, ‘망향의 노래’, ‘임께서 부르시면’, ‘단장소곡’ 등이 새겨져 있다.

인근에 위치한 석정공원에 들려 석정 묘와 시비까지 둘러본다면 한 인간으로써 시인이 이룩한 한국 시문학의 큰 업적을 오롯이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관람시간은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11~2월 오후 5시까지)이며 매주 월요일(공휴일 또는 연휴일 경우 익일)과 신정, 설날 및 추석 당일이다.

소재호 석정문학관장은 “신석정 시인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조명되고 높이 평가받고 있다”며 “문학작품 뿐 아니라 문학정신과 삶 자체가 제대로 평가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 관장은 “석정문학관은 전국의 100여개 문학관 중 자료와 전시물 등이 가장 우수하다”며 “가을철에는 하루 대여섯 대의 관광버스가 문학기행을 올 정도”라고 설명했다.

소 관장은 또 “지난해 신석정 시인 시낭소가협회가 설립됐다”며 “한국의 시인 중 문학관과 문학회에 이어 시낭송가협회까지 설립된 경우는 석정이 최초”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소 관장은 “전국 최고를 자랑하는 석정문학관이지만 자택 복원 및 공원화 미비, 전시물 교체·관리 비용 부족, 조형물 미비, 경관조성 미흡 등의 어려움이 많다”며 “이러한 부분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우리 전북은 유독 한국 문학사에 큰 업적을 남긴 문인들이 많다. 소설 ‘탁류’의 군산 채만식 선생, 소설 ‘혼불’의 전주 최명희 선생, 시 ‘국화 옆에서’의 고창 서정주 시인 등 그 수를 헤아릴 수 없다.

문학에 관심이 많은 이라면 당연 한 번은 문학의 고장 전북을 찾아보길 권한다.

물론 서정적 목가 시부터 현실인식과 참여의식이 반영된 저항 시까지 석정 시인의 시 정신을 살펴볼 수 있는 석정문학관이 그 첫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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