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로 대통령 잘 뽑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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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로 대통령 잘 뽑아야
  • 장세진
  • 승인 2017.10.19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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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이명박 대통령 5년 동안 펴낸 산문집만 ‘너희가 선생님이냐’.‘인간의 도리’.깜도 안 되는 것들이’ 3권이다. 그중 2013년 1월 펴낸 ‘깜도 안 되는 것들이’의 ‘저자의 말’엔 “10년 만에 정권을 교체한 감격에 겨워 진짜 열심히 해볼 생각이었겠지만, 그러나 이명박정부 5년은 한 마디로 역주행시대였다”는 대목이 있다.
모든 걸 30년 전쯤으로 역주행하던 이명박정권이 잘한 것은 딱 한 가지다. 글쎄, 내가 여상교사여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특성화고 학생들이 은행 등 금융권이나 공기업 사무직에 고졸만으로 들어갈 수 있게 문턱을 대폭 낮춘 정책이 그것이다. 실제로 여상 제자들은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오퍼레이터가 아닌 신의 직장에 거뜬히 취업하곤 했다.

전직 대통령 5년차를 다 채워가는 자연인 이명박을 새삼 떠올리는 것은, 그러나 그 때문이 아니다.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에서 속속 밝히고 있는 국가기관의 댓글부대 여론조작,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방송장악, 박원순제압문건 등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어서다. 국정원이 선거개입도 모자라 정권에 비판적 문화예술인들을 적으로 규정하고 공작했다니, 전율할 지경이다.
내가 ‘블랙리스트’라는 제목의 칼럼을 처음 쓴 것은 이미 4년 전이다. 이명박정권 초창기 방송인 김제동과 김미화 퇴출, 배우 김여진의 방송사 2곳 출연금지 사례를 통해 당시 소문만 무성했던 블랙리스트 실체에 다가간 칼럼이었다. 그 블랙리스트가 국정원 공작에 의해 자행되었고, VIP에게도 보고되었다니, 수감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선 ‘왜 나만 갖고 그러냐’ 항변이 나올 법하다.
특히 2011년 5월 보수성향 인터넷 카페에 게시한 ‘공화국 인민배우 문성근?김여진 주연, 육체관계’는 그 저열함이 절정을 치닫고 있다. 배우 문성근과 김여진이 나체로 누워있는 합성사진은 그 자체만으로도 ‘헛지랄’이라 치명적인데, 거기에 더해 인민배우라니! 그러고도 그들이 국민의 직접선거로 뽑힌 대통령이고, 그 수하들인지 의구심이 가시지 않는다.
가만 직접선거는커녕 탱크를 앞세워 스스로 권좌에 오른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에도 ‘공화국 인민배우 문성근?김여진 주연, 육체관계’ 같은 그런 공작이 있었단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지 않나? 물론 5?18광주민주화운동을 폭동으로 몰고, 결국 정권을 잡은 신군부세력의 ‘오야붕’을 두둔하려는 건 아니다. 당시 헬기사격과 발포명령자 등이 이제라도 밝혀지기 바랄 뿐이다.
따지고 보면 어느새 달포째인 공영방송 노조원들의 총파업도 이명박정권의 방송장악에서 비롯된 불상사라 할 수 있다. 국민들은 왜 높고 푸른 가을 하늘 아래 그런 일을 겪거나 목격해야 하는지 지난 해 10월 29일부터 20회에 걸쳐 연인원 1600만 명이 들고 일어난 촛불정국을 떠올리게 된다. 이제 보니 대통령을 잘못 뽑아 당하는 국민의 고통은 그때만이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이명박정권의 정치보복의 쪼잔함은 박 전 대통령이 서러워할 정도로 차라리 한심할 지경이다. 왜 국민들은 그런 후보를 대통령이 되게 했나?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모두 애먼 국민들 둘로 갈라 온갖 진로방해의 탄압을 일삼았으니 그게 ‘보수본색’인가. 그러고보면 500만표 이상 차이로 정권을 빼앗긴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 후보와 당의 책임도 크지 싶다.
그런데도 저들은 “무슨 법적 근거로 특정정권의 국가기밀을 뒤져 공개하는건지 의문”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저들은 법적 근거가 있어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공작한 것인가? 또한 저들은 “대응할 가치가 없다”커니 “노 전 대통령의 한을 풀기 위해 정치보복을 한다”커니 신선놀음을 하거나 진실마저 호도하고 있다. 진짜로 대통령 잘 뽑아야 한다는 생각이 간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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