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세트테이프를 만들었던 쏘렉스 공장은 25년 전 문을 닫은 뒤 크고 작은 공간에 다른 공장들이 입주해 사용했으나 제1공정을 담당한 공장과 제2공정인 조립을 담당했던 공장은 옛날 그대로의 흔적이 남아있어 재조명해 본다. /편집자 주
◆전주에서 정서적으로 동떨어진 공장지대에 예술을 접목하다.
금형, 용접, 주물, 주조, 소성을 중심으로 한 뿌리산업이 가동 중인 그 곳은 알게 모르게 많은 예술인들이 드나드는 곳이기도 하다. 예술인들은 도심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재료를 팔복산업단지에서 구하고 수많은 공정 중에서 모티브를 얻기도 한다. 사실 예술과 기술은 애초에 같은 근원을 두고 있지 않은가. 이러한 예술과 기술을 매칭하여 창작을 유도한다면 제2, 제3의 콘텐츠를 끊임없이 만들 수 있다. 이러한 지속적인 네트워킹은 예술과 산업을 상생시키고, 도시의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데 더없이 소중한 역할을 할 것이다.
하지만 어떠한 재생사업도 시민들의 참여와 관심이 없으면 행정적인 절차와 고답적인 운영만 남을 뿐이다. 현재 많은 도시재생 사업들에서 ‘소통’에 방점을 찍는 이유는 그 동안 하드웨어 중심의 문화관련 사업들이 결국 실재와 거리가 먼 공간으로 운영된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는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일상에 스며드는 세심한 과정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체부에서는 전국에서 이뤄지고 있는 산업단지재생사업에 있어 시민들의 참여와 소통을 중시하고 공사 진행 전에 탐색과정(파일럿)을 거쳐 공간과 프로그램을 결정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시민들의 반응을 살피고 의견을 기록하여 그것이 실재 새롭게 단장할 공간에 적용되는 상호 작용만이 그 공간에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팔복예술공장에서는 천 명의 사람을 만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천 명의 사람, 바로 천 가지 진심을 모아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예술공장을 만들고 싶은 것이다. 과거 그 곳의 기억을 가진 사람들과 현재 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들, 그리고 함께 도시의 미래를 상상하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보다 많은 사람의 기억을 간직한 장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시민의 감성을 어루만지고 그들의 발걸음을 받아들인 공간에 그들만의 기억을 자라나게 하는 것, 진정으로 시민과 마음을 함께 하고픈 바람에서 시작했다.
사업이 종료될 때까지 매주 금요일 오후 4시에 팔복예술공장에서 시민라운드테이블 ‘팔복살롱’이 진행된다. 팔복동에 사는 주민, 공장 옆 기찻길에서 웨딩촬영을 했던 주부, 현장을 보고 과거를 상상하며 눈시울을 붉힌 스토리작가, 낡은 공간에서 해보고 싶은 것이 많아 눈을 반짝거리는 예술가, 오랜 토목직 공무원을 퇴직하고도 도시에 관한 애정을 변함없이 쏟고 있는 아저씨, 공간을 기획하고 디자인하는 건축가, 사회와 문화에 호기심이 많은 학생, 처음 발걸음을 한 후 그 다음 10년, 20년 후를 궁금해하는 사람들, 그리고 미래의 주역이 될 아이들까지 모두가 팔복예술공장의 마음의 지분을 차지한 소중한 시민이다.
◆시민들이 찾아와 현장에서 각자의 시각을 공유하고 또 각자의 일상을 이야기한다.
자기소개를 할 때 자신도 모르게 마음을 열고 이야기하는 그 순수한 모습에 매번 감동하고 진짜 자신 스스로 느낀 것을 솔직하게 이야기해주는 그 모습에 매번 감사하다. 아마도 다른 이의 땀방울이 맺힌 공간을 읽는 찡함과 그 흔적 위에 새로운 이야기를 써나갈 책임감, 그리고 참 기묘한 설렘이 작용하는 것 같다. 팔복예술공장은 시민들이 직접 찾아와 눈으로 마음으로 새긴 그 정성이 만드는 것이다. 팔복예술공장이 많은 사람들의 추억의 한 장면으로 남아 두고두고 기억하고 다시 찾고 싶은 곳이 되기를 희망한다. /임종근 기자 jk063@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