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도 안 아픈 척, 침묵하는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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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도 안 아픈 척, 침묵하는 간
  • 김나영
  • 승인 2015.07.22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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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건강관리협회 전북지부 내과과장 김나영

우리 몸에서 가장 큰 장기인 간은 그 크기만큼 사람이 살아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간은 손상되더라도 자체적으로 재생하여 필요한 만큼 제 기능을 유지하지만, 70% 이상 손상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간에 오랫동안 상처를 주면 간이 점차 굳어져 회복이 어려운 상태가 되는데 이를 간경변증이라고 한다. 이 경우에 합병증이 잘 생기며 황달, 복수(배에 물이 고이는 증상), 혼수 등이 나타나고 간암이 생길 위험도 높아진다.

우리나라 40~50대 중년 남성의 사망 원인 1위가 간 질환으로 중년 남성의 건강에 위협이 되고 있다. B형 간염 유병률은 줄어들었지만 간경변증과 간암의 최대 원인이다. C형 간염과 알코올성 간 질환, 그리고 최근 중요성이 부각되는 비알코올성 지방간도 간 건강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간 질환이다. 이러한 간 질환을 평소 예방하기 위해서는 생활습관 교정 및 정기적인 건강 체크가 필수다.

A형 간염은 2회, B형 간염은 3회에 걸쳐 백신을 접종하면 간염 바이러스 감염을 막을 수 있다. C형 간염의 경우 아직 백신이 개발되지 않았지만 적절히 치료하면 완치할 수 있으므로, 성인들은 생애 적어도 한 번은 C형 간염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특히 간암은 발견 시기가 매우 중요하다. 간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율이 50%가 넘지만, 말기에 발견하면 환자의 절반정도가 6개월에서 1년 이내에 사망한다.

건강한 간을 위해서는 여러 가지 음식을 골고루 먹되 지나치게 많이 먹는 것은 피한다. 되도록 도정하지 않은 쌀이나 통밀가루, 잡곡 등을 많이 섭취하고 매끼 섬유소가 풍부한 채소 반찬을 충분히 먹는다. 한국건강관리협회 전북지부 건강증진의원 김나영 과장은 “청량음료나 주스, 과자나 흰 빵 등에 들어 있는 설탕, 꿀, 물엿, 액상 과당과 같은 단순당, 정제된 쌀과 밀가루 등은 우리 몸에서 빠르게 지방으로 바뀌어 지방간의 주범이 될 수 있으므로 너무 많이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막걸리, 맥주처럼 약한 술이라도 자주, 많이 마시면 알코올성 간질환이 생긴다. 간 손상의 정도는 알코올 도수가 아니라, 알코올 양에 비례한다. 일주일에 남자는 소주 3병, 여자는 소주 2병을 넘기지 않아야 한다. 만일 만성 간 질환이 있다면 금주하는 것이 좋다. 간은 우리가 복용한 약을 해독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몸에 좋다고 해서 이 약, 저 약 덮어놓고 복용하는 것은 간을 혹사하는 것이다.


간 기능 검사, 침묵의 장기 깨우고 점검하는 수치

 간 기능 검사는 대개 소변과 혈액을 통해 진행한다. 요 검사를 통해서 요 우로빌리노겐, 요 빌리루빈 등을 검사하고, 1차 혈액검사를 통해 GOT, GPT, γ-GTP(감마 지티피), 혈청 유산탈수소효소, 혈청총단백, A/G비, 총콜레스테롤, 총 빌리루빈, 알칼리 인산분해효소 등을 검사한다.
 GOT(아스파르테이트아미노 전이효소, AST), GPT(알라닌아미노 전이효소, ALT)는 아미노산 생성에 관계하는 효소의 일종으로, 간세포가 손상을 받는 경우에 혈중으로 방출돼 수치가 높아진다.
 GOT는 0~33IU/L, GPT는 0~38IU/L가 정상치이며 가능한 정상범위를 유지해야 한다. 정상범위를 벗어나면 급성간염, 만성간염, 간경화, 알코올성 간염 등을 의심해 본다. 알코올로 간이 손상되면 GPT보다 GOT가 더 많이 상승하고, GPT비율이 2배가 넘으면 알코올성 간 질환을 의심한다. 급성간염은 두 수치 모두 급상승한다.

이처럼 건강검진에서 혈압, 혈당과 더불어 빠지지 않는 항목이 바로 간 수치다. 흔히 간 수치가 높다. 낮다 등으로 표현하는데, 정확한 의미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간 수치(간 효소 수치)는 간이 얼마나 튼튼한지를 나타내는 척도다. 이 같은 간 수치를 알아보는 간 기능 검사는 1차적으로 소변을 받고 혈액을 뽑으면 된다. 따라서 검사 전 금식은 필수다. 만약 1차 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되면 2차 혈액 검사를 진행하거나 종양표지자, 복부초음파, CT, MRI, 복강경, 복부혈관조영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심층적인 검사를 진행한다. 간은 2/3가 손상돼도 정상기능을 유지하는 반면, 기능을 상실하기 전까지 이렇다 할 증상이 없어 질환을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간을 ‘침묵의 장기’라는 고약한 별칭이 따라붙는 이유다. 간 기능 검사를 통해 수시로 점검하는 길만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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