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500만 영화 ‘연평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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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500만 영화 ‘연평해전’
  • 장세진
  • 승인 2015.07.27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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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 한별고 교사·문학평론가

오랜만에 ‘군인영화’가 만들어졌다. 메르스 여파로 당초 일정보다 2주 늦은 6월 24일 개봉한 ‘연평해전’(감독 김학순)이 그것이다. 세계 유일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에서 무릇 군인영화는 반공영화였다. 반공이 아니면 정보기관에 불려가 곤욕을 치르던 시절이 있었음은 부인하거나 거부할 수 없는 이 땅의 역사이다.

‘연평해전’ 제작 소식이 알려지면서 집중된 시선도 바로 그 점이었다. ‘연평해전’이 2002년 6월 29일 연평도 부근에서 발생한 북한군과의 총격전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이어서다. 북한군이 적이니 그걸 깨부수는 건 기본적으로 반공영화가 될 수밖에 없지만, 그러나 ‘연평해전’은 궤를 달리 하고 있다. 무조건 애국심만 강요하는 반공영화는 아니란 얘기이다.

우선 ‘연평해전’은 개봉하기까지의 과정이 눈물겹다. ‘26년’, 하나의 약속’, 트’ 등 그런 영화들이 더러 있지만, ‘연평해전’은 크라우드펀딩(다수에게 소액을 투자받는 방식)과 후원금으로 20억 원을 모았다. 이는 순제작비 60억 원(총제작비는 80억 원)의 3분지 1에 달하는 거액이다.

‘연평해전’은 영화가 끝나고 7000여 명의 후원자 이름이 10분 넘게 나오는 ‘장관’이 대미를 장식한다. 국민적 관심이 큰 가운데 우리 앞에 나타난 ‘연평해전’임을 알 수 있다. 특히 해군은 제작비 모금 바자회와 함께 함정과 병력 지원에 이어 진해 기지 등 촬영 장소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동안 군의 영화촬영 비협조에 비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연평해전’은 최순조의 동명소설을 각색한 것이다. 2007년 소설 판권을 사들이고 2008년 영화제작에 본격 나섰지만, 투자자가 나서지 않았다. 2010년엔 천안함 사건이 터져 해군의 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 촬영을 재개하려니 몇 년 사이 불어난 제작비가 벽이었다. 마침내 2013년 1월 크라우드펀딩을 시작, 개봉에 이르게 됐다.

장장 7년에 걸친 각고의 탄생인 셈이다. 거기서 다소 의아스러운 것이 있다. ‘26년’, 하나의 약속’, ‘카트’처럼 힘 없고 당하기만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다른 영화가 분명한데도 그런 험난한 제작과정을 거쳤는가 하는 점이다. 정부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 ‘국제시장’과도 대비되는, 참 이해 안 되는 일이다.
 어쨌든 ‘연평해전’은 개봉 첫날(수요일) 153,402명이던 관객 수가 계속 늘어 ‘터미네이터 제니시스’가 개봉한 7월 2일 전까지 박스오피스 1위를 달렸다. ‘쥬라기 월드’와 ‘극비수사’를 따돌린 성적이다. 더 두고 봐야겠지만 7월 16일, 올해 개봉 한국영화 최초로 500만 명을 돌파한 ‘연평해전’은 대박영화로 거듭나 그 의미가 한층 극대화될 것 같다. 7월 26일 기준 관객 수는 593만 929명이다.

‘연평해전’은 생떼 같은 젊은이 목숨 여섯을 앗아간 교전의 참상을 다룬 슬픈 영화지만, 사실 재미는 없다. 허구로 꾸민 윤영하(김무열)?한상국(진구)?박동혁(이현우) 가족사는 극적 긴장감을 이완시키기도 한다. 평화시와 전시가 대비되긴 하지만, 좀 지루하게 느껴지는 이유이다. 여러 관객이 폰들을 열어 관람 방해를 한 것도 그런 장면에서다.

선제공격 불가라는 교전 수칙이 있었다곤 하나 북한군의 조준사격에 비해 아군의 공격은 난사에 가까운 묘사도 좀 의아스럽다. ‘전투배치’ 훈련 모습이 여러 번 계속돼 철통 같은 경계태세를 한 것과 비교해봐도 좀 어이 없이 당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애국심만 무조건 강조하는 반공영화가 아닌 건 맞지만, ‘연평해전’은 우리가 분단조국에 살고 있음을 깨닫게 한다. 도시는 월드컵 열기로 후끈 달아오른 평화모드인데, 바다에선 서로 죽고 죽이는 전쟁이 거짓말처럼 벌어지는 나라임이 확인되니 더 말해 무엇하랴.

358호 정장의 공격개시 보고에 “좋아, 실시해”라는 편대장 승인 장면이라든가 죽은 박동혁 상병의 가슴에 전기충격기를 들이대며 짐승처럼(벙어리니까) 울부짖는 어머니 모습 등 콧등이 시큰한 대목도 있다. 박동혁과 신병의 경계근무하며 파도맞기 에피소드 등은 영화적 디테일을 살린 것으로 보여 미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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