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지난 4일 KBS와 MBC 두 공영방송 노조가 동시 총파업에 들어갔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MBC노조)는 이날 오후 2시 전국 18개 지부 조합원 약 1500명이 서울 상암동 사옥에 모여 파업 출정식을 가졌다. 이들은 ‘김장겸 사장 사퇴’와 함께 “김장겸 체제를 떠받친 지역 문화방송 경영진도 함께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KBS새노조) 조합원들은 같은 날 오후 3시 서울 여의도에서 파업 출정식을 열었다. 1000여 명의 조합원들은 “새노조 총파업으로 고대영 체제 청산하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경영진 사퇴를 촉구했다. 7일 KBS노동조합(1노조)까지 파업에 돌입, 전체 참여 인원은 3700여 명에 이르렀다는 보도이다.
KBS와 MBC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 것은 5년 만의 일이다. 2012년 당시 파업은 각각 이명박 대통령후보 캠프 MBC 김재철, 특보출신 KBS 김인규 사장에 대한 퇴진운동이었다. 1월과 3월 각각 파업을 시작한 MBC노조는 170일, KBS 노조원들은 93일 만에 업무에 복귀했다. 핵심 요구조건인 김재철.김인규 사장 퇴진을 이끌어내지 못한 채였다.
이를테면 그때 실패한 파업을 5년 만에 재개한 셈이다. 이번에도 그들의 파업 이유는 한 마디로 사장 퇴진과 공영방송 정상화다. 현직 대통령이 탄핵과 함께 구속.기소되고, 조기 대선에 의해 정권교체가 이루어지는 등 그야말로 세상이 확 바뀌었는데, 유독 공영방송만은 5년 전 총파업을 벌이던 때와 다름이 없다는 반증이다. 정권교체의 무풍지대란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다른 점이 있다면 “고대영.김장겸 퇴진은 돌이킬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이 싸움은 이길 수밖에 없는 싸움”이라는 노조원들의 총파업에 대한 인식과 확신이다. 가령 MBC의 경우 93.2%가 총파업에 찬성하는 사상 초유의 찬성률을 보였다. 또한 한국방송학회.한국언론학회.한국언론정보학회 등 3대 언론학회 소속 언론.방송학자 467명도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MBC.KBS 사장 및 이사장 등은 즉시 물러나야 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후 양사 노조는 ‘적폐 이사’로 규정한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고영주 이사장.김광동 이사, KBS 이인호 이사장.조우석 이사에 대한 파면 요청을 시민 10만 4004명의 청원서와 함께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에게 전달했다. 6일엔 참여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500여 개 시민단체가 모인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서울 광화문 세월호광장에서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파업 지지 기자회견을 열었다.
같은 날 부산환경운동연합 등 57개 단체, 89개 단체로 구성된 국민주권실현적폐청산 대전운동본부, 60여 개 시민단체가 모인 KBS.MBC정상화를 위한 전북지역 시민사회단체 등 지방에서도 파업지지 기자회견이 잇따라 열렸다. 그럼에도 방문진의 유의선 이사가 7일 사의를 표명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뿐이다. 두 공영방송 사장이나 이사장의 자진 사퇴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현재로선 총파업이 언제까지 갈지 암담하고 답답한 지경이다.
프로그램 결방이나 축소 방송 등 파행이 불가피해졌지만,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해서라면 감내할 수 있어야 한다. KBS와 MBC 노조원 총파업이 그들만을 위한 생존투쟁이 아니기 때문이다. KBS와 MBC는 그냥 회사가 아닌, 국민이 주인인 공영방송이어서다. 두 공영방송 노조의 총파업을 지지하는 건 주권을 찾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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