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성배/논설위원
기업 분업을 통해 생산성이 늘어나고 부(富)가 창출되는 것은 기업의 원리다. 경제학의 시조이자 `국부론`의 저자 애덤 스미스는 기업이 없었다면 수많은 공정과 작업을 혼자서 처리해야 하고 각 독립 생산자끼리 협상해야 한다. 그만큼 시간이나 비용도 많이 들 수밖에 없다. 영국 경제학자인 로널드 코스가 1937년 `기업의 본질(The Nature of the Firm)`이란 책을 통해 제시한 거래비용도 같은 맥락이다. 코스는 경제활동에 따르는 거래비용을 줄이기 위해 기업이 탄생했다고 봤다.
분업이 이뤄지는 기업이란 플랫폼을 통해 생산성이 늘어나면서 국부도 증가한다. 결국. 국부의 원천도 기업인 셈이다. 그런 점에서 기업은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다. 증기기관차나 컴퓨터, 인터넷이 산업혁명을 이끈 주역이지만 기업과 비교하기엔 역부족이다.
한국이 10년째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의 벽을 못 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어느 경제 전문단체기 2016년 비전코리아 프로젝트의 목적으로 연구를 수행한 결과 매출(시장점유율)과 수익성 측면에서 업종별 `글로벌 상위 10위 기업` 숫자와 해당 국가의 소득이 비례한다는 사실을 찾아냈다. 당시 한국에서는 삼성전자 외에는 이 기준을 만족하게 하는 기업이 없었다. 3만 달러 국가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최소한 7개를 만들자는 제안도 내놓았다.
여전히 3만 달러 벽을 넘지 못하는 것은 바로 글로벌 상위 10위 기업을 제대로 키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조선업에서 글로벌 삼인방 중 하나인 대우조선해양의 몰락을 지켜보고 있다.
기업 소유자들이 자식에게 사업을 물려주고 싶은 건 인간의 본능이다. 그러나 과다한 세금 때문에 경영 승계도 못 하는 것은 물론 자식보다 더 소중한 기업을 더 키우지도 못한 채 팔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일부 대주주들은 편법 승계를 하다 국민의 반감만 키웠다. 국제 기준과 동떨어진 세제 탓이다. 이대로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반기업정서는 사라지지 못한다. 기업을 하고 싶어도 손가락질을 받고 재산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 하는 현실이다. 거래비용마저도 건지지 못하는 경영환경에서 누가 창업에 나서려고 할 것인가.
우리 사회 내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기업 경영 투명성도 중요하다. 기업가는 어떤 위법에 대해서도 단호히 맞서면서 투자자나 임직원에게 믿음을 줘야한다. 기업가도 중세시대 기사처럼 기사도정신으로 무장해 `존경받는 국민 기업`이란 인식을 확산시키는 게 필요하다.
존경받는 국민 기업의 틀을 갖춘 글로벌 상위 10위 기업이 많아지면 국부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 주가에도 호재다. 코스피는 최근 1년 새 10% 이상 올랐다. 주가지수 급등의 주역은 바로 글로벌 반도체 강자인 삼성전자(미라클 경영으로 디스 플레이. 중소형 시장 초격차 세계 1위 달성)와 SK하이닉스다.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 주가는 1년 새 67% 올랐고, 시총 2위인 하이닉스 주가는 두 배로 뛰었다.
주가 3,000시대를 앞당겨 투자자들의 수익을 늘리는 촉매도 기업인 셈이다. 이제 코스피 3,000시대를 맞아 글로벌 상위 10위 수준의 한국형 국민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여 · 야 정치권은 국부 창출의 주역인 기업을 압박하는 구태는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한다. 기업이 망하면 국가는 물론 국민은 갈 곳조차 없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저작권자 © 전북연합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