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모(歲暮)의 정(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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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모(歲暮)의 정(情)
  • 허성배
  • 승인 2015.12.07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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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성 배 / 논설위원

        급변하는 세태의 소용돌이 속에서 지샌 2015년(乙未 年)도 앞으로 며칠 남지 않은것 같다.

         매서운 한파가 휘몰아치더니 이제는 동장군(冬將軍)의 맹위에 짓눌려 두툼한 외투 깃에 고개가 움츠려지고 세모의 기분이 차츰 번지고 있다.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져 오니 『크리스천』들은 축제 분위기에 들떠 있지만. 비록 하나님을 믿는 신앙인이 아니더라도 섣달 이맘때쯤이면 누구든지 사랑의 실천으로 포근한 인정을 되새겨야 할 때다.

          그러나 우리가 세모의 정에 젖어 훈훈한 인정을 베풀라치면 그 상대가 너무도 많음을 쉬 알 수 있다.

        뜻하지 않은 재해로 인하여 하루아침에 벌거숭이가 되다시피 한 이재민이 있는가 하면 수년을 두고 병상에서 신음하고 이름 모르는 외로운 환자들도 있고 쓸쓸하게 지내는 양로원의 노인네들이나 보육원에서 부모의 정을 모른 채 떨고 있는 사고무친(四顧無親)의 가엾은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날마다 호구지책에 급급해야만 하는 저소득층의 영세민 등등……. 우리가 정겨운 입김을 불어넣어 주어야 할 상대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물론 따스한 마음의 손길을 펼 수 있는 몇 사람의 가냘픈 온정만으로는 이들을 업고 따뜻하게 돌보아 줄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가 모두 조그만 정성일 망정 이럴 때 자랑스럽게 펼 수만 있다면 불행한 이웃과 불우한 사람들에  게 고마움을 느끼게 하여 삶에 대한 용기와 희망을 안겨다 줄 수 있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예나 다름없이 세모(歲暮)가 가까워지면 불우한 이웃과 추위에 떨고 있는 사람들을 돌보려는 인정 있는 마음과는 아랑곳없이 덩달아 여유 없는 들뜬 기분에 젖어 퇴폐적인 행동만을 일삼으려는 사람들이 아직도 우리 주위에 있음은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경건한 마음으로 지새워야 할 크리스마스 이브를 마치 광란의 밤이나 되는 것처럼 기를 쓰고 떠들어 대며 밤을 새운 다던가 술에 만취되어 주당(酒黨) 대회를 방불케 하는 취흥 일변도의 기분에 젖어 성탄의 분위기를 깨는데 정신이 없거나 선남선녀들이 밤을 지새우며 탈선을 하는 날이나 되는 것처럼 『핑크 분위기』에 젖으려는 일부 사람들이 아직도 있다면 건실한 생활인으로서 자세가 갖추어지지 않은 탓일 것이다.

        희로애락이 명멸하는 지난 1년을 반성해 보고 새해(丙申年)의 밝은 설계를 위하여 정겨운 친구들과 얼려 한잔의 회포를 달래보는 것쯤이야 운치 있는 일이겠지만 날마다 송년회랍시고 인사불성이 되어 앞뒤를 가누지 못하는 일이 있다면 이런 일은 또 어떻게 보아야 하겠는가? 그나 그뿐인가? 평소에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까지 값비싼 호화로운 연하장이나 크리스마스 카드를 수백? 수천 장씩 쩍쩍 찍어 남발하는 위세 등등한 그런 사람들의 행동은 또 어떤가?.

        소위 자칭 위정자라고 자처하는 어느 국회 상임위원장이라는 자는 시집(詩集) 한 권 내놓고 출판기념회랍시고 위원장이라는 권한을 남용 관련 각 산하기관에 갑질하여 책 장사를 했다니 이 엄동설한에 떨고있는 불상한 이웃을 돕지는 못할 망정 이런 몰상식한 작태를 서슴지 않는 것이 일부 19대국회 이뿐아니라 19대 국회의원 중 20명가까이가 부정부패로 금배지를 뗻거나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부끄러운 현실을 국민은 누구를 믿고 살아야 하는지 땅을치고 통곡할 일이다?

        지금 우리 앞에는 제야(除夜)의 종이 울려 퍼지는 그 순간까지 숨 가쁘게 뛰어야 할 수많은 일이 산적(특히 19대 국회가 처리해야할 각종 민생법안)해 있다? 세모가 가까워졌다 해도 괜히 들뜬 기분에 젖어 일손을 멈추고 허망한 기분에 들떠 우왕좌왕 한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세계적인 경기 불황이나 긴박한 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 안보적 현실까지 들추지 않더라도 오늘 우리에게 요구되는 일은 각자의 분수에 맞는 생활과 근면한 생활 태도이다. 남이 장을 보러 가니 나도 따라 나선다는 식으로 갚을 능력도 없으면서 빚을 얻어 가면서까지 선물을 주고받는 다든가 송년의 기분에 들떠 낭비 일변도의 헛된 생활을 서슴없이 해서는 안 되겠다는 것이다.

        스산한 기분 괜히 바빠지는 마음이 잊기 쉬운 세모이지만 경건한 마음으로 직장에서나 가정에서 미완된 일들을 말끔히 정리해서 지난 1년의 경험을 값진 교훈으로 삼아 송구영신(送舊迎新)하는 희망찬 새해(丙申年)를 맞을 수 있게 준비하고 불우한 이웃에 『세모의 정』을 흠뻑 나누어 주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 봄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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