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고충 외면하면 中企부 신설 무용 문 팬 문자 폭탄 자제해야
상태바
기업 고충 외면하면 中企부 신설 무용 문 팬 문자 폭탄 자제해야
  • 허성배
  • 승인 2017.06.19 14: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허성배/논설위원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후 지난 8일에 경제단체와 대면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기업과 협조가 절실한 점을 고려하면 한참 늦은 자리다.
그러나 기업인의 고충을 귀담아듣기보다는 군림하는 듯한 자세로 일관했다. 정치 권력 앞에서 기업이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다는 현실은 최근 국정농단 사태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그런데도 마치 재계의 굴복이라도 받으려는 행태까지 보여 더 개탄스럽다.

박성택 중소기업 중앙회장은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사회분과 위원들과 간담회에서 “중소기업계는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1만 원 인상 등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면서 고용 유연성 확보 등도 같이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문식 한국주유소 협회장은 ‘최저임금 1만 원’을 두고 “노동시장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급격한 인상”이라고 지적했다. 박 순황 한국금융 형협동조합 이사장은 “금형 등 뿌리 산업은 국내가 아니라 세계와 경쟁하고 있다”면서 “일괄적인 근로시간 단축은 산업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문 정부는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을 배려하는 정책 기조를 앞세우고, 중소 벤처 기업부도 신설키로 했다. 하지만 ‘비정규직 0’ 등 문 정부 노동 정책으로 직격탄을 맞을 대상은 중소상공인들이다. 생존 자체가 어려워질 거라는 호소가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이런데도 오태규 자문위원은 “경총과 같은 생각 하는 것 아니냐”며 되레 면박을 줬다. 국정기획자문위 측은 이어 방문한 대한상공회의소에서도 난데없이 “(한국)노총에서 국정자문위에 파견 나온 것을 가지고 노동자 편향이라고 하는데, 문 후보께서 직접 가서 (정책) 협약을 맺은 곳이 한국노총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런데 국정 기획위엔 한국노총 현직 간부 2명이 참여해 공무원 등으로부터 보고를 받는 반면,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의 쓴소리엔 정권 핵심들이 십자포화를 쏟아냈다. 지난 9일 한 일간신문에 실린 익명의 광고는 ‘지금과 같은 방법으로 밀어붙이면 기업인들은 입을 굳게 다물 것이며, 소통의 정치는 거대한 벽을 만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자리를 만드는 주체는 기업인데, 고충과 현실을 외면한 정책을 강행하면 기업인은 떠나거나 숨어버릴 것이다. 중기 부(中企 部) 몇 개를 만든들 부질없는 일이다. 실제로 한 간담회 참석자는 “현실을 고려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중소기업은 다 죽는다”고 했다.
한편 ㅇ 이외 때를 같이하여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의 ‘문자 폭탄’이 갈수록 더 악성화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장, 경제부총리, 외교부 장관 등의 후보 3명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린 지난 7일 ‘문(文)팬’들이 보인 행태가 적나라한 예다. 어느 야당 의원은 강경화 후보에게 ‘외교부의 개혁 과제 1호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를 물었다가,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 문자 1.000여 통을 받았다고 한다. 후보 신상 검증뿐 아니라 정책 질의에 대해서까지 문 팬의 비위에 거슬린다는 이유로 ‘홍위병’식 공격 대상이 된 야당 의원이 이날만 해도 수두룩했다.
이런 현실까지 이른 데에는 여권(與圈) 책임이 크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시민의 직접 민주주의 참여’ 운운하며 문자 폭탄을 사실상 부추겨왔기 때문이다. “테러, 폭탄으로 정치 쟁점화하는 것 자체가 국민과 민주주의에 대한 모독”이라고도 강변했다. “단지 명칭 때문에 국민의 귀한 의견이 폄하되고 조롱받는 것을 그냥 두고 볼 수 없다”며 폭력적 · 부정적 이미지가 담긴 용어 ‘문자 폭탄’을 ‘문자 행동’이나 ‘문자 정치 참여’로 바꿔 사용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문 대통령도 대선 경선 당시 경쟁 후보에 대한 문 팬들의 문자 폭탄을 “일종의 양념 같은 것”이라며 감쌌었다.
일정한 시간에 시작돼 일정한 시간까지 한 의원에게 많게는 1만여 통을 조직적으로 퍼붓기도 하는 문자 폭탄은 ‘문자 테러’이고 민주주의의 적(敵)일 뿐이다. 국민의당이 문자폭탄 기획단(TF)를 구성해 관련 법안 정비 검토에 나선 취지도 달리 없을 것이다. 이에 앞서 여권부터 빗나간 기업정책 인식을 바로잡고, 문자 폭탄이 되레 문 대통령을 욕보이기도 한다는 사실을 문 팬들에게도 일깨워 자제를 거듭 촉구한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