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칭 ‘부정청탁법’의 운용을 둘러싼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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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칭 ‘부정청탁법’의 운용을 둘러싼 시사점
  • 옥필훈
  • 승인 2016.09.06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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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비전대학교 교수 옥필훈

2016년 9월 28일이면「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된다. 동법률은 2012년 당시 전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이 추진했던 법안으로 주로 고위공무원과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었는데, 그 이후 협상과정에서 수많은 수정을 거쳐 대상범위가 언론인과 사립대학교 교직원을 포함하게 되어 공무원이 직무관련성이 없는 사람에게 100만원 이상의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대가성이 없어도 형사처벌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이다. 동 법률의 제정의 계기는 2010년 ‘스폰서 검사’, 2011년 ‘벤츠여검사’ 등을 배경으로 반성적 고려에서 대가성이 없이도 처벌할 수 있는 논의가 불거졌고, 김영란법이 더욱 더 세간에 관심을 받게 된 것은 세월호 사건의 원인이 관피아로 밝혀지면서부터이다. 각 국가별로 공적영역에서 부패가 인식되는 수준을 측정한 국제투명성기구(TI)의 2015년 부패인식지수는 OECD 34개국 가운데 27위로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공직자에게 엄격한 나라에서 입법례를 본다면, 미국에서는 1962년 뇌물 및 이해충돌방지법(Bribery, Graft and Conflict of Interest Act), 독일에서는 1997년 부패단속법(Gesetz Bekamfung der Korruption), 캐나다에서는 2006년 이해충돌방지법(Conflict of Interest Act) 등이 있다.
그 안에 2013년 8월에 정부안이 국회에 제출되었고, 2015년 1월 8일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를, 2015년 3월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다. 2015년 3월 26일 현직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본 법안의 공포안을 재가했고, 2015년 3월 27일에 제정된 이 법은 1년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2016년 9월 28일부터 시행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016년 5월 13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의 시행령을 입법예고하였다. 2016년 7월 28일에는 법안이 시행되기도 전에 논란이 많은 탓에 여러 단체에서 그 안에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하였으나, 서로 다른 4건의 위헌심사를 하나로 묶어서 심사하여 헌법재판소(2015헌마236·412·662·673[병합])는 모두 합헌결정을 내렸다. 그 이유는 “언론인과 사립학교 관계자를 적용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은 교육과 언론이 국가나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고, 이들 분야의 부패는 피해가 광범위하지만 원상회복이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언론인과 사립교원도 포함하게 된다. 2016년 8월 29일 정부는 식사·선물·경조사비의 가액기준을 각각 3·5·10만원의 상한액을 결정하였다. 단기적으로 법 시행으로 농축산업계 등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리고 지역유통업계는 미리감치 추석 선물 판매에 돌입하여 김영란법 시행 이전 명절 장사라는 분위기로 최고 50%까지 특별 할인 판매하고 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제1조에서는 “...공직자 등에 대한 부정청탁 및 공직자 등의 금품 등의 수수를 금지함으로써 공직자 등의 공정한 직무수행을 보장하고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하고 있다. 적용대상은 ‘공직자’이나 공무원, 공공기관 임직원뿐만 아니라 사립학교·언론사의 장과 임직원 사학재단의 이사진까지 포함하고 있다(동법 제2조 제2호). 