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포럼서 나온 기업인의 비탄과 절망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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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포럼서 나온 기업인의 비탄과 절망의 소리
  • 허성배
  • 승인 2017.11.15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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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배/논설위원

지난달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58회 희망 중소기업포럼은 중소기업이 처한 어려움을 새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토론자들은 최저임금 대폭 인상 등 정부가 추진하는 주요 경제 정책이 중소기업들에 견디기 힘든 부담을 준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전국에서 250여 명의 참석자는 정곡을 찌르는 토론자의 발언이 나올 때마다 `옳소’하며 큰 소리를 치거나 힘찬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그만큼 중소기업들의 경영환경이 절박하고 힘들다는 의미일 것이다.
중소기업인들이 불만을 쏟아낸 이유는 정부가 기업 현실을 반영하지 않고 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탓이 크다. 토론자로 나선 정구용 인지컨트롤스 회장은 “내년에 갑자기 최저임금을 16.4% 올리면 인력을 20% 줄일 수밖에 없고, 그렇지 않으면 죽거나 해외로 공장을 이전해야 한다. 정규직만 채용해야 하고 주 52시간 근무를 강요하면 어떻게 일자리를 만드느냐. 기업을 모두 외국으로 몰아내려는 것이냐”며 직격탄을 날렸다. 중소기업 사정을 등한시한 채 편파적 노동정책과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되기도 했다.
발언을 자청한 한 기업인은 “중소 제조업체는 사람을 구하지 못해 문을 닫아야 할 판인데 공공부문에서만 81만 개 일자리를 만들면 중소기업은 어디에서 인력을 구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중소기업들이 이렇듯 절박하게 외치는데도 정작 정부와 여당은 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아 분통이 터진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이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문제로 국회를 자주 방문하는 데 갈 때마다 커다란 벽을 마주하고 있다고 느꼈다”며 하소연 했겠는가.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중소·벤처기업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중소기업청을 승격해 중소벤처기업부를 만든 것도 이런 뜻을 실행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이제 와서 정부 정책이 중소기업을 힘든 쪽으로 가고 있는 것은 비탄과 절망에 허덕이는 중소기업을 외면하는 것 같아 서운함을 금할 수 없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기업 관련 정책은 현장 사정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 아무리 명분이 좋아도 현실감이 떨어지면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생긴다. 성급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방향성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확실한 사실은 현 상황에서 중소기업들이 감당하기에는 벅찬 과제라는 점이다. 정부는 중소기업희망포럼에서 나온 중소기업인의 절망과 비탄을 귀담아들어야 하며 탁상공론정책을 지양하고 중기업이나 자영업의 실태를 현장답사 한 후 방향과 속도를 조정해야 한다고 본다.
휘청이는 중·소 근로자도 사장도 비명 사드 보복·최저임금 인상까지 겹쳐 곳곳에서 감원·적자전환속출 일감은 계속 줄고 원자잿값은 오르는데 인건비마저 오르는 내년이면 대부분 직원을 구조를 조정할 수 밖에 없다.
한국산업단지 조사에 따르면 공장가동률은 2014년 6월 78.6%에서 2015년 6월 76.5%, 2016년 6월 72.3%로 계속 주저앉았다.
자동차부품 포장재를 만드는 중소기업 A사를 운영하는 B 대표는 생산 현장을 돌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일감이 줄면서 매출이 급감한 데다 비용 부담은 커지고 있어서다. 이 회사 근로자인 C 씨의 사정도 딱하긴 마찬가지다. 보통 밤 9~10시까지 이어지던 잔업이 사라져 월급봉투가 얇아져 버린 탓이다. 생산설비가 한가로워진 요즘은 오후 6시 정시 퇴근이 일상화된 상태다. 2년 전 연 매출 30억 원을 찍었던 A사의 매출은 올해 들어 30% 넘게 곤두박질쳤다. 20명이던 직원도 그사이 절반으로 줄었다.
현대차·롯데 등 대기업에 불어닥친 중국의 사드 보복 피해는 A사 외에도 많은 중소기업 생산 현장을 휩쓸고 있다. 대표적인 국내 수출 전진기지인 인천 남동공단 내 중기 상당수가 일감 축소로 휘청이고 있다.
A사에 결정타를 날린 건 중국의 사드 배치 보복이었다. 완성차 업체 판매 부진이 심각해지자 자동차부품 판로도 급격히 얼어붙어 A사 같은 부품 하도급업체는 일감이 크게 줄었다.
B 대표는 “납품하는 포장재의 90% 가까이가 수출용 부품 포장에 쓰이는데 자동차 판매 부진으로 원도급에서 주는 일이 줄어 생산설비를 완전가동할 일이 없다”고 토로했다.
B 대표는 시간당 7,530원으로 최저임금이 오르는 내년에 사상 최악의 경영난을 맞을 것이라고 걱정한다.
그는 “원가상승, 일감축소를 버티며 2~3%대 영업이익을 겨우 유지해 왔는데 내년에 최저임금이 오르면 인건비만 20% 이상 늘어 적자가 불가피하다”며 “일단 직원을 구조조정을 해 버티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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