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글쟁이라고 다 그런 건 아닐테지만, 필자는 스포츠에 별다른 취미가 없다. 국민 스포츠라며 호들갑떨어대는 프로야구 경기를 단 한 번도 경기장은커녕 TV로 본 적이 없을 정도이니 말이다. 그쯤되면 취미 없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싫어하는 것이라 해야 맞을지 모르겠다.
그런 필자도 열 일 제쳐두고 유일하게 보는 스포츠 경기가 있다. 바로 축구다. 필자의 축구 취미는 국가대표팀 A매치 경기 TV 중계방송을 백퍼센트 빼놓지 않고 볼 만큼이다. 지난 11일 잉글랜드의 우승으로 폐막한 2017 20세이하(U-20)월드컵에선 우리 나라는 물론 다른 국가들 경기도 몇 개나 봤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우리 대표팀은 5월 30일 열린 포르투갈과의 16강전경기에서 1대 3으로 져 8강 진출에 실패했다. 그 이상은커녕 최소 목표인 8강 진출을 이루지 못하고만 것이다. 다음 날 대표팀은 해산했다. 동시에 국민적 열기도 폭삭 주저앉았다. U-20월드컵 흥행에도 빨간 불이 켜진 모양새였다.
그와 관련이 있는지 자세히 알 수 없으나 6월 4일 8강전 경기중계를 지상파 3사에선 볼 수 없었다. 그뿐이 아니다. 어찌된 일인지 3?4위전은 물론 결승전 경기마저 지상파 방송을 통해선 볼 수 없었다. 한국 팀의 16강전까지 2~3개 지상파 방송이 동시다발적으로 중계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이해가 잘 안 되는 현상이다.
박 터지게 유치할 땐 언제고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축구대회를 그렇게 홀대해도 되는지 의문이다. 중계한 경우에도 정규방송 운운하며 연장전을 계속하지 않는 등 팬들을 실망시켰다. 가령 6월 5일 잠비아와 이탈리아의 8강전, 6월 8일 우루과이와 베네수엘라의 준결승전이 모두 비겨 연장전으로 이어졌는데, 중계를 그만둔 것이다.
8강 탈락후 신감독은 “이런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려면 대학이든 프로든 소속팀에서 많이 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U-20월드컵 대표팀이 “선택과 집중에 실패”, “너무 많은 전술이 독 됐다”는 분석이 들리기도 한다. 모두 그럴 듯한 분석의 진단이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오히려 기니를 3대 0, 아르헨티나를 2대 1로 이긴 조별리그 1, 2차전 경기를 보면 그것들은 구구한 변명처럼 들린다. 이승우.백승호.조영욱 등 선수들 기량이 나무랄데 없었기 때문이다. 용병술에 문제가 있었던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생기는 이유이다.
예컨대 0대 1로 패한 조별리그 3차전 잉글랜드와의 경기에서 왜 주전인 이승우와 백승호를 교체선수로 뺀 것인지 의문이다. 자만심에 가까운 너무 여유로운 용병술이 그만 악수(惡手)가 되고만 것이 아닌가? 만약 그 두 주전을 1, 2차전처럼 선발 투입했더라면 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잉글랜드와 이기거나 비겨서 조 1위가 되었더라면 16강전 상대는 코스타리카였다. 포르투갈보다 훨씬 약체로 평가받는 코스타리카와 연승 신화를 새로 쓴 전주 월드컵 경기장에서 붙었더라면 8강 진출이라는 좋은 결과가 나왔을지도 모를 일이다.
말할 나위 없이 이제 패배의 아픔을 털어내야 하지만, 올림픽이나 월드컵이 그렇듯 U-20월드컵 역시 단순히 선수들 기량 시험의 장이 아님을 명심했으면 한다. 반드시 이겨서 국민들을 기쁘게 해야 하는 보다 국가적인 프로젝트 아님 이벤트라 해야 할까. U-20월드컵 8강 탈락이 안겨준 교훈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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