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부+고등법원=항소법원제 도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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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부+고등법원=항소법원제 도입하라
  • 엄범희 기자
  • 승인 2009.06.12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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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전주고등재판부 증설을 위한 범도민비상대책위원회

광주고법 전주부가 광주고법 원외재판부로 명칭이 변경되면서 도민들의 원성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전주고등재판부증설을 위한 범도민 비상대책 위원회(이하 비대위, 상임대표 김점동(변호사), 김승환(전북대 법대교수))가 항소법원 설치를 제안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8월 18일 비대위가 항소법원 설치를 제안한 것은 전국 처음이다. 비대위는 전주고등재판부 문제의 뿌리는 왜곡된 항소심 구조에 있다고 보고, 인천, 수원, 청주, 강원, 창원, 울산 등과 함께 법원조직법상의 관련규정 개정 노력에 동참해 줄 것도 제안했다

 대법원에게도 1961년 개정된 지방법원 항소부 규정의 모순점및 항소법원 설치와 관련된 제반사항에 대해 즉각 공개토론에 응해줄 것을 요구했다.

◇항소법원 설치 주장 이유
비대위는 지난 6월 27일 결성식을 갖고 50만명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본격적인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1개월도 채 안 돼 10만명이 넘는 도민들이 서명운동에 참여했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도민들이 서명의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비대위는 그동안 지방법원 항소부와 고등법원을 합쳐 항소법원을 설치해 2심재판을 일원화함으로써 심급구조의 왜곡을 교정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심급구조는 앞 심급의 판단을 전혀 새로운 조직의 상위 심급이 다시 검토하는 구조를 가리킨다.

원칙적으로 지방법원이건 고등법원이건 하나의 법원조직 내에는 하나의 심급구조만 존재해야 한다.
따라서 현재의 지방법원 항소심 구조는 심급구조가 지켜야할 원칙에 대한 실종선고를 내려 버린 격이나 다름없게 됐다. 항소심 단계까지는 사실인정, 증거관계, 형의 양정 등에 그 지역의 특수성이 반영될 때 비로소 기계적인 판결이 아니라 살아 있는 판결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국에 불과 5개의 고등법원을 두고 지방법원 항소부가 관할하는 사건 외의 항소심 재판을 모두 관장하도록 하는 현재의 법원구조로는 국민 또는 주민을 위한 법원이 아니라 법원과 법관들만을 위한 법원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비대위는 현재의 기형적 재판구조를 올바른 재판구조로 개혁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이원화된 항소심 구조를 단일화해야 하고 이를 위해 고등법원 재도를 없애고 항소법원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방법원 항소부, 5.16군사 쿠데타의 산물
지방법원이 항소부를 둔 것은 5.16군사쿠데타부터다.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진지한 고민의 산물이 아니라 사법권마저도 효율적으로 행사하도록 하겠다는 기능주의적 발상으로 태생했다.

또한 전국에 극소수의 고등법원을 설치해 놓고 근거리에 있는 국민이건 원거리에 있는 국민이건 가리지 않고 재판정에 불러들이는 고압적이고, 권위주의적인 풍토는 일제시대의 잔재다. 일제는 1908년 경성, 대구, 평양 3곳에만 공소원(지금은 고등법원)을 설치했다. 그후 1952년에 광주고등법원, 1987년에 부산고등법원, 1992년에 대전고등법원이 개원했다. 광주고등법원 관내에 독립적인 전속관할권을 갖는 제주부가 1995년에, 전주부가 2006년에 개원했다.

◇광주고법 전주부 설치를 위한 노력
전북 도민의 각고의 노력은 지난 1995년 김영삼 정부시절부터 시작됐다. 전주지법 관내에서 1심 재판을 받은 후 고등법원의 2심 재판을 받기 위해 광주까지 가야 하는데 따른 시간, 비용, 노력의 낭비는 말할 수 없이 컸기 때문이다.

당시 헌법 제27조 제1항이 국민의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지만, 전북도민에게 고등법원의 재판을 받을 권리는 불평등한 권리이고 껍데기에 불과한 권리였다. 이러한 문제인식에서 전북도민들은 국회에 법원조직법 개정을 통해 전주고등법원을 설치해 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국회는 이를 외면했고, 이면에는 광주전남지역 국회의원들과 법조인들의 은밀한 방해공작도 상당히 작용했다. 2005년 대법원의 규칙개정을 통해 전주고등법원이 아닌 광주고법 전주부의 설치근거가 마련돼 2006년 3월 1일부터 전주부가 재판업무를 시작했다.

