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천안함 침몰 미스터리'의 놀라운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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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천안함 침몰 미스터리'의 놀라운 용기
  • 엄범희 기자
  • 승인 2010.04.20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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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필자의 허락을 받고 올린 글입니다.]

[김명곤 전 문화관광부장관] SBS '천안함 침몰 미스터리'의 놀라운 용기

'천안함 침몰 미스터리'를 다룬 4월 17일자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정말 놀라운 방송이었습니다.

군은 함미가 인양된 뒤부터 천안함 침몰 원인을 내부폭발이나 피로파괴가 아니라 외부폭발로 유도하는 분위기고, 여당과 보수 언론들은 한 술 더 떠서 북한 어뢰의 공격에 의한 침몰이라고 몰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알고 싶다>는 그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날카롭고도 준엄한 질문을 용기있게 던진 것입니다.


이날 방송에서는 천안함 함미 구조물의 변형 정도와 사건 당시의 정황 등을 바탕으로 침몰 사고의 미스터리를 집중적으로 파헤쳤습니다.

먼저 어뢰 공격을 받았다면 화염이나 화약 냄새가 있었을 텐데 왜 천안함 생존자들의 부상 상태가 경미하고, 화염을 본 사람도 없고, 화상 환자도 없고, 화약 냄새를 맡은 장병이 한 명도 없는지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또 어뢰가 선체 하부에서 폭발하여 '버블제트'라는 거대한 물줄기를 일으키고, 그로 인해 선체가 두 동강 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의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만약 버블제트라면 엄청난 물기둥이 솟아야 하는데 생존자들은 물기둥을 보지 못했고, 구조를 담당했던 해경관계자의 증언에서도 옷이 젖은 생존자를 보지 못했다고 한 것을 볼 때 어뢰 공격으로 단정짓기는 무리라는 것입니다.

게다가 그 정도의 폭발이라면 TNT 150kg 규모의 파괴력이니 선체 내부에 있던 장병은 그 소리에 고막이 터지는 것이 정상인데 증언을 통해 볼 때 그 정도의 큰 소리는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같은 조건으로 호주에서 실행된 실험 결과, 선체 갑판이 크게 파괴된 모습을 보인데 비해 천안함의 함미 선체는 비교적 온전한 상태인 점도 버블제트의 가능성에 의문을 갖게 한다고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미국 버클리대 선박구조 전문가인 알라 만수르 교수와의 인터뷰도 그 의혹에 힘을 실어 주었습니다.

그는 아무도 연기나 물기둥을 보지 못했고 물에 젖지도 않았다는 건 수중폭발이라는 주장과는 모순이 된다며 "폭발 이외의 다른 원인으로 배가 반파 될 때도 큰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피로 파괴나 전단 파괴가 일어나도 아주 큰소리가 난다"며 어뢰 공격에 의한 폭발 외에도 큰 소리가 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백령도 인근 경계초소에서 촬영된 '열상감지카메라(TOD)'의 영상 자료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군당국이 영상을 공개하는 과정에서 일관성이 없는 모습을 보여준 점, 사고 전의 영상과 사고 직후의 영상으로 조각을 내서 보여 주는가 하면 사고 시점의 영상은 아직까지 공개하지 않고 있는 점에 대해 지적했습니다.

TOD 촬영을 담당했던 전역자의 증언에 따르면 TOD 촬영은 끊임없이 이어져야 하는 것이 규정인데 중간에 끊어졌다는 군의 설명이 납득이 안가고 의혹만 증폭시키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밖에 기뢰로 인한 폭발 가능성도 낮다는 전문가의 증언과, 초계함이 백령도 근처까지 접근하지 않았다는 백령도 주민들 증언 등 그동안 제기된 여러 의혹들도 제기했습니다.

그와 함께 마지막으로 희생된 장병들과 그 유족들의 가슴 찢어지는 슬픔을 생각해서라도 무능한 정부나 거짓말하는 군이나 정부가 되지 않으려면 진실을 밝히라고 준엄하게 촉구했습니다.


아마도 이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방송하기까지 제작진에게는 적지 않은 어려움과 고통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 어려움과 고통을 이겨내고 프로그램을 방송한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 여러분들의 용기에 찬사를 보냅니다.

군사기밀과 북한의 개입이라는 빌미를 가지고 자꾸만 위기 상황으로 몰고 가려는 정부와 군과 여당과 보수 언론에 맞서 방송에서 이렇게 과감하고 직접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정말 천안함 미스터리의 황사 바람이 부는 사막에서 맑은 오아시스를 발견한 기분이었습니다.

미국 영화 중에는 군대 내부의 비리나 음모를 소재로 다룬 영화가 많습니다.

그 중 관타나모 기지의 비리를 은폐하려는 해병에 맞서 진실을 밝힌 <어 퓨 굿맨>과 이라크 전쟁중에 발생한 비리를 밝혀낸 <커리지 언더 파이어>는 제가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그 두 영화는 미국 군대 내부의 비리를 파헤쳤지만, 그로인해 오히려 미국 군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더욱 굳건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침몰 미스터리 말고도 천안함 사건은 아직 풀리지 않은 수많은 미스터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천안함이 사고로 침몰하는 상황에서 속초함은 왜 천안함 장병을 구하지 않고 북상했는가?

-새때로 추정되는 물체를 향해 76mm 함포를 쏘았다는데 과연 우리 군의 장비가 새떼와 잠수정도 구별 못할만큼 낡고 부실한가?

-사고 관련 핵심내용이 들어 있을 것으로 보이는 천안함과 속초함끼리의 교신내용이나 천안함과 속초함이 평택 해군2함대사령부와 교신한 내용을 왜 공개 안 하는가?

-백령도 어부들 말을 들으면 그동안 천안함같이 큰 배나 함정이 그렇게 가까이 온 것을 본 적이 없었다는데, 왜 수심도 낮고 위험한 그곳으로 갔는가?

-폭발이나 침몰시간의 정확성은 왜 그리도 낮으며, 군의 위기대응 체계는 왜 그리도 미숙하고 엉성한가?

이런 질문들에 대해 단 한 가지도 제대로 된 답을 내놓지 못하는 한국군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볼 때, 우리에게도 오로지 진실을 향한 뜨거운 열정으로 무장한 '진실한 소수(어 퓨 굿맨A Few Good Man)'가 필요한 때입니다.

유가족들은 천안함 침몰 미스터리에 대해 40여 가지의 질문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차가운 바닷속에서 생을 마친 꽃 다운 장병들과 유가족들의 피맺힌 절규를 진무하기 위해서도 그 진실은 반드시 밝혀져야 할 것입니다.


내 아들을 삼켜 버린 잔인한 바다를 바라 보며
만신창이가 된 어미는 숨조차 쉴 수가 없구나
네 눈빛을 바랄 볼 수 없고 네 몸을 만질 수도 없고
네 목소리 조차 들을 수 없기에
피맺힌 눈물이 흐르는구나

미안하다 아들아
칠흙 같은 바다에 있는 너를 구해 주지 못해
어미의 육신이 찢기는 듯 아프구나

사랑한다 아들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내 새끼
그 누구도 용서하지 마라
너를 구해 주지 못한 어미도
진실을 밝히지 않는 대한민국도

오늘도 이 어미는 애타게 네 이름을 불러 본다.

어머니 하며 달려올 것 같은 내새끼
어미의 귀가에 들리는 네 목소리
한 번만이라도 네 얼굴을 만져 보고 싶구나
미안하다
사랑한다
보고 싶다
사랑한다 내 아들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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