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총수들 "대가성 없다" 합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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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총수들 "대가성 없다" 합창
  • 전광훈 기자
  • 승인 2016.12.06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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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최순실 게이트'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질의를 받고 있다.

"청와대 지원 요청 거절 어려워" 강제성 시인
최순실 관련 의혹엔 침묵·회피 '급급'
재단 출연금·최씨 연관성 입증 한계 노출

현 정부의 권력을 등에 업은 미르와 K스포츠재단의 비리가 도마위에 올랐다.

'최순실 국정 농단' 진상 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6일 첫 청문회를 연 것.

이번 청문회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모금 등을 위해 접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8대 대기업 그룹 총수들이 모두 출석해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오전 10시부터 열린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1차 청문회에는 ▲정몽구(78) 현대차그룹 회장 ▲손경식(77) CJ그룹 회장 ▲구본무(71) LG그룹 회장 ▲허창수(68) GS그룹 회장(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조양호(67) 한진그룹 회장 ▲김승연(64) 한화그룹 회장 ▲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 ▲최태원(56) SK그룹 회장 ▲이재용(48) 삼성전자 부회장 등 총 9명의 총수가 출석했다.

여야 위원들은 이날 청문회에서 미르·케이스포츠재단 관련 의혹, 정유라씨 특혜 의혹, 최순실씨 인지 시점, 청와대의 압력 등에 대해 전방위적인 질문을 퍼부었다.

두 재단이 재벌 대기업으로부터 수 백 억원의 출연금을 모을 수 있었던 것과 관련해 ‘대통령의 뜻’이 실렸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히 청문회에서 재벌들이 미르·K스포츠 재단에 사실상 뇌물성으로 기금을 출연했다는 점 등을 밝혀내야 박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에 포함된 뇌물죄의 인과관계가 분명해져 탄핵 추진이 원활할 수 있다는 인식이 나오고 있다.

정가 안팎에서는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 청문회를 통해 재벌들의 뇌물죄를 밝혀내고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총수들 "잘모르겠다" "창피하다"…고개 숙이고 타는 입닦고


이날 회장들은 하나같이 침묵하거나 모르겠다는 취지의 답변을 이어갔다.

장제원 새누리당 의원이 정유라씨 관련 말 구입 의혹을 제기하자 김승연 한화회장은 "죄송합니다. 잘 모르겠습니다"고 말했다.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삼성 합병 관련 의혹을 제기하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여러가지 불미스런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실망감 안겨드려서 저 자신도 창피하고 후회되는 일도 많다"고 답변했다.

최교일 새누리당 의원의 미르·케이스포츠 재단 출연 관련 질문에 신동빈 롯데 회장은 "내 지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태원 SK 회장도 펜싱·테니스 관련 출연금 의혹에 대해 "제가 직접 관여된 사실이 아니고 보고된 사실…"이라고 답변했다.

회장들은 여야 위원들이 날카로운 질문을 이어가자 고개를 숙이고 마른 입을 닦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하라는 압력이 있었다는 발언이 있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침을 삼키고 고개를 숙였다.

최순실 국정농단의 공범이냐, 국민에게 사과하겠느냐는 질문에는 정확한 답변을 피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공범이냐'는 질문에는 "국민 여론을 준엄하게 받아들이고 반성하고 있다"고 답변, '정경유착 고리를 끊을 것이냐'는 물음에는 "경솔했던 일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재단출연 댓가성-최순실 연관 입증 '한계' 노출

1차 청문회에서 핵심인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의 댓가성을 규명하거나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와 대기업과의 연관성을 집중적으로 캐물었지만 이렇다할 의혹 규명은 이뤄지지 못해 국조진행의 '한계성'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야 특위위원들은 한 목소리로 최순실 파문의 핵심이자,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직권남용 혐의와 관련성을 규명하는데 필수인 대기업의 출연금 갹출 의혹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지만 '댓가성' 입증에는 사실상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일부 총수들은 박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문화융성과 스포츠발전을 위해 기업지원을 요청한 사실은 있지만 구체적인 미르재단 등에 출연하라는 얘기는 없었다고 답했다. 일부 강제성은 느꼈지만 댓가성은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독대 당시의 압박감은 일부 시인하면서도 사업 특혜나 총수 사면 등을 위해 청와대와 모종의 뒷거래를 했다는 의혹을 강하게 부인한 것이다.

한편 2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채택된 최순실 씨와 그의 언니 최순득 씨, 조카 장시호 씨는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점과 건강상의 이유를 내세워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고, 또 정유라 씨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우 전 수석의 장모인 김장자 회장에겐 출석 요구서가 전달되지 못했다.

이에 국정조사 특위는 동행명령장을 발부하기로 했지만, 출석을 강제할 법적 수단이 없어 이들 입에서 직접적인 증언을 끌어내기까지 많은 난항이 예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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