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안보경제관·포퓰리즘 철저히 검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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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안보경제관·포퓰리즘 철저히 검증해야
  • 허성배
  • 승인 2017.04.24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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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배/논설위원

제19대 대통령 선거는 당연히 한국민의 선택에 달린 일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주변국의 관심이 예사롭지 않다. 미국이 거듭 ‘한미동맹의 견고함’을 강조하는 이면에는 역설적으로 문제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깔렸다.
한미동맹의 시금석처럼 된 ‘사드 배치’에 대한 미국 측의 솔직한 입장은 이런 속내를 짐작하게 한다. 지난달 6일 사드 발사대 2기가 전격적으로 오산 공군기지에 도착했을 뿐 이렇다 할 진전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칼빈슨호에 이어 니미츠호까지 한반도로 이동하고 있다. 일본에 배치된 로널드레이건호까지 3개 항공모함 전단이 한국작전 전구(KTO)에 위치하게 된다. 항공모함 전력으로 북 도발에 대응하고, 또 한국 내 미국인을 보호하려는 조치로 해석할 수도 있다.

한국의 안보. 경제 절체 절명의 이런 와중에 5·9 대선의 공식 선거운동이 17일 0시부터 시작됐다.
대통령 선거전은, 대통령 후보들이 자신의 국정 구상을 자세히 설명하고 국민의 지지를 받아내는 과정이다. 따라서 각 후보 진영은 후보 등록 이전에 그런 포부를 담은 공약집을 국민에게 제시해야 한다.
유권자는 후보자 자질과 공약들을 살펴보고 또 검증하면서 지지 후보를 정하게 된다. 그런데 이번 대선은 이런 공약집 하나 없이 일단 후보 등록을 하고 공약을 제시하는 역순(逆順)이 되고 있다. 차문도 닫지 않고 일단 출발하는 ‘개문 발차(開門 發車)’ 대선으로도 불리는 이유다. 이번 선거운동에서 대선 후보들은 SNS 등을 통해 제각각 우선 유권자의 귀에 솔깃한 공약과 포퓰리즘을 앞다퉈 밝히고 있다,
대통령 파면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갑작스레 맞이한 지각변동 대선이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유권자들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정상적 대선에 비하면 실질적 선거 기간이 3분의 1 또는 4분의 1에 불과한 만큼 필요한 자질과 공약을 집중적으로 보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지금 대한민국은 심각한 안보·경제 위기에 봉착해 있다. 우선, 후보들의 안보관부터 살펴야 한다. 일부 대선 주자들은 최근까지만 해도 사드 배치 반대를 주장했다.
그러나 선제 타격 얘기가 나오자 돌연 입장을 선회할 만큼 안보관이 확고하지 않다.
다음으로, 국민 세금을 왕창 퍼붓는 무책임한 포퓰리즘(PopuLism) 공약은 없는지부터 꼼꼼히 따져야 한다.
하루가 멀다고 신기하거나 한심한 소식이 쏟아진다. 반면 경제는 시들시들하다. 고질적인 내수 침체와 일자리 부족, 특히 청년실업 사태로 활력이 뚝 떨어졌다. 수출이 일부 되살아났다지만 2014년 수준을 회복하려면 갈길이 멀다. 최근엔 외교안보도 휘청거린다.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 가능성까지 회자하면서 가짜 뉴스가 판친다. 안팎으로 나라가 어지럽다. 그렇지만 대한민국은 오늘도 별 탈 없이 돌아가고 있다.
참으로 놀라운 기적이다. 혹자는 한국이 비로소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국가가 됐다는 증거라고 말한다. 대통령이 없어도, 외교적 재난에 직면해도, 경제가 어려워도 그럭저럭 버텨낼 수 있는 `실력’을 갖췄다는 것이다. 정말 그럴까?
고도의 부작위(不作爲), 극단적인 복지부동(伏地不動)이 잠깐의 평안을 만들어낸 것은 아닐까. 지금 한국을 괴롭히는 대부분 문제는 근본적 해결을 회피한 채 시간만 끌다가 더 악화한 것들이다. ‘글로벌’ 경쟁으로 먹고 살아야 하는 한국에는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딱 14일 뒤다. 새 정부가 탄생한다. 솔직히 유능한 정권은 바라지도 않는다. 뭐든 바꿀 수 있는 가능(可能) 정권이길 기대한다.
국정체계와 철학의 대개조가 불가피하다. 소통에 기반을 둔 협치, 합리적 결정에 대한 존중, 경쟁의 복원이 `바뀔 수 있는 나라’의 요체다. 국민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이런 일을 해낼 수 있는 대통령감을 잘 골라내는 것이다. 현재로썬 그 수밖에 없다. 오직 유권자만이 경계해야 할 선택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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