이는 국가와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점으로 분석된다. 동 법률의 주요내용은 ① 공직사회와 이와 관련된 언론, 사학 등에 만연하고 있는 접대문화(겉으로 보기에는 아무 이유없는 접대)를 근절하겠다는 것이다. 종래의 법으로는 뇌물의 영역에 속하지 않았던 부분이 이제는 처벌할 근거가 생성되었다. 예컨대, 공직자 등이 직무와 관련해 100만원이 넘는 금품을 배우자가 받은 사실을 알고도 신고하지 않아도 처벌받게 된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2016년 7월 28일에 “공직자 등이 신고를 하지 않는 의무위반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명확성원칙과 행동자유권을 침해하는 것은 아니며, 연좌제와 자기책임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② 2016년 9월 27일 이전까지는 형법상 뇌물죄와 관련하여 대가성과 직무관련성을 모두 입증하여야 형사처분이 가능하지만, 2016년 9월 28일 이후부터는 동 법률에 따라 1회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수수한 공직자 등에 대해서는 대가성과 직무관련성을 묻지 않고 형사처분하게 된다. 물론 100만원 이하여도 직무와 관련성이 있다고 밝혀지면 대가성 여부와 관계없이 과태료가 부과된다. ③ 동법에서는 15가지의 부정청탁의 금지유형과 7가지의 예외유형을 설정하고 있다(동법 제5조). 예컨대, 예외적으로 상조회, 동호인회, 동창회, 향우회, 친목회의 구성원 등 지속적인 친분관계를 맺은 사람이 질병이나 재난으로 어려운 처지에 놓인 공직자 등에게 제공하는 금품이나, 공직자 등 직무와 관련된 행사에서 주최자가 통상적인 범위에서 참석자에게 제공하는 교통, 숙박, 음식 등은 수수금지 대상에서 제외하게 된다.
필자는 위에서 개략적으로 살펴본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대한 시사점을 몇 가지로 나누어 검토하여 보고자 한다. 첫째, 청렴문화에 대한 새로운 제도적인 시작이 도래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5년 국민권익위원회 부패인식도 조사결과, ‘우리 사회가 부패하다’고 응답한 국민의 59.2%가 답변하였다. 둘째, 동 법률에 따르면 공무원 등이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대가성과 무관하게 처벌되고 가족들이 받는 금품이나 향응도 처벌받게 되는 셈이다. 법제정과정에서 부정청탁의 범위와 적용대상자의 논의가 끊이질 않은 가운데도 김영란법의 적용범위는 가족을 포함할 경우, 당시 정부제출안에 따르면 약 1,548만 명, 여야법안 합의안에 따르면, 최대 2,151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동법률은 원래 취지와는 달리 전국민범죄자 양성법이라는 혹평이라는 의견도 엿볼 수 있다. 셋째, 적용대상자의 범위와 관련하여 온정주의적 처벌관행에서 벗어나 강력한 처벌대응으로 나아가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를 막고 청렴한 사회로 나아가겠다는 국가의 의지가 담겨있다. 따라서 금품 수수 등 대가성과 직무관련성의 입증이 없어도 처벌받게 된다. 따라서 쉽게 거절하지 못한 문화에서 이제는 거절할 수 있는 근거가 생성된 셈이다.
앞으로 공직문화의 관행이 빠르게 변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어진다. 그리고 아직 제도적인 시행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조금씩 밝고 투명한 사회가 다가올 것을 전조하고 있다. 헌법전문에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민국은 ...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 ...”라고 규정되어 우리사회의 폐습으로 작용하는 부정청탁과 금품수수 관행을 근절하여 공직사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를 제고하고, 국제경쟁력을 제고하는 취지는 환영할만하다. 그러나 법률상의 미비점으로 지적되어 온 부정청탁에서 제외된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의 민원 전달 조항, 이해충돌방지조항 신설 여부, 자신을 위한 부정청탁 처벌규정 마련, 배우자의 금품수수 처벌조항 마련, 외부강의 사례금 보완 등에 논란이 있는 가운데, 동 법률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이해 관련 단체와의 충분한 타협과정 없이 졸속입법의 시행은 아닌지, 동 법률이 규정하고 있는 부패행위 통제의 사각지대가 없는지와 이와 더불어 윤리적이지만 단지 불법으로 간주하여 단기적인 시장경제에 미치는 영향점과 이로 인한 우리의 고유의 미풍양속까지 방해하는 점은 없는지에 대해 냉철한 판단과 이에 대한 충분한 검토 및 사후적인 전범위적인 보완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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