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새 정부는 위시풀 싱킹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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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새 정부는 위시풀 싱킹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
  • 허성배
  • 승인 2017.06.12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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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배/논설위원

외교가에서 흔히 회자하는 영어 표현 중 하나가 ‘위시풀 싱킹(wishful thinking)’이다. 한국어로 번역하면 ‘희망 사항’ 정도의 의미인데, ‘희망적 관측’이나 ‘부질없는 기대’와 같이 부정적 의미를 더 많이 가진다는 말의 의미를 외국 외신은 지적했다.
‘위시풀 싱킹’의 가장 큰 문제점은 본인의 생각에 맞춰 사물을 바라보고 상황을 해석하다 보니 진짜 그대로의 현실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없다는 데 있다. 잘못된 현실 분석에 기초한 정책은 성공하기 어렵다. 외교가에서 ‘위시풀 싱킹’을 경계하는 이유다. 지난달 5월 5일 출범 38일째를 맞는 문재인 정부가 벌써 이 함정에 빠진듯하다고 워싱턴 특파원은 말했다.
먼저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진용 인사들은 북핵 문제부터 개성공단·금강산관광,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가 지난달 “5·24 대북제재 조치를 해제하고, 개성공단·금강산관광을 재개해야 한다”고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북한의 후견국 이라는 비판을 받는 중국마저도 지난 2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추가 대북제재 결의 채택에 동의할 정도로 국제사회의 단합된 압박 기조와는 상반되는 상황 인식이다. 사드 문제에서는 ‘아전인수’격 해석이 난무하고 있다. 최근 방한한 딕 더빈(민주당 일리노이) 미국 상원의원이 “문 대통령에게 ‘한국이 원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사드 예산을 전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는데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더빈 의원이 ‘한국이 국회를 통해 결정한다면 이를 존중하겠다’고 했다”고만 전하는 식이다.
이는 홍석현 대미 특사가 지난 5월 중순 면담한 허버트 맥 마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한국 입장과 상황을 존중한다”고 말했다고 전한 것과도 같은 맥락이다. 영어의 ‘존중한다(respect)’가 동의를 의미하지 않는데도, 한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입장에 동의하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는 표현들만 강조한 셈이다. 대외관계에서 ‘위시풀 싱킹’은 단순한 상황 판단 오류를 넘어 위험하기까지 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6차례 탄도미사일보다 더 위험한 순항함 미사일(우리 해군 초계함에 치명적 위협) 시험발사를 강행한 북한에 문재인 정부가 국제사회의 단합된 대오에서 이탈할 수 있다는 위험한 ‘위시풀 싱킹’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은 백척간두의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사드 배치 문제를 놓고 환경영향평가 이유를 앞세워 반대하는 미국과 UN 정책에 역행하는 즉 반미(DNA)로 동맹을 깨려는 것이라며 미국 유앤 대사 이키 헬리는 한국이 원하지 않으면 사드를 철수하겠다고 말하고 북한을 지원 하던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를 돕든가 양자택일 해야 할 것이라고 강력 경고했다.
또. 한 마크일 리 미 육군참모총장은 주한미군 장비와 포천 기갑여단 전투부대를 해체 철수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미국은 리퍼트 주한미국 대사를 본국 철수 이후 지금까지 보내지 않은 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한편 중국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사드 철수를 기대하는 눈치가 상당하다. 정부의 잘못된 상황 인식에 따른 어설픈 사드 정책이 이미 중국에 또 다른 ‘위시풀 싱킹’을 심어준 셈이다. 반면, 미국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어떤 외교·안보정책을 취할지를 놓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폭풍 전야 분위기다. 한·미 간에는 늘 각종 현안에서 시차·온도 차가 존재했지만, 지난 1월 트럼프 행정부와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워싱턴 조야에서는 온도 차를 넘어 긴장감이 감지될 정도다.
한반도 안보의 근간인 한·미 동맹을 재확인하는 차원에서라도 6월 말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이 꼭 성공해야 하는 이유다. 그러려면 당장 문재인 정부의 고위 외교·안보진용 인사들은 ‘위시풀 싱킹’을 버려야 한다. 외교적 성공은 냉철한 상황 인식과 현실적 정책 입안이 맞아떨어져야만 국가의 흥·망을 좌우하는 매우 중대한 명제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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