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통령에 세 가지 과제를 바란다
상태바
새 대통령에 세 가지 과제를 바란다
  • 허성배
  • 승인 2017.05.25 14: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허성배/논설위원

역대 대선과 이번 대통령 선거는 “원심분리기”다. 무거운 것과 가벼운 것,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 진실과 거짓 등이 뒤죽박죽 섞여 있다가 이 커다란 원심분리기를 한 번 쓱 돌리면 많은 것들이 시원하게 정리된다.
죽을둥 살둥 정신없이 싸웠지만 이긴 쪽이든 진 쪽이든 대개는 알게 된다. 나라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정치가 우선 해내야 할 일들이 무엇인지, 얼마나 큰 고난의 파도를 넘어야 하는지. 또 죽을 것처럼 싸운 여·야가 서로에게, 또 우리 모두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도 새삼 깨닫게 됐다.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에는 트로이전쟁을 승리로 이끈 위대한 영웅 `아킬레우스’가 등장한다. 그는 전쟁에 나가면 불멸의 명성을 얻는 대신 일찍 죽게 되고, 고향에 머무르면 명성은 얻지 못해도 평화롭게 오래 살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선택의 갈림길에서 아킬레우스는 어떤 길을 택했을까? 그는 영웅의 길을 선택했고, 그의 승리는 수천 년 동안 노래가 되었다. 하지만 그는 운명대로 요절하고 만다. 영웅의 삶에서 영광과 죽음은 한 몸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편안한 길을 버리고, 구국의 마음 하나로 영웅의 길을 택했다. 그 길은 수많은 과제와 싸워 이겨야 하는 고난의 길이다. 우리 앞에 놓인 경제 전쟁, 외교·안보 전쟁, 과학기술 전쟁 등은 만만하지 않다.
세계 최강자들과 다투는 “서든데스”의 싸움판이고, 어제의 방식이 오늘은 통하지 않는 혁신과 창조의 전쟁터다. 너무나도 치열하기에 아킬레우스가 그랬던 것처럼 승리의 영광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영웅의 죽음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이제 여·야는 물론 온 국민이 그를 중심으로 똘똘 뭉칠 것을 기대하며, 새 대통령 앞에 놓인 3가지 과제를 생각해 본다.
첫째, 히딩크를 찾아라. 축구와 대한민국, 어느 것이 더 중요할까? 물론 대한민국이다. 2002년 축구협회도 “월드컵 16강”을 달성하려면 특별한 승부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히딩크를 영입했고, 화끈하게 밀어서 “4강 신화”를 만들었다. 새 정부 역시 국민에게 보답하고 정권을 재창출하려면 혁신력과 추진력을 갖춘 승부사들과 창조적인 플레이어들을 대거 기용해야 한다. 이제 대한민국에 `블랙리스트`란 없다. 여당에 있든 야당에 있든 모두 대한민국이 키운 히딩크 들이다. 그들을 모아 드림팀을 짜야 한다.
둘째, 일자리가 `신(神)’이고 `비전’이다. 일자리가 늘어나면 인구절벽도 소비절벽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협치와 통합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다. 국내 기업이 외국으로 가지 않도록 해야 하고, 외국 기업이 국내로 들어오기 쉽도록, 또 창업이 활성화되도록 과감한 지원책을 쏟아내야 함은 말할 것도 없고, 방해 요인들은 찾아내 철저히 제거해야 한다.
세계 각국은 이미 `특혜주기 경쟁’을 통해 일자리 유치에 목숨 건 지 오래다. 따라서 지금의 일자리 부족은 과거에 우리가 정신 못 차리고 잘못 보낸 시간의 보복이다. 미래에 더 큰 보복을 당하지 않도록 여·야가 힘을 합해 공공 일자리보다는 민간기업 일자리 창출에 국력을 집중해야 나라가 사는 길이다.
셋째, 진영을 벗어나야 대한민국이 산다. `웨스트 윙’이란 미국 드라마가 있었다. 유력한 대선주자인 주인공은 낙농이 강한 뉴잉글랜드 주지사다. 뜻밖에 우윳값 인상 법안에 반대했다. 지역구 주민들이 항의하자 그는 이렇게 답변한다. “현재 미국에서 가장 가난한 계층은 어린이들입니다. 어린이 다섯 명 중 한 명은 더럽고 위험한 곳에서 희망 없이 살고 있습니다. 자유와 민주주의 수호가 국민으로서의 사명이라면, 인간으로서의 사명은 아이들에게 우리보다 더 나은 삶을 주는 것 아닐까요? 제가 반대한 이유는 사람들이 우유를 쉽게 살 수 있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손해를 보셨으니 화도 나고 원망스러우시죠? 하지만 대통령에게 다른 걸 기대하신다면 다른 후보를 선택하시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비록 드라마지만 주인공은 누가(who) 옳은가 대신 무엇(what)이 옳은가를 선택하였다. 우리 모두 진영을 넘어 국익과 미래를 내다보는 인간적이고 철학적인 이 말을 우리는 기억했으면 한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