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코박터균, 너는 누구니?
상태바
헬리코박터균, 너는 누구니?
  • 김나영
  • 승인 2015.10.07 15: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건강관리협회 전북지부 김나영 내과전문의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은 단연코 위암이다. 보통 위암의 주 원인은 과음, 맵고 짠 음식을 먹는 습관이라 생각하지만, 그 외에도 위 점막에 기생하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의 영향도 빼놓을 수 없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는 환자에서 분리된 균주마다 서로 다른 유전체 구조를 가진 특이한 세균집단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헬리코박터균은 우리나라에서 비교적 높은 빈도로 분포하고 있으며, 어린이의 20%, 중년층의 70%, 노년층의 90%가 감염되어 있다고 한다. 헬리코박터균의 정체가 새삼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헬리코박터균은 79년 호주의 병리학자 로빈 워렌이 발견했고, 82년 호주의 미생물학자 배리 마셜이 배양에 성공해 의학계를 놀라게 했다. 이 세균의 발견은 위 속에서는 세균이 증식할 수 없다는 기존 학설을 뒤엎은 것으로, 20세기에 가장 위대한 의학 업적의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로빈 워렌과 배리 마셜은 이 연구를 통해 2005년 노벨 의학상을 수상했다.
 1994년 2월 미국의 한 회의에서는 헬리코박터균이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등과 같은 소화성 궤양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헬리코박터균에 대한 제균이 필요하다고 했고, 이후 헬리코박터균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헬리코박터균은 주로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염된다. 헬리코박터균이 어떠한 경로를 통해 감염되는지 아직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대변이나 타액, 구토물 등을 통한 분변-경구 감염, 경구-경구 감염, 위-경구 감염이 주된 경로로 알려져 있다. 주로 집단생활을 하거나 사회·경제적으로 낙후된 집단일수록 감염률이 놓다. 또한 우리 나라에서는 술자리에서 하나의 술잔을 돌려 마시는 습관을 비롯해 여러 명이 수저를 이용해 한 그릇의 음식을 먹는 경우가 많아 헬리코박터균의 감염률이 다른 나라보다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헬리코박터균의 감염률은 아시아나 아프리카 등의 저개발국에서 높고, 나이가 많을수록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는데, 이 균에 감염되고 나면 균주의 다양성과 감염된 사람들의 감수성에 따라 다양한 상부 위장관 병변이 발생한다.
헬리코박터균이 일으키는 위장관 질병에는 급성 위염, 만성 활동성 위염, 만성 위축성 위염, 비궤양성 소화 불량증, 위궤양, 십이지장 궤양, 위선암, 임파종이 대표적이다. 특히 십이지장궤양 환자의 90%이상이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되어 있으며, 이 세균을 제거하면 궤양의 재발률은 감소한다. 또 헬리코박터균은 위암을 일으키기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TO) 상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는 헬리코박터균을 인간에 대한 1등급 발암 요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헬리코박터균과 위암과의 연관성은 충분하지 않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으며, 특정한 헬리코박터균만이 질병을 일으킬 것이라는 주장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렇듯 무서운 유병률을 가진 헬리코박터균이지만, 감염된 모든 사람이 치료를 받을 필요는 없다. 그러나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되어 있으면서 위궤양·십이지장궤양이 있거나, 변연부 B세포 림프종을 앓는 경우라면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 또한 위염이 심하거나 소화불량이 나타나는 경우에도 담당의사의 판단을 통해 선별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특히 궤양이 동반된 경우 헬리코박터균에 대한 치료를 하지 않고 위장약을 복용하면서 궤양을 치료하면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헬리코박터균에 대해 제균 치료를 하지 않은 십이지장궤양은 그 재발률이 60~100%에 달하며, 헬리코박터균이 성공적으로 제균된 경우에는 5% 이내로 감소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헬리코박터균이 위암의 발병 인자로 인식되면서 위암 치료 전후로 재발을 막기 위해 2008년부터 헬리코박터균 치료가 법정 비급여 치료로 인정되었다. 또한 조기 위암을 진단받은 환자가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되어 있다면 암에 대한 치료 전, 또는 후에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를 받도록 권유하고 있다.
헬리코박터균 감염 예방을 막기 위해선 개별적인 식기를 사용해 식사를 하는 것이 좋다. 궤양이 암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주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한 건강 체크가 요구된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