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기업 현실로 다가온 기업부채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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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기업 현실로 다가온 기업부채 위기
  • 허성배
  • 승인 2015.11.23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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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배/논설위원

        한국에 기업 부채에서 시작한 경제위기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한계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저금리로 연명하는 좀 비기업이 양산되고 있다. 경기가 침체를 거듭하면서 기업들은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경우 세계 경제가 요동치면서 쓰러지는 기업이 속출해 한국 경제에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부채는 늘고 기업의 성장성은 둔화하는데 금리 인상이 현실화될 경우 한계기업들의 도산은 불가피하다. 기업의 부실은 금융기관의 부실로 전이된다. 이 경우 국가신용 도는 떨어지고 우리 경제의 시스템 위기가 현실화된다는 것이 기업부채에서 시작한 경제위기 시나리오다. 한국은행 고위 관계자는 "가계부채보다 기업부채가 더 염려되는 상황"이라고 현재 한국 경제가 닥친 상황을 단적으로 설명했다. 가계는 기본적으로 자산이 부채보다 많고 단위당 부채 규모가 작아 가계부채에서 시작한 경제위기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높지 않다. 반면 기업부채는 단위당 규모가 클 뿐만 아니라 경기 침체로 성장성이 급속히 둔화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경제에 미치는 파괴력이 훨씬 클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의 총부채(은행 대출+비은행 대출+회사채+기타 채무등)는 2015년 상반기 말 기준으로 2,347조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103조 원 늘었다. 이는2014년 상반기증가액(55조 원)의 2배에 달한다.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은행의 기업여신 규모도 2015년 상반기 현재 1,042조7182억 원을 기록해 지난해 말보다 62조 원 이상 늘었다. 기업부채는 2013년 이후 저금리 기조를 타고 빠른 속도로 느는 추세다. 최근 2~3년 사이 년 20조 원가량 늘어난 것에 비하면 3배가량 늘어난 규모다. 은행의 기업 여신은 2013년 이후 저금리 기조를 타고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최공필 금융연구원 박사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관리하는 한계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지연되면서 은행들이 부담해야 할 잠재적 부채는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당국은 향후 경기가 회복되면 구조조정 기업들이 되살아 날 수 있다는 기대를하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이 같은 기대와 반대로 가고 있다.

       내수와 수출이 동반 하락하면서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고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 수준도 내림세를 걷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업경영분석'을 통해 발표한 2015년 상반기 기업의 성장지표는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내렸다. 법인 기업의 매출액증가율(지난해 같은 기간보다)은 지난해 상반기 1.6%에서 올 상반기에는 4.7%로 급락했다. 총자산 증가율도 같은 기간 1.9%에서 1.1%로 감소했다.

       경기 회복을 통해 구조조정 기업이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를 무색하게 하는 지표들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저성장 이전에는 일시적 충격에 따른 단기적인 유동성 위기를 채권단 자금지원으로 해결하고 경기 회복을 기다리면 영업이익으로 부채를 갚는 선순환이 가능했지만. 저성장이 상시화된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고 했다. 한편 2010∼2014년 워크아웃 기간 금호타이어는 우리은행· 산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1조 원 가까운 자금을 수혈받고 파산 위기를 넘겼다. 우리은행은 정부 소유이고, 산업은행은 국책은행이라는 점에서 공적자금 성격의 돈이다. 그런데도 금호타이어 노조는 워크아웃 기간에 수시로 파업을 벌였고, 심지어 워크아웃 졸업 다음 날에도 실력행사에 나섰다. 임금 인상에만 몰두하는 현대노조(연봉 1억 원 육박) 등 강성(强性)·귀족 노조의 고질적인 ‘파업 병(病)’이다.

       결국. 지난 1월 25.6%의 임금 인상으로 금호타이어의 1인당 평균 인건비는 업계 1위 한국타이어를 앞섰지만, 노조는 성에 안 찬다며 추가 인상을 요구하고 결국 파업에 돌입한 것이다. 파업 중에도 회사가 양보안을 내자 이번에는 파업으로 인한 임금 손실 보전용 성과급 150만 원을 요구했다.

       회사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몫 뜯어내기에만 급급한 이들 강성노조가 포진한 대기업의 생산직은 이미 보통 근로자들은 꿈도 못 꿀 고임금을 누리고 있다. 노조의 파업 협박 속에 무리하게 임금을 올리는 관행이 계속되면 기업은 정규직 고용을 회피하게 되고, 청년실업· 비정규직 문제는 더 깊어진다. 이렇듯 노동시장을 왜곡하는 강성노조의 파업 병도 당연히 노동개혁 대상이다. 파업 시 대체근로를 허용하는 등 파업권 남용을 막는 견제 장치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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