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이 메마른 도시의 정서
상태바
인정이 메마른 도시의 정서
  • 허성배
  • 승인 2015.11.30 13: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허 성 배 / 논설위원

현대의 도시생활은 곧 단절(斷絶)의 생활정서(生活 情緖)라고 단정하는 사람도 있다. 그 이유는 현대 도시에는 사람은 많은데 친구가 없으며 집은 많은데 이웃이 없다는 이야기다.

친구의 기준이나 이웃의 개념을 어떻게 정하고 하는 말인지를 잘 알 수가 없는 일이어서 그 정도의 이야기로는 긍정도 부정도 할 수가 없다. 그러나 오늘의 도시생활은 옛날의 시골생활에서 볼 수 있었던 그런 친구와 이웃을 기대하기가 어렵게 된 것만은 틀림없는 현실이다.

옛날의 시골에는 어려운 친구를 위하여 대신 부역(賦役)을 하여 주는 사람도 있었고 어쩌다 팥죽이라도 한 번 끓이게 되면 울 넘어 이웃과 나누어 먹던 그런 인정도 있었다. 그러니 어느 한 집에 경사가 있으면 그것은 곧 동네 경사요. 한 사람의 슬픔은 곧 온 동네의 애사(哀史)가 되었다.

그래서 좋은 일은 즐거운 마음으로 언짢은 일은 측은한 마음으로 서로 돕고 아꼈다. 그러다 보니 이웃은 사촌이요. 친구는 형제라. 이런 곳에서는 꼭 가까운 육친이나 일가가 없다고 하여도 외롭지 않게 살아갈 수가 있었다. 그야말로 단절된 인우 일가(隣友一家)라 하여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오늘의 도시 정서는 그렇지가 않다는 것이다. 곳곳에 이웃은 있어도 담을 넘나드는 인정이 없고 날마다 만나는 사람은 많아도 어려움을 의논할 수 있는 친구는 드물다는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현대 도시에서의 이웃은 다만 동일 구역 내에 있는 가정일 뿐이며 친구라고 하여도 그것은 이해를 쫓아 모였다 흩어졌다 할 뿐 상부상조(相扶相助)하는 우정은 그리 흔하지가 않다는 것이다.

나 살기도 바쁜 세상에 내 집에서 내가 살고. 내 것 갖고 내가 먹고. 내가 입고. 내가 쓰면 그만이지 언제 이웃 찾고. 친구 찾고 하랴 하는 것이 현대 도시에서 사는 대부분 사람의 사고라는 것이다. 그러니 자연 이웃을 생각한다거나 다른 사람을 돕는다거나 하는 일은 기대하기가 어렵게 돼 버릴 것은 당연한 사실이 되고 만다.

인류의 문명이 여러 가지 분야에서 고도로 발달한 오늘에 와서 우리 인간들의 생활이 다분히 편리하게 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훌륭한 과학기술은 인간 생활을 여러모로 안정되고 풍족하게 하여 주고 있다. 그리고 이런 혜택은 도시일수록 더 빨리 많이 받고 있으며 도시생활은 확실히 그런 혜택을 더 받고 있어서 많은 사람으로부터 동경의 대상이 되고 있다.

시대적 조류가 이렇게 됨에 따라 사람들은 대대로 물려 온 아름다운 시골 산천을 등지고 도시로 모여들게 되었고 그렇게 하여서 도시로 나온 대부분 사람은 도시생활에서 보람을 느끼면서 살게 되었다.

이런 현상이 전철 후 감(前轍後鑑)이 되어 도시로 밀려오는 인파는 더욱 늘어가게 되어서 이제 어떤 도시는 더 늘어날 수 없을 만큼의 큰 도시로 늘어나고 그런 현상은 또 그런 대형 도시의 주변에 새로운 위성도 시군(衛星都市群)이 늘어나게 하여 너무나 많은 사람 가운데서 살게 된 도시인은 이제 사람을 지겨워할 만큼 사람이 많은 것에 질리고 있는 현실이다.

그러니 언제 이웃을 생각하고 친구를 돕고 할 겨를이 잇겠는가? 더구나 다른 사람의 빈곤이나 건강 그리고 문맹을 거들떠보기나 할 수 있을 것인가? 무지(無知)와 질병(疾病)과 기아(飢餓). 그리고 편협과 같은 암흑만이 인간 세계에 남아나도 거기에 생각을 돌리지 못하는 도시인들의 인정이 메마른 생활에서 우리는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이런 현상이 바로 오늘날의 사회를 분열시키는 양극화와 이기주의적 요인이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될 때가 많다. 이웃을 이해할 줄 모르는 사람들은 다만 자기 이익만을 추구할 뿐이다. 이렇게 자기의 소망만이 잇고 다른 이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회는 다만 경쟁이 있을 뿐이다.

오늘날의 도시생활이 따뜻한 이웃이 없다고 하는 것도 생각하면 도시생활을 하는 우리 자신이 전혀 다른 사람을 생각하려고 하지 않는 데서 온 자연적 귀결(歸結)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전 세계 인류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많은 사람이 편협과 기아와 질병과 문맹으로 말미암아 인간다운 대접을 받지 못하고 무수한 고통을 받고 살고 있다는 것을 인식할 때 이런 도시인들의 생활방식과 인정 어린 의식이 점차 개선해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