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흙먼지 속에서 밥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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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흙먼지 속에서 밥 먹는다
  • 전광훈 기자
  • 승인 2015.11.26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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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에 밀려 학교 식당 신설 뒷전… 교실 내 '오염급식' 방치

현재 식당이 없어 교실급식을 하는 학교가 전국적으로 2000개에 육박한다.

어림잡아 4만 명 이상의 교사, 100만명 가까운 학생들이 매일 먼지 나는 교실에서 밥·국을 나르며 ‘점심전쟁’을 치르는 실정이다.

하지만 교육청들은 막대한 무상급식 예산을 편성하느라 안전하고 위생적인 급식을 위한 식당 신설은 뒷전이다.

매년 40~50개 설치 수준이어서 앞으로 수 십 년간 교실급식을 못 면할 형편이다.

교육부가 올 국정감사에 제출한 ‘학교급식 배식장소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 1만1679개 초·중·고·특수학교 중 교실급식을 하는 학교는 무려 1463개교에 달한다.

식당이 작아 교실급식을 병행하는 503개교를 합하면 1966개교에 이른다.

현재 교실급식 학교는 대부분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경기에 몰려있다.

이들 5개 시도에만 1423개(병행학교 491개)가 집중돼 전체의 97%를 차지한다.

교실급식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부산으로 635개 학교 중 절반에 가까운 314개(병행학교 58개 포함) 학교(49%)가 해당된다.

반면, 전북은 병행학교 단 1곳 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 국감에서도 지적을 받았을 정도다.

하지만 식당 신설비는 ‘0’원으로 요원하다.

무상 교육복지 확대에 밀려서다.

교육청들은 ‘친환경 의무급식’을 표방하며 내년 2조 5천여억원 가까이 예산을 투입할 계획인 반면 정작 위험하고 오염된 교실급식 개선에는 인색하다.

한 교육청 관계자는 "자체 예산으로는 어려워 현재 식당 신설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돈도 돈이지만 유휴교실이 나거나 공간이 나야 하는 문제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예산이 있어도 보통 학교에 공간이 없어 지을 수가 없다"며 "또 식당은 줄을 오래서다보니 학생들은 교실배식을 선호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교육청들의 소극적 태도에 일선 교원들은 "공간 탓은 핑계일 뿐 의지 부족"이라고 꼬집는다.

A초등 교장은 "공간이 충분한 데 교실급식을 하는 학교가 많다. 무상급식 할 돈은 있어도 식당 지을 돈은 없는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B초등 교감도 "공간이 있어 몇 년째 신청한 학교도 예산이 없어 식당을 못 짓고 있다. 지역 국회의원에게 로비를 하는 게 빠르다"고 말했다.

C중 교감은 "교실 환경 상 식중독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무상급식 확대보다 아이들 건강을 위해 식당부터 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학생들이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밥을 먹도록 교육당국이 방치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의지를 가진다면 식당 신설은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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