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구하는 길 모두 동참해주세요
상태바
생명을 구하는 길 모두 동참해주세요
  • 은희익
  • 승인 2017.10.22 13: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창소방서 흥덕119안전센터 소방장 은희익

소방관이라는 직업은 절대 흥분하면 안 되는 직업이다. 침착하게 주위의 모든 위험상황을 인지하여야 만 나 자신을 지키고 팀의 작전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효율적인 인명구조와 화재진압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소방관도 인간인지라 여러 상황들이 소방관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이러한 스트레스는 생리학적으로 소방관들 몸에 에피네프린을 발생시켜 혈압을 높이고 동공을 확대시켜 흥분상태가 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이러한 생체반응이 근력을 높이고 민첩하게 만드는 등 현장 활동에서 긍정적으로 작용을 하게 되지만 문제는 주변을 보지 못하고 잘못된 판단을 하게되는 경우가 생긴다.
그러면 소방관에게 주는 스트레스는 어떤 것이 있을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여기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출동 중에 발생하는 스트레스이다.

출동의 첫 번째 단계 소방상황실에서 화재를 접수하게 되면 출동지령 벨을 울리기 전에 신고자와의 통화내용이 일제 방송으로 각 출동대에 전달된다. 통화내용에 화재위치와 화재진행 상태 등 여러 가지 정보가 전달되기 때문에 바람직한 출동체계의 초기 대응 단계이다..
하지만 응급상황에서의 신고자의 목소리는 정말 다급하다. 그 다급함이 고스란히 우리에게 전달되어 몸에 힘이 들어가고 다급해진다. 그렇게 해서 현장까지 계속 빠르게 달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우리에게는 수많은 장애물들이 존재한다. 피해 주지 않는 차량들, 불법 주정차들, 수많은 신호들, 심지어 소방차량에 끼어드는 차량들 여기에 화재가 커지면 커질수록 더욱 많은 신고전화는 빗발치고 지휘부는 현장상황을 빨리 확인하길 원하고 무전기는 현장 정보가 끊임없이 송출된다. 대원들은 확인 되지 않은 현장상황에 답답함이 커지고 스트레스가 증가하게 되고 또한 출동차량의 사이렌 소리는 시민들에게 경각심을 주지만 출동하는 대원들 또한 흥분상태에 이르게 하는데 일조를 하게 된다.
또 다른 상황을 이야기 해보면 중상환자를 발생시키는 교통사고나 심근경색 등 급히 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이송할 필요가 있을 때에 출동대원의 스트레스는 극에 달하게 된다. 사람의 목숨이 결정되는 순간에 시간은 정말 느리게 느껴지며 신고자는 구조구급대원의 도착에 하루가 다 간 것처럼 느끼게 되고 불만을 터트린다. 그 마음을 알기에 최선을 다해 출동하려 노력한다. 도착 후에 현장상황 또한 병원 이송 중에 생체징후의 위험함을 알리는 검사장비의 알람소리, 고통에 힘들어 하는 환자의 비명, 보호자의 다급한 목소리, 응급구조사의 처절한 처치 활동 등은 구급차량을 더욱 가속하게 만든다.
전방이 확인 되지 않는 도로에서 중앙선을 침범하여 추월하게 되고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교차로에서 신호를 위반하게 되며 앞차와의 안전거리를 지키지 않게 된다. 운전을 맡게 되는 모든 소방관들은 앞의 상황들에 한번쯤 직면하게 되어 죽음의 고비를 넘기게 되고 실제로 일 년 이면 여러 차례 출동 중인 소방차량이 사고를 당하거나 사고를 일으키게 되어 화재현장에 도착하지 못하게 되고 생명이 위태로운 환자는 응급처치가 중단된다. 어떤 대원은 정면충돌의 고비를 넘기고 나서 구급차 운전대를 잡으면 손을 떨려서 운전을 못하는 트라우마를 격는 대원도 있다.
역지사지(易地思之), 《맹자(孟子)》의 ‘이루편(離婁編)’ 상(上)에 나오는 ‘역지즉개연(易地則皆然)’이라는 표현에서 비롯된 말로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하라는 뜻입니다.
사회에 무관심하고 개인주의적 성향이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도 자기 집에 불이 나거나 가족이 아프게 되면 애타게 소방관들을 기다리고 구급차를 가로막고 비켜 주지 않는 차량들에 고함을 지른다. 출동 중 앞서 있는 차량들이 소방차량에게 길을 양보해주면 출동하는 대원은 고마움과 감동이 밀려와 흥분상태가 가라 않게 된다.
현재 법률적으로 긴급 출동 일 때만 경광등과 사이렌을 사용하게끔 되어 있다. 시민들은 소방차량의 경광등 점화와 사이렌 소리가 들리면 우리가족 우리이웃이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을 인지하여 긴급차량에게 양보하는 작은 실천으로 소중한 생명을 구하는 길에 동참했으면 한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