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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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의 교훈
  • 허성배
  • 승인 2017.07.25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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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배/논설위원

복더위는 입추와 말복(立秋 末伏)을 앞둔 요즈음 섭씨 37도를 오르내리고 있다. 보기 드문 불볕더위 속에 매미의 울음소리가 귓전을 따갑게 한다.
아침부터 울어대는 참매미?쓰름매미, 등의 뒤섞인 울음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어린 시절 매미채로 매미를 잡아 실로 묶어서 놀던 추억이 아련하다.

잊을 수 없는 추억이 있다. 일제강점기 공립초등학교 시절, 개구쟁이로 이름난 친구가 있었다. ‘뱁새’ 라는 별명을 가진 그 친구는 공부는 별로였지만, 짓궂은 장난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을 만큼 심했다.
어느 날 점심시간에 교실에서 큰 소동이 벌어졌다. 남녀 학생이 한 반이었는데 한 여학생이 도시락 뚜껑을 열다가 ′악!′ 하고 비명을 질렀다. 매미가 도시락 안에서 푸드덕 날아올랐기 때문이다.
교실 안은 온통 뒤죽박죽이 되었다. 놀란 여학생들은 욕설을 퍼부었고, 일부 학생들은 도시락에서 뛰쳐나온 매미를 잡으려고 법석을 떨었다. 말할 것도 없이 이 소동을 일으킨 주인공은 ‘뱁새’였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담임 구니신조(일본인) 선생은 수업이 끝난 뒤 뱁새를 불러 장딴지가 터져 피가 나도록 매질을 했다. 60년 전의 일이지만 매미가 울어 대는 여름이면 그때의 추억이 떠오르곤 한다.
매미는 전 세계에 모두 1천5백여 종이 있다는데, 우리나라에는 참매미?말매미?유지매미?쓰름매미?털매미, 등 10여 종이 있다고 한다.
매미는 땅속에서 7년 또는 13년~17년까지 굼벵이로 살다가 이른 여름부터 나타나기 시작하며 매미가 된 뒤 1주일에서 3주까지만 살다가 죽는다. 그래서 그런지 매미의 울음소리를 들으면 듣는 이에 따라, 듣는 장소와 시간에 따라 달리 들린다. 어떨 때는 우렁차게 들리기도 하지만, 어떨 때는 슬프게 들리기도 한다.
매미의 일생을 알게 된 뒤부터는 더욱 슬퍼하는 쪽으로 들린다. 매미가 되어 세상에 나타났을 때 온통 자기 세상을 얻었다고 기뻐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잠깐이다. 세상이란 어수선하고, 이기적이며, 불신풍조와 탁한 것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부터는 매미로 태어난 것이 원망스러웠으리라. 차라리 온갖 것 다 보지 말고 찬란한 미지의 세계를 동경하면서 굼벵이로 땅속에서 사는 것만 못해서 후회하는 울부짖음일지도 모른다.
매미는 이슬만 먹고 산다. 그래서 옛날 우리나라 관리들의 관모(冠帽)에는 매미의 날개 깃털을 달아 쓰게 했었다. 이것이 곧 선관(蟬冠)이다. 관리는 모름지기 매미처럼 청렴해야 함을 뜻한 것이다. 그러나 선관을 쓰고 관리직을 수행했던 옛날 관리들이 매미처럼 청빈했을까?
역사를 돌이켜볼 때 옛날에도 선비다운 선비는 손가락으로 헤아릴 정도였었다. 민초(民草)들은 으레 탐관오리(貪官汚吏)의 학정에 시달렸고. 끊임없이 수탈을 당했다. 오늘날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부정부패와 무질서가 판을 치지 않은가? 공직자들이 그 많은 돈을 어디에 쓰려고 그렇게 긁어모은단 말인가?
이제 입추((立秋)가 다가오고, 처서(處暑)와 칠석(七夕) 그리고 선우월(蟬羽月)도 곧 지나갈 것이다. 조금 있으면 그렇게 시끄럽던 매미소리도 그치게 되리라. 하지만 이슬만 먹고 산다는 매미의 그 청빈정신은 꼭 우리 곁에 두고 갔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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