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가신 질병, 무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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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가신 질병, 무좀!
  • 김형전
  • 승인 2015.06.28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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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건강관리협회 가정의학과전문의 김형전

전주시 완산구에 사는 한 남성이 결과상담을 받던 중 조심스레 말을 건내왔다.

“저에게 무좀이 있습니다. 가렵고 각질이 생기고 갈라지고 수포도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생겼습니다. 남이 알면 동정은 커녕 ‘더럽다’고 외면할까 두려워 혼자 발을 동동거리며 간지러움을 참고 있습니다. 곧 날씨가 더욱 더워질텐데 무좀이 생겨서 많이 속상합니다.”

무좀은 참 성가신 질병이다. 생명을 위협하는 병에 속하진 않지만 그로 인한 고통이 이만 저만이 아닌데다, 자기가 잘 안 씻어서 걸린 것 같아 일말의 죄책감까지 느껴야 한다. 아픔을 속편히 말하지도 못하고 참아야만 하는 병, 그게 바로 무좀이다.

무좀의 원인균에 따라 백선(피부사상균증), 칸디다증, 어루러기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백선증은 피부사상균이 피부의 가장 바깥층에 감염되는 표재성 감염을 통틀어 일컫는 말로서, 백선은 발생부위에 따라 분류하는데, 머리에 감염되면 머리백선, 사지나 몸에 생기면 몸백선, 발에 생기면 발백선, 손톱과 발톱에 생기면 손발톱백선이라 부른다. 이 중 발백선은 전체의 33-40%를 차지하는 가장 흔한 백선이다.

연구에 의하면 선진국 사람들의 15% 정도가 무좀에 시달린다고 하는데, 우리나라가 거기 속한다고 하면 지금도 6-7명당 한 명은 몰래 발가락을 책상다리에 비비고 있다는 것이다.

무좀은 발에서 발로 전파된다.

무좀은 어른에서 많고, 어린이에선 드물다. 또한, 습기찬 곳을 사람들이 맨발로 걸어야 하는 곳에서 자주 걸린다. 목욕탕이나 수영장, 라커룸 등이 무좀균이 좋아하는 장소다. 구두와 양말을 신고 생활하면 발에 있는 물기가 그대로 유지되고, 그에 따라 곰팡이가 침투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그래서 무좀은 한번 걸렸다 하면 양쪽 발을 동시에 침범하는 경우가 많다.

위와 같은 이유로 무좀은 당연히 여름에 더 많으며, 환자한테서 떨어져 나온, 인설이라는 비듬 비슷한 물질을 통해 발에서 발로 전파된다. 그렇게 떨어진 무좀균의 포자는 12개월 이상 생존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한다.

간지러움, 피부가 희게 짓무르면 무좀 의심하자

무좀은 지간형, 소수포형, 각화형으로 구분되는데 지간형은 4번째 발가락과 5번째 발가락 사이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엄지와 둘째 사이와 달리 이 부위는 발가락 사이의 틈이 없어 공기가 잘 통하지 않고, 습기가 잘 발산되지 않기 때문이다.
증상은 간지러움이 심하고 피부가 희게 짓무르는 것. 피부가 습기에 불어 하얗게 되는 건데, 세균감염이 동반되면 통증과 함께 심한 악취가 나기도 한다.
소수포형은 작은 수포가 발바닥의 중간 부위나 발의 가장자리에 많이 생겨나고, 소수포가 형성될 때 가려움증이 심하다. 각화형은 발바닥 전체에 걸쳐 각질이 두꺼워지고 긁으면 고운 가루처럼 떨어지는데, 가려움증은 그리 심하지 않지만 치료에 잘 안들어 만성적인 경과를 밟는 수가 많다. 떨어진 각질 조각에는 무좀균이 득실대니 주위에 이런 분이 있다면 경계하는 게 좋다.

무좀은 불치의 병이 아니다, 치료가 된다.

항곰팡이 제재를 하루 두 번씩 병변과 그 주변부에 발라주는 것이 일차적 치료다. 무좀균이 세포막을 못 만들게 함으로써 효과를 내는데, 1-2주 정도 발라주면 된다. 하지만 무조건 치료되는 것은 아니다. 비교적 효능이 좋은 염산테르비나핀계 치료제의 경우에도 치료 성공률이 70% 정도밖에 안되고 당장은 나았다 해도 나중에 재발하는 경우도 잦다.

국소적인 치료가 실패하거나 무좀이 만성화된 경우 먹는 약을 써야 한다. 요즘은 반복된 재감염이 가족 내에서 전파되기 때문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와 가족 전부를 치료하는 걸 권장하는 추세다. 치료 후 발을 항상 깨끗하게 씻고, 씻은 후에 잘 말리는 게 중요하다. 가족 내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환자의 양말이나 발수건을 항상 구분하여 사용해야 한다.

아무리 아프고 간지러워도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약 대신 민간요법에 의지하는 것. 식초와 소주를 혼합한 용액에 발을 담갔던 사람도 있는데, 그런 행동은 사태를 더 악화시킬 따름이다. 무좀은 치료가 되는 병이며, 초기 치료를 제대로 하고 발을 잘 말리는 등 예방에 만전을 기하면 얼마든지 편안한 삶을 살 수 있으니, 식초에 의지하는 건 웬만하면 하지 않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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