광주고법 전주부가 문을 열기까지, 도민들의 청원운동은 불가능에 가까울 만큼 무모한 일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십여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뜻있는 도민들이 ‘전주고법 또는 고법지부를 설치해달라’며 국회와 대법원의 문을 두드렸고, 범도민유치추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끝에 ‘고법 전주지부 설치’라는 결실을 거뒀다.

▶광주고법 전주부 설치의 의미
1980~90년대 이후 전북은 인구수가 줄고 지역에 상주해 있던 기관, 기업들도 차츰 둥지를 뜨면서 상대적 박탈감이 커져왔다. 이 가운데에서도 사법기관이 전북에 신설됐다는 사실은 전북도민들의 자존심과 명예를 곧추세우는 디딤돌로 자리매김했다.


광주고법 전주부 개원을 계기로 전북에 새 꿈과 희망이 시작되고 활력과 열정이 다시 모아지는 새로운 도약이었다. 도민들은 항소심 재판을 받기위해 광주까지 가야하는 불편함을 덜게됨은 물론 재판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만해도 항소심 재판수요가 적을 것으로 예상해 1개 재판부만 설치했지만, 사건증가에 발맞춰 빠른 시일 내에 1개부를 추가로 증설해 재판의 효율성과 전문성을 높일 계획이었다. 고법 전주부는 고법 부장판사와 배석판사 2명 등으로 구성된 1개 항소부로 운영되며 전북지역의 민·형사와 행정 및 가사 사건의 항소심을 총괄했다.

 광주고법 전주부 재판부 개원(2006년 9월)이후 본안사건 처리 사건수는 583건(2006년 9월이후)에서 2007년(1월부터 8월까지) 853건으로 46%증가했다. 올해는 재정신청이 확대되면서 사건수는 더욱 늘어나고 있다. 광주고법 본원(재판부 4개)과 광주고법 전주부(재판부 1개)의 부 재판부 서건처리 부담비율을 보더라도 60%대 40%를 기록했다.

실제 광주고법 본원의 법관 1인당 부담건수는 총 부담건수 2,742건(처리건수 1,973건)가운데 195.9건(처리건수 140.0건)을 부담했다. 반면 전주부는 총 부담건수 1,040건(처리건수 661건)가운데 346.7건(220.3건)에 달해 법관업무량이 과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2008년부터는 공무원 직권남용, 불법체포·감금·독직 폭행 등에 대해서만 가능하도록 한 재정정신청을 모든 고소사건으로 확대하고, 형사소송법도 개정해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린 모든 사건에 대해서도 고등법원에 신청해야 하는 등 업무량이 늘어났다.

◇광주고법 전주부 명칭, 2년도 못 넘기고 원외재판부로 변경
지난 2006년 3월, 광주고법 전주부가 우여곡절 끝에 문을 열었다. 하지만 2008년 2월 대법원은 광주고법 전주부 명칭을 변경해 원외재판부로 고치는 규칙을 개정했다.

광주고법 전주부가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간지 불과 2년도 안돼서다.
당시 ‘광주고법 전주지부 유치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았던 전주지방변호사회 진봉헌 회장과 차종선 변호사, 그리고 김대현 변호사 등 고법 유치에 선봉에 있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고등법원 부의 지방법원 소재지에서의 사무처리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규칙’을 통해 ‘광주고법 전주부’의 명칭을 ‘광주고법원외재판부’로 변경했다. 대법원은 ‘명칭 변경이외에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설명했지만 대법원이 전주부의 명칭을 원외재판부로 변경하게 된 배경, 그 의미와 파장은 결코 간과할 수 없게 됐다.

◇광주고법 전주부 명칭, 원외재판부로 변경 사유는 단순한 ‘업무과중’
대법원이 광주고법 전주부를 원외재판부로 바꾼 이유로 광주고법 전주부 소속 법관들의 업무과중을 들었다. 업무과중으로 인한 재판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한 배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이같은 해명은 ‘석지실장(惜脂失掌)과 다를 바 없다. 법관들의 업무과중이 우려된다면 재판부를 증설하는 것이 최선의 대안이기 때문이다. 이를 외면한 채 미봉책만을 제시하는 것은 전북도민을 무시하고 상대적 박탈감만을 키우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이러한 사태는 광주·전남의 지역패권주의와 무관하지 않다. 전북도민의 안이한 상황판단과 방관 역시 사태를 키우는 결과로 작용했다.

그동안 광주전남지역 정치인들과 법조인들은 광주고법 전주부의 설치를 집요하게 방해했다. 전주부 설치이후에도 광주전남 국회의원들은 국정감사를 통해 전주부 설치가 잘못된 것이라는 점을 강변하고 나서는 등 폐지를 압박해 왔다.

