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공·토공 “내 공”… 밥그릇 싸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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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공·토공 “내 공”… 밥그릇 싸움만
  • 엄범희 기자
  • 승인 2009.06.17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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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임대주택사업에 土公 참여시키자 住公 노조까지 반발

경영혁신은 뒷전

‘부채(負債) 공룡’으로 불리는 주택공사와 토지공사 간의 ‘밥그릇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정부가 10년간 50만 가구가 공급될 ‘비축용 임대주택사업’에 토공(土公)을 참여시키기로 결정하자 주공(住公)은 노조까지 나서 정부와 토공을 맹비난하고 나섰다. 주공의 밥그릇을 토공이 빼앗는다는 주장이다.

주공 노조는 최근 성명서를 통해 “절체절명의 위기”라며 “생존권 사수를 위해 최악의 경우 장외투쟁 등 모든 수단을 동원, 전면투쟁에 임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토공은 땅 장사에서 주택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할 수 있는 좋은 계기로 판단, 비축용 임대사업 관련 법안 통과를 위해 로비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물고 물리는 영역확대 전쟁

주공은 서민 주택공급, 토공은 택지·공단 개발로 특화된 공기업이었다. 그러나 주공은 2003년에 30만평, 2005년에는 60만평 규모로 택지개발을 할 수 있도록 입법화했고 민간 아파트 분양사업으로 영역을 늘리고 있다.

당시 토공은 “주공이 택지까지 개발하면 토공과 기능이 중복된다” “공기업이 민간 주택까지 분양하는 나라가 어디에 있느냐”며 맹렬하게 반발했다. 주공은 한 발 더 나아가 아산신도시(876만평)와 파주 운정신도시(285만평) 등 대형 신도시 개발 사업에도 진출했다.

토공도 반격의 기회만 노려왔다. 직접 주택사업에 진출할 법적 근거가 없던 토공은 자회사를 통해 동탄신도시 주상복합아파트 등 주택분야에 야금야금 진출하고 있다.

특히 ‘1·31대책’을 통해 숙원이었던 주택사업 진출의 길이 합법적으로 열렸다. 주공 관계자는 “주택 건설의 문외한인 토공에 주공과 사업영역이 겹치는 주택분야로 진출하도록 하는 ‘1·31대책’은 토공이 로비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현 정부 들어 부채 공룡돼=문어발식 확장 경쟁의 결과, 주공과 토공은 골병이 깊게 들었다. 주공은 2002년 9조7663억원에서 2006년 28조7849억원으로 부채가 늘어났다. 2015년에는 7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토공도 2003년 10조2255억원이던 부채가 지난해 19조2550억원으로 거의 두 배로 늘었다.

인력도 주공은 2002년 3076명에서 작년 말 4246명, 토공은 1820명에서 2805명으로 각각 늘었다. 주공과 토공은 90년대 말만 해도 기능이 겹쳐 통폐합 대상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이 공기업의 치열한 로비전에 밀려 구조조정을 전제로 통폐합 방침을 철회했다.

 현 정부 들어 국민임대주택 100만호 건설(주공)과 행정복합도시·혁신도시(토공) 등 개발사업이 남발되면서 주공과 토공은 몸집이 다시 급속도로 불어나고 있다.

반면 일본의 경우, 우리의 주공과 토공에 해당하는 기관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통폐합됐다. 서울벤처대학 최민섭 교수는 “비슷비슷한 기능을 가진 주공과 토공이 통폐합해야 택지확보와 주택공급이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1·31부동산 대책에 따라 90조원의 펀드와 연간 5000억원의 재정을 들여 10년간 50만 가구를 짓기로 한 30평형대의 중산층용 임대주택. 주공이 반발하는 것은 이 사업에 토공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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