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꽁당보리축제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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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꽁당보리축제가 기다려진다.
  • 허정찬 기자
  • 승인 2016.04.27 12: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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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4. 29. ~ 5. 1. 미성동 화흥산 자락에서

보리밭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
우리에게 꽁보리밭은 어떤 곳인가? 우리시대 연배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어릴 적 추억이 보리 이삭수만큼 넘실대던 곳, 고향의 산모롱이를 지나 들판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5월의 보릿고개를 견뎌야 했던 곳, 식구들 몰래 뒤안길로 빠져 나와 팔베개하고 보리피리 불며 열혈 청춘을 달랬던 곳, 바로 우리 기억 저 편에 자리하고 있는 꽁보리밭이다.

축제를 통해 되새겨 보는 우리민족의 삶
어릴 적 추억이 소설책만큼 쌓인 보리밭 그곳에서 농업인들이 신명난 잔치를 벌인다. 삶을 위한 굿이 즐김 굿으로 바뀌어, 어디에서 본 듯한 가락이 저절로 흘러나오고 양쪽 어깨는 연신 흥으로 살아나는 축제를 펼친다.

『삼국지 위지 동이전』을 보면 동이사람들은 유독 춤과 가락을 좋아했다. 마한사람들도 예외는 아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축제 같은 날들이 많다. 삼진, 단오, 칠석, 백중 등 양의 기운이 넘치는 날 동네사람들이 마을 한 장소에 모여 낮이고 밤이고 가무를 즐겼다. 축제는 이러한 우리민족의 피 속에 면면히 흐르는 가무의 원형이요, 집합체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축제는 이어져온 역사, 조상의 삶 그 자체였다. 있는 그대로의 삶을 가감 없이 보여주되 사람들이 모이면 이야기가 되고, 흥이 오르면 그 가락에 사람들은 몸을 맡겨 즐겼다. 농경문화의 특성상 노동은 먹고 살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행위였고, 노동을 하기 전후에는 으레 구성원들이 모여 떡과 고기를 나누고 가무를 즐겼다. 풍장을 치며 심장의 고동을 깨워내고, 깨워낸 심장의 고동은 다시 힘든 노동을 이기는 원동력이 되었던 것이다.

찰보리산업의 메카 미성동
꽁당보리축제의 원동력인 미성사람들은 이런 우리 조상의 흥을 그대로 내려 받은 사람들이다. 내외적으로 주변 환경이 어려울 때 조상들이 모인 것처럼 그들은 모여서 축제를 고안해 고단한 삶을 기어이 넘어가려 했다. 그런 미성사람들의 움직임으로 대한민국 찰보리 산업화의 맹아가 싹이 텄고, 군산이 찰보리의 메카로 자리 잡기 위한 재도약의 기운이 만들어졌다.

미성사람들은 지금도 당당하게 말한다. “우리는 살기 위해 축제를 했습니다. 처음 우리들이 축제를 하기로 결정하면서 우리가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바람이 멈추면 다시 일어나는 잡초, 그것이 나이고 우리였으면 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축제는 한 번도 미성사람들의 품을 떠난 적이 없다. 자신들이 만들고 자신들이 꾸려왔기에 미운 정 고운정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무엇보다도 꽁당보리축제와 너무나도 닮은 그들의 유전인자가 그들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바로 “우리가 했다는 것”, 그것은 자만이 아니라 자존감의 또 다른 표현이었다.

가장 축제다운 축제 군산꽁당보리축제
축제를 아는 사람들은 단호하게 말한다. 과정으로 보나 결과로 보나 군산꽁당보리축제는 가장 축제다운 축제라고. 왜 일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동이사람들, 마한사람들을 떠올리게 하는 마력이 미성사람들에게서 나오기 때문이다. 더욱이 요즘 축제는 대부분 대행사에 맡겨 진행되며, 실질적인 축제 주체들의 참여 없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군산꽁당보리축제는 민관 합치를 통하여 이루어지는 축제인지라 축제에 대한 실질적인 협의 시 대행사의 기획안이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할 때가 더 많다.

2015년 군산시사회조사보고서에 의하면 군산시의 모든 행사, 축제 중 군산꽁당보리축제의 시민참여율이 가장 높았다는 조사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농경문화에 바탕을 둔 축제가 사람들의 큰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고, 민관 합치가 작동될 때라야 비로소 제대로 된 축제로 평가받아 사람들에게 잠재된 흥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낼 수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군산꽁당보리축제는 그 동안 군산의 찰보리산업, 나아가 군산의 맥류산업의 근간을 강화하는 한 축으로 그 역할을 담당해 왔으며, 이제는 꽁당보리축제가 농업인만이 아닌 시민의 축제로 확장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가성비가 높은 축제’, ‘강소축제’, ‘되는 축제’로 그 가능성을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오라! 봄의 보리밭, 왁자지껄 추억여행으로!”
올해 보리는 이삭 패는 시기가 평년보다 10일 정도 빠른 만큼 축제를 준비하는 발걸음도 조금씩 빨라지고 있다. 오는 29일부터 5월 1일까지 열한 번째 군산꽁당보리축제가 열린다. 4월 끝자락, 화흥산 아래 보리밭에는 다시금 사람들로 북적댈 것이다. 우리 모두가 꽁보리밭에서 신나게 놀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 싱그런 봄 추억여행으로 장식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 날 축제장에 온 아이는 분명 아빠에게, 할아버지에게 물을 것이다. 이까짓 보리밭에 뭐 하러 왔냐고. 재밌는 놀이가 있냐고. 그러면 이런 대답이 메아리처럼 되돌아올 것이다. “아이고 요놈아 늬가, 늬아비가 보리밭에서 생긴 걸 정녕 모른다 말이냐. 하하하.” 그런 꽁당보리축제가 유난히도 기다려진다.
/군산=허정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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