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암 신경준의『산경표』(우리나라 산줄기와 갈래를 알기 쉽도록 만든 지리서)
상태바
여암 신경준의『산경표』(우리나라 산줄기와 갈래를 알기 쉽도록 만든 지리서)
  • 신인식
  • 승인 2017.03.12 14: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인식 진안무주장수 본부장

백두산에서부터 갈라진 산줄기와 물줄기를 살펴서 한반도 구석구석까지 뻗 어간 산들을 족보 형식으로 정리한 것이 순창 남산대 출신 신경준(1712~ 1781 년)이 쓴 ‘산경표’다.
신경준은 본관이 고령으로 자는 순민(舜民)이며 호는 여암(旅庵)이다. 그는 학문이 뛰어나 성률·의복·법률·기서(奇書) 등에 두루 통달 했고, 실학사상을 바탕으로 한 고증학적인 방법으로 지리학을 개척했다. 33세까지는 여러 곳을 옮겨 다니다가 33~43세에는 고향 순창에 묻혀 저술에 힘썼다.

여암 신경준은 1754년(영조 30)증광문과에 급제하여 휘릉별검·전적·낭관·정언·장령을 지내고 1762년 서산군수가 되었다. 1770년 문헌비고 편찬에서 여지고(與地考)를 담당했고, 그 공으로 동부승지를 거쳐 병조참지가 되어 팔도지도·동국여지도를 완성했다. 그 뒤 1771년 북청부사, 1773년 좌승지, 강계·순천부사, 제주목사를 지냈다.
그의 대표적인 저술은 1750년(영조 26)에 지은 훈민정음운해이다. 이 책에서는 한글의 작용·조직·기원을 논하여 과학적인 한글 연구의 기틀이 되었다. 훈민정음 창제 이후 가장 깊이 있는 문자론을 전개한 학술적 업적으로 평가된다. 그밖에 일본증운(日本證韻), 언서음해(諺書音解), 평측운호거(平仄韻互擧), 병선책(兵船策), 수차도설(水車圖設), 강계지(疆界志), 산수경(山水經) 등 다양한 분야의 저서가 있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 여암 신경준은 고증학적 방법으로 지리학을 개척한 실학자로 산줄기의 표현을 족보(族譜) 기술형식으로 정리했으며, 산경을 바탕으로 옆에 거리(이수(里數)를 부기해서 이를 펼치면 모든 구역의 경계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도표화한 것이 ‘산경표’다. 전국의 산줄기를 하나의 대간, 하나의 정간, 그리고 13개의 정맥으로 규정했고, 여기에서 다시 가지처럼 뻗은 기맥까지 마치 족보를 엮듯이 상세하게 기록했다. 여기서 경이란 풍수학의 맥 과 같이 끊김이 없는 흐름을 말하는 것이므로 산경(山 經)이란 산들이 끊기지 않고 이어지는 흐름, 즉 산 줄기를 뜻하는 말이다.
지질학상 보아도 태초의 평면에서 물이 한 방향으로 흐르면서 땅이 깎이면 그것이 물줄기가 되고, 물줄기에 깎여나가지 않은 부분이 산이 된다. 산이 양이라면 물줄기는 음이다. 안팎으로 맞댄 것이 산줄기이고 물줄기이다. 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물줄기만 따라가면 산줄기를 알 수 있다. 언뜻 보아도 이건 정말 단순하면서도 고도의 뛰어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산경표’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산줄기는 모두 15개로 대간(大幹) 1개, 정 간(正幹) 1개, 정맥(正脈) 13개로 분류하고 있다.
백두대간(白頭大幹)은 백두산으로부터 시작하여 원산, 낭림산, 금강산, 지리산까지 이르는 한반도의 제일 큰 산줄기이다. 장백정간(長白正幹)은 장백산에서 동쪽으로 뻗어, 경성의 거문령, 경흥의 백악산을 지나 두만강하구의 섬 녹둔도 (鹿屯島)앞에서 멈춘 산줄기이다. 낙남정맥(洛南正脈)은 지리산에서 동남쪽으로 고성의 무량산, 진해의 여항산을 거쳐 김해의 분산(分山)까지이다.
청북 정맥(淸北正脈)은 낭림산(강계)서쪽으로 뻗어 추유령, 이파령, 천마산을 거친 후 신의주 앞바다 신도를 마주한 미곶까지이며, 청남정맥(淸南正脈)은 낭림산에서 서남쪽으로 흘러 묘향산에 이룬 후 계속 서남향으로 이어져 월봉 산, 도회령을 거쳐 광량진의 봉수산까지 이다. 해서정맥(海西正脈)은 두륜산에 서 시작 하여 서남쪽 개연산, 언진산에서 남쪽으로 고정산, 멸악산, 장산곶까지 뻗은 산줄기이다. 임진북예성남정맥(臨津北禮成南正脈)은 개련산(開蓮山:伊川) 으로 부터 해서정맥을 바라보며 남으로 학수봉, 수룡산, 성거 산을 거쳐 개성 송악산 까지 이다.
한북정맥(漢北正脈)은 한강 북쪽을 흐르는 산줄기로 백두대간이 금강산을 향해 달리다가 분수령에서 서남쪽으로 꺾어져 금화, 오갑산, 불정산, 도봉산, 삼각산을 지난 후 교화까지 이어진다. 낙동정맥(洛東正脈)은 태백산에서 서쪽 소백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갈래에서 벋어나 남쪽으로 내려온 산줄기다. 한남금북정맥(漢南錦北正脈)은 속리산 문장대에서 시작해 청주의 상당산성 을 바라보며 동쪽으로 돌아 죽산의 칠현산에서 북으로 한남정맥, 남으로 금북 정맥과 닿는다. 한남정맥(漢南正脈)은 광교산(光敎山 : 수원)으로부터 경기도 및 충청남도 일부 지역을, 금북정맥(錦北正脈)은 송악(松岳 : 온양)으로부터 충청남도 일원을 포함한다.
금남호남정맥(錦南湖南正脈)은 장안산(長安山:長水) 으로부터 전라북도 일대를, 금남정맥(錦南正脈)은 계룡산(공주)으로부터 시작하여 충청도 및 전라북도 서부 지역을, 호남정맥(湖南正脈)은 굴치(屈峙 : 태인)로부터 운주산, 내장산, 무등산에 이른다.
본 책은 조선의 산맥 체계를 수계(水系)와 연결시켜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놓은 책으로서, 현재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일본인이 분류, 명명한 산맥 구분 및 산맥 명칭 이전의 조선의 전통적인 산지 분류 체계를 파악할 수 있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의가 있다. 이러한 ‘산경표’를 근거로 지리학적 산맥 지형도의 변천과정 등의 올바른 정립을 위해 체계적인 연구가 심도 있게 진행 되어야 할 것이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