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부패 척결과 19대 국회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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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부패 척결과 19대 국회의 현주소
  • 허성배
  • 승인 2015.12.13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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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배/논설위원

  정치인들의 부패와 도덕적 해이가 국민이 참을 수 있는 선을 넘어서고 있다. 청년실업과 직결되는 노동개혁법과 테러방지법. 북한인권법 등 수많은 민생법안을 특별한 이유없이 내팽개친채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와 비례대표 정수를 놓고 허구한날 여 · 야가 공천권 등 당리당략을 위한 주류 비주류간의 밥그릇 싸움만 하다가 19대 마지막 정기국회 회기마저 넘기고 말았다.

  4년 임기동안 1조 원 가까운 국민 혈세를 축내는 헌법기관인 입법부가 도대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국민을 분통 터지게 하고 있다. 이뿐인가? 국회의원들의 비리의 한계가 어디쯤인지 알 수 없을 지경이다. 이런 사람들을 국민의 대표라고 뽑은 국민이 오히려 부끄러워해야 할 판이다.

 얼마 전엔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이 분양 대행업체에서 불법 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되더니 이번엔 산업통상자원위원장이 산하 공공 기관에 책을 팔다 발각됐다. 국토위의 또 다른 의원은 민자(民資) 도로 주변 땅의 지주(地主)들에게서 몇 년에 걸쳐 후원금 수천만 원을 받았다. 낙제 대상인 아들을 졸업시켜 달라고 학교에 찾아간 의원이 있는가 하면, 공기업에 압력을 넣어 사무실 인턴을 취업시켰다는 의혹을 받은 의원도 있다.

 19대 국회 들어 지금까지 의원직을 잃은 의원은 18대 때보다 6명이 많은 22명이다. 지난달에만 3명이 의원직을 강제 박탈당했다. 한 명은 학교 이름을 바꿀 수 있도록 법을 고쳐주는 대가로 돈을 받은 범죄가 확정됐고, 또 다른 의원은 철도 부품 납품을 도와주고 돈을 받았다. 이 외에도 2명이 2심까지 의원직 박탈형(刑)을 받은 상태고 4명은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초선· 다선(多選)이 따로 없고, 여야나 출신 지역도 따로 없다. 역대 가장 썩은 국회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국회 말고는 대한민국의 어느 조직체가 구성원의 7%가량이 부패, 비리, 선거 부정 등의 사유로 직업을 잃거나 감옥에 갇히는 곳이 있겠는가.

 과거 수천억 원대 정치자금이 오가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비하면 개선된 것 아니냐고 항변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구조적으로 정치에 엄청난 자금이 들어가던 시절과 비교하며 자신들의 부패를 합리화하려 한다면 낯 철면피와도 같은 일이다.

 정당과 국회의원들에 대한 세금 지원이 한국만큼 잘되어 있는 나라도 드물다. 우리 정당들은 매년 400억 원(올해 394억 원) 가까운 국고 보조금을 받고 있다. 대선이나 총선이 있는 해는 이 보조금이 두 배가 된다. 후보자가 대선이나 총선에 지출한 비용은 선거 후 세금으로 돌려준다. 국회의원들은 후원회를 통해 1인당 연간 1억5000만 원씩 모아 쓸 수도 있다. 이것도 선거 있는 해는 2배가 된다. 세비(歲費)와 보좌관 인건비 등 국회의원 1명당 연간 7억 원이 넘게 지원되는 돈은 별도다. 이렇게까지 세금 지원을 해주는 것은 단 한 가지, 정치 부패가 사라져야 한다는 것 때문이다. 정치 부패가 사라져야 공무원 부패, 민간 부패가 줄어들고 그래야 선진국으로 갈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 정치인들 행태를 보면 이런 취지는 완전히 무색해졌다. 출판기념회는 뇌물(賂物) 모금회라는 말까지 나올 만큼 부패 통로가 돼버렸다. 작년 지방선거 때 광역단체장으로 어느 당선자 선거 직전 출판기념회에 2만 명이 넘는 사람이 다녀갔다고 자랑하는 일까지 있었다. 이런 노골적 수금(收金) 행각에 비난이 잇따르자 여야는 자정(自淨)을 약속했지만 그때뿐이었다. 법 개정안을 마련하고도 지금껏 심의조차 하지 않았다. 의원회관에 카드 단말기까지 설치한 새정치연합 노영민 의원을 보면 아무리 법으로 막아도 국회의원들이 어떤 기묘한 수법을 새로 개발할지 알 수 없다.

 민심은 국회의 타락과 부패에 진저리치고 있다. 법안 수백 개를 만드는 일보다 정치권의 썩은 부위를 도려내는 일이 몇 배 중요하다는 말도 나온다. 국회가 국민의 냉소(冷笑) 대상이 되면 나라가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고, 그 냉소주의의 근원에 정치 부패가 있다. 부패한 사람들이 만든 법, 뇌물 범벅인 법을 누가 지키려고 하겠는가.

 여 · 야는 이런 민심에 응답해야 한다. 내년 총선에선 당 차원에서 반(反)부패 공약을 내걸고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최소한 부패 사건으로 물러난 사람 지역구엔 공천하지도 말아야 한다. 국회는 1년에 100만 원 이상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대가성이 없더라도 처벌하는 '김영란법'을 만들었지만. 그 대상에 심지어 사립 유치원 교사 언론인까지 포함했다. 그러면서도 국회의원만 예외로 쏙 빼놓았다. 자신들은 향응, 뇌물을 받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정말 철면피 같은 장마당 야바위 집단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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