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9일은 국치 아닌 병탄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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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9일은 국치 아닌 병탄이 옳다
  • 허성배
  • 승인 2017.08.27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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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배/논설위원

8월은 우리 역사에서 잊을 수 없는 사건이 많았던 달이다. 8·15 광복절도 그중 하나다. 하지만 8·15 광복절은 잘 기억해도, 나라를 잃었던 8월 29일에 대해 기억하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다.
그날은 지금으로부터 107년 전 식민통치가 시작된 치욕의 사건, 즉 경술국치(庚戌國恥)인 한일병탄조약이다. 이 조약은 1910년 대한제국이 일본과 강제로 맺은 조약으로, 대한제국의 통치권을 일본에 넘겨주고 합병을 수락한다는 내용이다. 조약의 공포는 8월 29일에 이뤄져 대한제국은 일본제국의 식민지가 됐다.

흔히 국권 피탈, 경술국치, 일제강점 등으로도 불린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한국은 일제에 ‘병탄 됐다’ 라는 표현이 적절하다. ‘병탄(倂呑)’이란 “남의 재물이나 영토를 강제로 빼앗아 제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역사에 부끄럽지 않게 당당히 한일병탄조약이란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
일본은 아직도 반세기가 넘도록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은 상태다. 다시는 반복돼서는 안 될 역사이므로 나라의 소중함을 알고 이를 지켜나가기 위해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국가적으로는 과거사를 바로잡고 이를 기록으로 공식화하여 남기면서 대내외적으로 알리는 작업을 해야 한다.
여기에는 반드시 우리 국민의 관심과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와 같은 일본의 자폐적이고 침략적 국수주의 자들은 일본의 침략전쟁 피해국인 대한민국은 21세기 미래지향적 선린관계를 위해 개방적 자세인 데 반해 가해국인 일본은 결자해지(結者解之)는 커녕 적반하장(賊反荷杖)의 태도를 되돌리고 있어 동북아시아에서 고립을 자초하는 길임을 자각 해야 할 것이다. 아베신조(安倍晉三) 정부가 들어서 혹시 외교 정책이 바뀔지 모른다는 기대가 있었지만, 몽상(夢想)이 되고 말았다.
일제의 질곡(桎梏)과 압제(壓制)에서 해방된 우리 민족은 독립과 행복만을 생각하며 희망과 기쁨에 들떠 있었다. 그러나 반갑잖게 찾아온 것은 38선 남·북 분단과 미·소 점령군의 분할 점령이었다. 해방 후 3년 동안 극렬(極熱)한 좌우 대립과 투쟁을 거쳐 자유 민주주의와 공산주의 2개 분단 정부가 출범한 것이다. 화불단행(禍不單行)이라고 할까. 엄청난 재난(災難)이 찾아 왔다.
우리는 1950년 6.25 전쟁 발발과 함께 3년간 3백여만 명이 희생 되었고 전 국토가 초토화(焦土化) 되는 비극을 겪었다. 북한의 남침으로 피비린내 나는 동족상잔(同族相殘)에서 사랑하는 남편과 아들 딸 그리고 부모를 잃은 수많은 전쟁미망인(未亡人)들과 고아들의 고통은 견딜 수 없는 비극(悲劇)이었다.
전쟁에서 요행히 살아남은 이산가족(離散家族)들은 반세기 이상 분단의 고통과 아픔을 간직한 채 하나둘씩 저세상으로 떠나고 있다. 72년 7.4 남·북 공동 성명과 91년 남·북 기본 합의서 채택. 그리고 2000년 남·북 정상회담과 6.15 공동선언 채택(採擇) 등 남·북 화해 교류와 통일을 향한 노력은 부단하게 계속되었지만 서로 다른 이데올로기 차이와 뿌리 깊은 상호불신 때문에 지금까지 아무것도 성사된 것 하나 없이 여전히 원점에 머물러 있다.
2001년 미국 부시 행정부 등장과 북·미간 반목 남북대화 중단 그리고 김정일 의 러시아 방문에서 채택된 주한미군 철수, 북·러시아 공동선언은 2001년에 형성된 남·북간의 구심력(求心力)을 원심력으로 다시 되돌려 놓았다.
그 후 북한은 핵 개발과 미사일 시험발사를 시도 때도 없이 강행하고 있는데 다 UN 결의 맞아 무시한 채 핵 폐기문제에 대한 국제적 손가락질의 대상이 되는 가운데 지금 북한은 사거리 5,500km 이상인 핵탄두 미사일(ICBM) 실험을 6차에 걸쳐 강행하며 미국을 비롯한 괌, 과 일본, 한국 등 주요사설을 공격하겠다고 협박하고 있어 통일 분위기는 고사하고 남·북 관게는 극도로 악화하여 통일을 위한 대화는 원점에서 맴돌고 있다.
이것이 광복 72돌을 맞은 우리 민족의 현주소다. 그러나 지금 우리 민족을 둘러싼 이런 난제 들을 쾌도난마(快刀 亂麻)로 해결할 길은 얼마든지 열려있다. 문제는 북한 당국자들이 그 길을 선택하느냐이다. 북한 당국은 두 눈을 크게 뜨고 미래세계의 모습을 그려보아야 한다. 세계가 1989년 동구 공산권 붕괴(崩壞)이래 급속도로 시장경제 원리와 개혁 개방 쪽으로 가고 있다는 현실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북한은 자유와 인권의 범세계적 대조류(大潮流)를 따라야 한다.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그 대조류는 인류 보편(普遍)의 가치이며 그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역사적 진리요 대세이다. 지금 자본주의 실험을 하는 중국과 베트남은 바로 그런 대조류에 따라 시장경제 원리와 개혁개방을 열심히 함으로써 경제 대국이 되고 있다.
북한 당국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마친 중국 역시 1당 독재가 아닌 다원화(多元化) 되고 자유로운 수정주의(修正主義) 즉 “신생 중국”으로 변모 한 것이다. 광속도(光速度)처럼 빠른 세상변화를 마냥 무시할 수 없는 것이 북한이 처한 광복 72돌의 냉엄(冷嚴)한 현실이라는 사실을 깊이 인식하고 뒤늦게나마 지금 추진중에 있는 남·북한이 통일을 앞당기기 위한 핵 폐기문제 등 진실한 대화가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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