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사 머리 맞대고 정부는 거간꾼 돼야 일자리 창출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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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사 머리 맞대고 정부는 거간꾼 돼야 일자리 창출 가능
  • 허성배
  • 승인 2017.09.28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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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배/논설위원

새 정부는 일자리 창출에 몰두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후 첫 업무지시로 일자리위원회를 만들었고, 집무실에는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했다. 문 대통령은 "단 1원의 국가예산이라도 반드시 일자리를 만드는 것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11조2,000억 원의 추경안을 편성해 11만 개의 일자리도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자리는 일거리가 있어야 만들어진다. 일자리 상황판은 정치적인 상징물로서는 훌륭하지만, 실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다른 차원의 얘기다. 재계에선 일자리 논의가 한쪽으로 너무 기울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한편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조는 노동법을 더 개정해달라고 하고 기업은 유연성을 요구하지만, 법 개정 등은 입법기관에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김 장관은 노동계만 편들고 노동시장을 경직되게 하지 않겠다고 말하며 기업 없는 노동자는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지금의 부당노동행위나 노동조합법 위반을 그대로 두면 파업으로 인한 손실이 더 클 뿐 아니라 기업도 관행서 벗어나 법을 준수해야 한다, 전교조와 전공노 합법화는 국제노동기구( I LC ) 협약 기준과도 맞닿아 있다, 그러나 이는 법원과 헌재의 일관된 판단에 맡겨야 할 문제라고 본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31층에는 특이한 무인 편의점이 있다. 자판기 형태로 꾸려진 다른 무인 편의점과는 다르다. 이곳 계산대에선 생체인식 결제 기술을 이용한다. 고객이 정맥인식기에 손바닥을 대면 본인 인증과 함께 결제가 이뤄진다. 현금 카드 모바일 등 다른 결제수단이 필요 없다. 물론 이곳엔 직원이 한 명도 없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기본급 15만 원 인상과 전년도 순익의 30%에 해당하는 성과급을 요구했다. 이 요구가 관철되면 회사가 부담하는 돈은 2조 원에 육박한다. 직원 한 사람당 3,000만 원씩이다. 지난해 현대차 직원 평균 연봉은 9,600만 원에 달한다. 지금 일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직원 급료도 못준채 문을 닫아야할 절박한 고사 직전에 있다,
현재 50억 원 규모인 사회공헌기금을 10억 원 증액시켜달라고도 주장했다. 강성노조 이미지 개선 차원이다. 하지만 노조의 자발적인 모금이 아니라 회삿돈을 받아서 기부한다는 게 얼마나 명분이 있을까 싶다. 실적이 악화하고 있지만 현대차 노조원 530명은 이달 말부터 선진문화 체험이란 명목으로 유럽 연수에 나선다.
사실 일자리는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니다. 좌우의 이슈로 몰고 가선 단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는 그야말로 먹고사는 얘기다. 비정규직을 고용하면 나쁜 기업이고, 최저임금 수준으로 일을 시키면 악덕 경영인이라고 단정 짓고 시작하면 해법이 나올 수 없다. 노(勞)와 사(社)가 머리를 맞대고, 정부는 거간꾼이 돼야 한다.
비정규직보다는 정규직으로, 기왕이면 급여도 좀 더 높게 하자는 정책 목표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일자리 문제는 상대방이 있다. 채용하는 자영업자가 있고, 기업이 있다. 서로가 양보할 것은 없는지 따지고, 합의를 이뤄내야 한다.
그러나 새 정부의 일자리 논의는 한쪽으로 만 달린다. 고용하라는 소리만 있지, 고용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려는 시도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추경안까지 마련했으므로 일단 급한 불은 끌 수 있다. 다만 앞으로는 일자리를 만드는 데 걸림돌은 없는지, 어떤 규제가 발목을 잡는지 살펴야 한다.
특히 독과점을 통해 안정적인 이익을 거두는 공공 부문에 비효율성은 없는지, 귀족노조를 비롯한 노동계는 과연 양보할 게 없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기아차 노조는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비정규직 노조와 아예 갈라서버린 것 아닌가.
시중은행 한 임원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노노 갈등 중 하나가 사내복지 이슈"라며 "임금은 달라도 좋지만, 사내복지 만큼은 차별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대학 학자금 같은 경우 적립 규모가 넉넉하지 않으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일괄적으로 해법을 제시할 순 없고, 현장에서 서로의 눈높이에 맞춰서 진행해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대형 유통업체의 고위 임원은 "빠른 시일 내에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고,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올리라고 하면 기업이 생각할 수 있는 대안은 많지 않다"며 "자동화를 서두르고 비정규직을 아예 없애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국 편의점은 현재 3만 5,000여 개. 한 점포당 3명씩만 잡아도 10만여 개 일자리가 무인화로 사라질 수 있다. 실제 맥도널드 등 외식업계에서는 무인 주문 기계가 퍼지고 있다. 최저임금을 급속히 올린 미국 샌프란시스코가 공교롭게도 미국에서 무인서비스가 가장 빠르게 확인하는 곳이라는 것도 시사하는 점이 많다.
결국, 좋은 일자리는 성장을 통해 나온다. 새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선 4차 산업혁명 흐름에 맞게 의료 관광 금융 등에 독버섯처럼 존재하는 규제를 걷어내는 게 시급하다. 대기업 강성 노조들의 양보를 받아내는 것도 진보 정권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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