특히, 법원 고위법관들이 광주전남지역 출신들이라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될 일이다. 대법원은 해당 규칙을 개정하면서 그 이유 중 하나로 ‘법령해석의 통일성과 재판의 전문성이 저하될 우려가 있는 등의 문제’를 들었다.

전주부가 설치돼 법령해석의 통일성이 깨졌고, 재판의 전문성이 떨어졌다는 의미다. 이러한 법이론적 논거와 법조문의 해석이 가장 권위 있는 유권적 법해석적용기관인 대법원의 공식문서로 나올 수 있는 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대법원의 주장대로 라면 지방법원도 가능한 적게 설치하는 것이 법해석의 통일성을 유지하고 재판의 전문성을 높인다는 뜻으로 이어져야 한다.

지난 6월 27일 법조계에서는 전북 도청에서 ‘전주고등재판부 증설을 위한 범도민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했다. 비대위는 김점동(전 전주고법유치추진위원회 집행위원장·변호사), 김승환(전 전주고법유치추진위원회 집행위원장·전북대 법대교수) 상임공동대표를 비롯해 김용남(전 전주고법유치추진위 조직위원장·전북행정개혁시민연합집행위원장), 김성주(전라북도의원) 상임집행위원장, 김광수(전 전주고법유치추진위 대변인·전주시의원), 김광수(전 전주고법유치추진위 대변인·전주시의원) 대변인 등 조직을 구성하고 전주항소법원 신설을 위한 100만명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김점동 전주고등재판부 증설을 위한 범도민 비상대책위원회 상임공동대표

제목:항소법원 설치로 보다 신중한 재판 이뤄져야

“세계적인 추세는 인권보장 중심으로 신속하고도 신중한 재판을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지방법원 항소부와 고등법원을 합쳐 선진국처럼 광역지방자치단체 별로 항소법원을 설치해야 합니다.” 도민의 인권보장을 위해 항소법원 설치를 주장하며 50만명 서명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김점동 전주고등재판부 증설을 위한 범도민 비상대책위원회 상임공동대표(백제종합법률사무소 변호사).

김점동 상임대표는 “지난 6월 27일부터 시작한 서명운동이 도민들의 적극적인 호응으로 1개월도 안돼 10만명을 돌파했다”면서 “지금 이순간에도 많은 도민들이 서명대열에 합류했고 비대위의 활동과 함께 행동할 것을 결의하고 있어 100만명 서명운동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주고등법원 재판부 문제의 뿌리는 왜곡된 항소심 구조에 있다. 지방법원 재판부 구성의 원칙이 바뀐 것은 5.16 군사쿠데타 직후의 법원조직법 개정을 통해서다. 1심법원으로서의 기능을 해오던 지방법원 합의부가 항소부로 바뀌게 됐다.

당시 법원조직법 개정은 대의기관인 국회에 의해 이뤄진 것이 아니라 국회가 해산당한 상태에서 초법(超法)기구인 국가재건최고회의에 의해 처리됐다. 재판부의 구성이 비정상적인 헌정 상황하에서 변칙적인 방법으로 구조조정을 당했기 때문이다.

김 상임대표는 “군사정권 이후 계속 시행하면서 지금까지 오게 됐다”면서 “특히 일반사건의 경우 단독판사가 시행하면서 인권보장에 위배되는 등 인권보장에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지방법원 항소부 판사는 1심 과정에서 발생한 선배판사들의 잘잘못을 따지지 못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김 상임대표는 “항소법원으로 갈 경우, 고등법원 배석판사는 근무경력 조건이 있어 부장급으로 올라가기 직전 판사가 하기 때문에 인권보장 등 재판이 충실해 질수 있다”면서 “인권보장시대에 현재처럼 단독판사를 늘리는 경우는 줄어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법원의 재판을 단계적인 심급구조(항소법원)에 의해 운용하는 것은 재판에서 법관이 내린 판단의 오류가능성을 인정하면서 동시에 그 교정의 기회를 열어 놓는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에따라 비대위는 항소법원 설치를 위해 타시도와 연대운동에 나서기로 했다.

김 상임대표는 “비대위는 인천, 수원, 청주, 강원, 창원, 울산 등 법원조직법상의 관련규정개정 노력에 동참할 것을 제의했다”면서 “대법원에는 1961년 개정된 지방법원 항소부 규정의 모순점과 항소법원 설치 등 전반적인 사항에 대해 공개토론을 할 것”을 주장했다./엄범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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