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성배/논설위원
전 문화부 장관을 역임한 이어령 박사가 베트남을 다녀온 후 삼성전자에 대한 인터뷰 내용이다.
베트남 하노이 서북쪽 박닌성의 삼성전자 베트남공장에는 2만 4,000명의 베트남 직원이 일하고 있다.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는 직원들이 한 손에는 숟가락을 다른 손엔 젓가락을 들고 있었다. 두 손으로 식사하니 속도도 빨라 보였다.
베트남의 인건비는 아주 싸다. 고졸 여직원들의 월 급여(초과근로수당포함)는 베트남이 353달러로 한국(3,715달러)의 10분의 1도 안 된다. 이 회사는 2012년 베트남에서 1만 9,665명의 직원을 뽑았다. 같은 기간 구미공장 채용 인원은 고작 175명이다. 공장 인근 200km 이내의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에서 고교 졸업생을 모집했지만 대부분 공장 일에는 손사래를 친다.
너도나도 대학 문을 두드리는데다 취업 희망자들은 서울 쪽을 원하고 업종도 서비스업을 선호한다고 한다. 사정이 이러니 왜 해외로 나가느냐고 기업들 탓하기 어렵다. 업무 숙련 속도는 초기에는 한국 근로자가 빠르지만, 베트남 직원들도 3개월 지나면 엇비슷해진단다. 냉방 시설이 갖춰진 공장이 집보다 훨씬 시원해 직원들이 잔업 더 시켜 달라고 조르는 판국이다.
베트남 정부는 삼성전자에 공장용지 112만 4,000 m2(약 34만 평)를 무상으로 내줬다. 법인세는 4년 동안 한 푼도 안 내고 이후 12년간 5%, 다음 34년 동안 10%를 내면 된다. 한국(22%)과 비교가 안 된다. 수입관세와 부가가치세는 면제, 전기·수도·통신비는 절반 수준이다.
정부의 규제와 강성노조에 시달림을 받는 것보다 임금이 싼 해외로 이전하지 않는 것이 도리어 이상하다. 외국기업 70%는 이미 한국을 떠났고 만일 삼성전자 등 대기업들의 본사가 국외로 이전한다면 막을 방도가 없다. 당신은 이 나라를 사랑합니까? 한국은 조상이 물려준 척박한 나라이다. 지금 백척간두 벼랑 끝에 있다. 그곳에는 선한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다. 헤지고 구멍 나 비가 새고 고칠 곳이 많은 나라이다. 버리지 말고 절망으로부터 희망의 날개를 달아 주소서. 어떻게 여기까지 온 나라입니까? 험난한 기아의 고개에서도 부모의 손을 뿌리친 적은 없다.
아무리 위험한 전란의 들판이라도 등에 업은 자식을 내려놓지 않았다. 남들이 앉아 있을 때 걷고 그들이 걸으면 우리는 뛰었다. 숨 가쁘게 달려와 이제의·식·주 걱정이 끝나는 날이 눈앞인데 그냥 추락할 수는 없다. 우리는 지금이 벼랑인 줄도 모르는 사람들이다. 어쩌다가 북한이 핵을 만들어도 놀라지 않고, 수출액이 5,000억 달러를 넘어서도 웃지 않는 사람들이 되었을까?
정치의 기둥이 조금만 더 기울어도 경제의 지붕에 구멍 하나만 더 생겨도 법과 안보의 울타리보다 겁 없는 사람들의 키가 한 치만 더 높아져도 그때는 천인단애의 나락이다.
비상(非常)에는 비상(飛翔)해야 한다.
이 사회가 갈등으로 더는 찢기기 전에 기러기처럼 나는 법을 가르쳐 주소서. 소리를 내어 서로 격려하고 선두의 자리를 바꾸어 가며 대열을 이끌어 가는 저 따스한 기러기처럼 우리 모두를 날게 하소서. 그래서 이 나라를 애국하고 사랑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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