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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입법부는 조세정의 3단계 실천 해야
허성배/논설위원
2017년 10월 10일 (화) 14:20:58 허성배 .
   

내년 나라살림의 청사진인 예산을 결정하는 정기국회가 진행 중이다. 예산의 태반은 납세자가 내는 세금으로 충당된다.
인간으로 태어나 피할 수 없는 것이 죽음과 세금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모두가 내야 하는 세금, 법률용어로는 조세다. 조세 없이는 국가가 유지될 수 없으니 국가의 기원부터 제기되어 온 난제가 조세정의일 것이다. `정의`가 무엇인지조차도 각양각색인데 거기에 조세까지 붙으니 더욱 힘겹다.
조세정의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분류한 고전적 정의 기준으로 보면 배분적 정의에 속한다. 로마법에서 `각자에게 그의 것이라는 정의 관념도 그 부류이다. 그 명제에 부합하는 것이 납세자의 담세력을 고려하는 조세 응능부담의 원칙이다. 응능부담은 첫 단계인 조세입법에서 구체화된다.
헌법상 조세정의에 관한 명시적인 조항은 없지만 제11조 `모든 국민은 법 앞에서 평등하다`는 평등원칙의 적용을 받는다. 조세 종목과 세율을 어떻게 정할 것이냐가 조세정의의 입법적 과제다. 조세입법은 국회의 권한이지만 나라살림을 꾸려야 할 정부가 내놓은 세법안의 입김이 강할 수밖에 없다.
누구에게 어떠한 정도의 조세 부담을 지울 것이냐 하는 원칙을 정하는 단계로 보수, 진보 등 이념적 성격이 강하게 작용한다. 집권 정부가 국가의 책무를 어떻게 규정짓느냐, 복지의 수준을 어느 정도로 추구하느냐에 따라 편차가 작지 않다. 다만 각국이 추구하는 오늘의 복지국가 이념은 막대한 재정이 뒷받침되어야 하므로 국민에게 더 많은 부담을 요구하게 된다. 현 정부도 그 공약을 이행하려면 증세가 불가피하다. 부자증세냐, 보편적 증세냐의 논란이 이에 관한 것이다.
조세정의의 두 번째 단계는 조세 부과와 징수다. 세법이 마련되었어도 제대로 집행이 되느냐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이는 오로지 정부의 영역이다. 각 세법 적용에 있어 어느 영역, 혹은 어느 납세자군에는 가혹한 징수가, 다른 장에서는 느슨한 집행이 이루어진다면 조세정의라고 할 수 없다. 예컨대 종교인 과세, 지하경제, 역외소득에 대하여는 세법의 집행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반면 근로소득세는 걷기 편한 조세로 빈틈이 없다. 정치적·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고 하더라도 조세 징수의 편차는 조세정의에 반하는 일이지만 이러한 시각에서는 제대로 논의조차 않고 있다.
마지막 세 번째 단계는 재정집행에서의 조세정의다. 거둔 세금을 어떻게 쓰느냐의 문제다. 예산 편성과 집행 과정이다. 조세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가재정의 배분 영역에서 조세평등이 왜곡되는 현상은 심각하다. 예산편성권은 정부에 있지만 확정권을 쥐고 있는 국회의 권한은 확대일로에 있다. 특히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사업예산은 국회 안팎에서 파워게임의 양상을 띤다.
소선거구제를 취하는 우리는 아직도 국회의원의 업적은 자기 지역구 예산 따오기로 평가된다. 자신의 지역구에 거액의 지역사업 예산을 유치하였다고 내세우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 아니라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적정하고 효율적인 재정 배분이 조세정의의 당연한 요청이기 때문이다. 공공재인 조세가 한 지역구에 편중된다면 다른 지역구는 피해를 입게 된다. 예산편성 및 심의 확정은 공짜 돈 따먹기 게임이 아니다. 이와 같이 예산편성 및 집행 영역에서의 조세정의는 무시되고 있지만 관심을 가지는 납세자는 거의 없다.
조세정의는 어떻게 세금을 나누고(조세입법), 어떻게 걷어(조세 부과와 징수), 어떻게 쓰느냐(재정집행) 하는 3단계 원칙에 대한 균형을 통해 달성될 수 있다. 우리는 곧잘 조세정의는 조세입법에 달려 있다고 보는 경향이 강하지만 이는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한 것이다.
조세정의를 제대로 이루려면 우리 모두가 조세입법, 조세소송에만 국한된 시야를 조세 징수, 재정 집행에 이르기까지 조세 틀의 모든 단계로 넓혀 살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조세정의는 반쪽짜리에 지나지 않게 될 것이다. 깨어 있는 납세자가 바른 사회를 만든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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