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라, KBS.MBC 총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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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라, KBS.MBC 총파업!
  • 장세진
  • 승인 2017.09.20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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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지난 4일 공영방송 노조원들의 총파업이 시작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저는 공영방송을 정권의 목적으로 장악하려 했던 정권도 나쁘지만, 그렇게 장악당한 언론에게도 많은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KBS와 MBC 두 공영방송 노조 총파업에 하나의 동력으로 작용했을 법하다.
그런데 그 이전 MBC 김장겸 사장에게는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법원의 체포영장이 발부되었다. MBC노조가 고발한 부당노동행위 혐의에 대해 조사할 것이 있으니 나오라는 검찰의 몇 차례 소환에 불응하자 나온 조치였다. 참고로 부당노동행위는 사용자가 노동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행사를 방해하는 걸 말한다. 가령 파업 참여자에게 주는 인사 불이익이 그것이다.

이에 사측은 “공영방송 MBC를 장악하기 위한 정권의 탄압이 사장 체포영장 발부로 노골화됐다. 자기편이 아닌 언론인들을 싹쓸이 대청소하겠다는 것은 명백한 언론 탄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렇다면 전국 18개 지부를 포함한 MBC 노조원 1500여 명은 결방이나 시간 단축 등 방송 파행을 무릅쓴 채 지금 ‘뻘짓’을 하고 있다는 말인가?
검찰에 마지못해 출석해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진 김장겸 사장은 “공영방송이 무너졌는지는 대통령과 정치인이 판단할 문제라고 보지 않는다”(경향신문, 2017.8.24.)는 주장까지 했다. 그런 주장을 이명박정권의 방송 장악 시절에 펼치고 소신대로 했다면 2012년 공영방송 노조의 총파업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었을텐데….
그런데 느닷없이 자유한국당은 1주일 만에 복귀하긴 했지만, 김장겸 체포영장 발부에 항의해 정기국회 보이콧과 장외 투쟁을 벌였다. 자유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이 집권여당으로써 이명박 대통령 이후 9년간 정권의 방송 장악을 실현한 사실이 다 알려져 있는데, 그런 적반하장이 있을 수 없다. 그야말로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격이다.
이명박 대통령때처럼 정권이 자기 입맛에 맞는 사장을 임명하여 방송을 장악하는 일이 다시 벌어져서는 안되지만, MBC사측이나 자유한국당 주장처럼 일련의 공영방송 사태가 언론 탄압으론 보이지 않는다. 거기서 중요한 것은 지난 촛불혁명에서도 드러났듯 국민들로부터 외면받은 공영방송 구성원들이 5년 만에 다시 총파업을 벌이는 이유이다.
그들의 주장처럼 대통령이나 정치권이 나선 것이 아니다. 공영방송 노동자들이 대거 나서 파업을 벌이고 있다. 심지어 MBC에선 구내식당 직원들까지 파업에 동참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더 이상 파업의 엄중함이 있을 수 없다. 그런 시시비비를 떠나서도 프로그램 결방 등 방송 파행이 빚어지고 있다면 응당 그 책임은 사장이 지는게 아닌가?
게다가 KBS와 MBC 간부들까지 보직을 줄사퇴하고 있단다. ‘동시파업 임박한 KBS.MBC, 경영진 퇴진만이 해법이다’, ‘공정방송을 위한 KBS.MBC 총파업을 지지한다’, ‘국민의 방송 전환점 돼야 할 KBS.MBC 총파업’ 같은 신문 사설도 볼 수 있다. 그 사설에는 “양대 공영방송 사장 퇴진에 찬성한 사람이 60%를 넘었다”는 ‘미디어오늘’과 ㈜에스티아이의 여론조사 내용도 있다.
  현직 대통령이 탄핵과 함께 구속.기소되고, 조기 대선에 의해 정권교체가 이루어졌다. 세상이 확 바뀌었는데, 유독 공영방송만은 5년 전 총파업을 다시 재현하는 지경이 되었다. 깨어있는 국민이라면 누구 잘못인지, 무엇이 문제인지 명확히 드러나 있는데도 유독 방송사 사장이나 이사진만 모르고 있는 것 같다.
MBC는 ‘이브닝뉴스’ 자막 등 알림을 통해 파행 방송에 대한 사과와 함께 “프로그램이 조속히 정상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고 밝히고 있다. 파업한 수만큼은 아니더라도 2012년처럼 대체인력을 새로 뽑아 정상화하려는지, 무슨 노력을 하겠다는 것인지 자세히 알 수 없지만, 노조에 따르면 사장 퇴진만이 해법의 길이다. 국민 10명중 6명 이상이 동의하는 길이기도 하다.
사람이 잘못을 할 수는 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깨닫고 반성하는 일이다. 그래야 사람이다. 범죄 혐의로 검찰에 소환되면서도 잘못한 것이 없다고 강변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포토라인에 선 김장겸 사장이 “정권편에 선 무소불위 노조를 상대로 부당노동행위를 했겠습니까”라고 말하는 걸 보니 5년 전보다 더한 총파업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그래도 힘내라, KBS.MBC 총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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