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낙태죄 폐지에 대한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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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낙태죄 폐지에 대한 시론
  • 옥필훈
  • 승인 2017.11.01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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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비전대학교 옥필훈 교수

우리나라에서 최근 낙태죄 폐지에 관한 논란이 뜨겁다. 이에 대해 잘 다루고 있는 영화로는 더 월(If these walls could talk, 1996)은 미국 당시 낙태를 보는 관점 등에 대해 시대별 상황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잘 반영하고 있다. 소년법 폐지논란에 이어 낙태죄를 폐지하자는 주장이 청와대 게시판에 10월 30일 현재 23만명이 넘어서고 있다. 청원자는 “원치않은 출산은 당사자와 태어나는 아이, 그리고 국가 모두에게 비극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제안배경을 설명하였다. 9월 28일에는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은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 발족 퍼포먼스를 열었다. 31일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현행 낙태죄는 원치않은 임신의 책임을 여성에만 전가하는 불평등한 법이고 정부가 전향적 입장을 낼 것을 기대한다”라고 한 바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월 8일 형법 제269조 제1항(자기낙태죄)과 제270조 제1항(업무상 낙태죄)이 위헌인지 여부에 대하여 헌법소원 사건을 심리중에 있다.
현행 형법상 낙태(abortion)란 자연분만기에 앞서서 인위적으로 모체 밖으로 태아를 배출하거나 모체 안에서 살해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범죄행위라고 이해하고 있다. 기본적 구성요건은 ‘자기낙태죄’(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 제269조 제1항)이고, 신분관계 즉 의사·한의사·조산사·약제사 또는 약종상 등에 의해 책임이 가중되는 ‘업무상 동의낙태죄’(2년 이하의 징역, 제270조 제1항), 부녀의 촉탁이나 승낙없이 이루어지므로 자기낙태죄에 비하여 불법이 가중되는 부동의낙태죄(3년 이하의 징역, 제270조 제2항) 등이 있다. 보호법익에 대한 다수설적 견해는 태아의 생명이지만 임부(妊婦)도 부차적인 보호법익이 된다고 하고 있다. 다만 현행 모자보건법 제14조에서는 의학적(모체의 건강을 하고 있거나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우생학적(유전적 소질이나 임신중의 충격으로 그 건강히 심히 침해되었을 때)·윤리적(강간 등의 범죄행위로 인하여 임신이 강요된 경우) 적응이 있는 경우에 의사는 본인과 배우자의 동의를 얻어 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한계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다.

필자는 위와 같이 낙태죄의 폐지론에 대한 시사점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생명권(pro-choice)이냐 선택권(pro-life)이냐 하는 점이다. 미국에서는 Roe v. Wade(1973)에서 1972년 미혼여성이 강간당한 후 임신하여 대법원에서 상소하여 낙태 및 사생활의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이지만, 그 내용은 임신의 기간을 3단계로 구분하여 임신초기 3개월(24~28주)은 여성의 선택권을 무제한 인정하고, 중기의 낙태는 보건당국의 허가가 있어야 실시할 수 있게 하고 말기의 낙태는 태아가 이미 독자적 생명력(fetus viability)을 갖추고 있는 상태이므로 모체의 건강이 위협을 받지 않는 한 낙태를 금지한다는 것 등으로 그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에 반하여 우리나라에서는 2012년 헌법재판소(2010헌바402)는 낙태죄에 대하여 태아생명권을 여성 자기결정권보다 중요한 가치로 내세우는 등의 합헌결정을 내린 바 있다. 따라서 최근까지 카톨릭 등 종교계에서는 생명존중 사상으로 인하여 낙태를 반대하는 입장이고, 여성계 진보주의자들은 여성의 자기결정권 등을 들어 찬성하고 있는 실정에 있다. 둘째, 법규정상의 한계와 비범죄화 논의 부분이다. 보건복지부가 2005년과 2010년 실시한 낙태 조사 결과, 연 시술은 34만2400여건에서 16만8700여건으로 절반 정도 감소하였는데, 실제로는 과소 추정으로 보여지고 있다. 은밀하게 진행되는 불법 낙태약 판매와 통계에 잡히지 않는 불법낙태건수는 한 해 약 10만건에 이르고 있다. 연 출생아수가 40만명으로 가정하였을 때 태아 5명 중 1명이 불법 낙태가 되고 있는 셈이다. 생각건대, 한국의 낙태실상은 법규정과 거리가 멀어 소위 통계에 잡히지 않는 ‘암수범죄(index crime)’가 이루어지고 있고, 또한 낙태를 피임의 한 방법으로 소개하거나 현대에 들어서서 성교의 목적이 쾌락으로 변질될 여지가 크므로 생명존중사상을 근간으로 하면서도 각 나라의 법률에서 낙태죄 규정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기준 등에 대해 충분한 시간을 두고 철저한 검토를 통하여 원치않는 임신 등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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