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보다 더 무서운 국가부채 나라 거덜 나면 국민 갈 곳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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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보다 더 무서운 국가부채 나라 거덜 나면 국민 갈 곳 없어
  • 허성배
  • 승인 2017.12.0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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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배/논설위원

최근 통계청이 밝힌 올해 가구 추계 1천 9백 52만 가구를 고려하면 한 가구당 7천 2백 69만 원씩의 부채를 짊어지고 사는 셈이다. 가구당 부채가 7천만 원을 넘어선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가계 신용은 1천 4백 19조 1천억 원인 것으로 밝혀졌다.
실질소득은 감소하는데 빚만 빠른 속도로 늘어나면서 전반적인 경기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체감 경기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국가 부채로 무너진 나라는 러시아만이 아니다. 독일이 1차대전 패배 후 전쟁 배상금 갚으려다가 수렁에 빠진 것도 유명한 이야기이다. 당시 인플레가 워낙 심해 1000원짜리 빵 하나가 1년 반 만에 10조 원이 되었다고 한다. 봉급, 예금 모두 휴짓조각이 되었고 대다수 국민은 무일푼이 되었다. 결국, 히틀러가 등장하면서 비극의 길로 갔다.

21세기 들어서는 복지 포퓰리즘으로 여러 나라가 무너지고 있다. 2000년대 초 파산한 아르헨티나는 식량난이 심각해 빈곤층이 개구리와 쥐까지 잡아먹었다고 한다, 최근 파산한 베네수엘라는 굶주림에 지금도 강도와 약탈이 일상화되어 있다. 그리스는 생활고를 견디지 못한 인재들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힘없는 가난한 서민들만 남아서 고통을 겪고 있다. 원래 위기가 오면 서민일수록 고통이 크다. 부유층은 달러나 금, 보유를 통해 위기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가 모두 국가 부채를 줄이려고 안간힘을 쓰는데 한국은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정부 경제정책의 키워드인 ‘소득 주도 성장’에 대해 정권 내부에서도 우려와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최저임금,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에 대해 너무 서두르는 것 같다, 잘못하면 초가삼간이 무너진다’고 했던, 특히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문제는 지속 가능 하냐이다. 기업경쟁력을 유지하려면 노동 생산성을 올리는 노력과 병행해야 하는데 아직 그런 조치가 안 보인다’라고 했다.
우리 국가 부채는 지금은 괜찮은 수준이지만 과도한 가계 부채, 일상화되는 재난, 내년 제7회 전국동시 지방선거, 각 지자체의 부채(약 60조 원 추산)와 급하지 않은 재정 낭비억제 등 그리고 통일 비용까지 고려하면 여력이 크지 않다. 선진국들이 보여주었듯이 복지에 한 번 시동이 걸리면 부채는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난다. 국가 부채 위기는 외환 위기 때 겪은 기업부채 위기와는 차원이 다르다. 오죽했으면 OECD 에서까지 최저 임금 인상과 법인 세율 인상을 우려하면서 강도 높은 노동 개혁 등 구조개혁을 촉구하는 국제기구가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 방향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러시아는 원자재 가격이 올라서 살아났지만 우리는 그런 자원도 없기 때문에 대안이 없다. 어떻게 보면 북핵보다 더 위험하기 때문에 0.1%의 가능성도 차단해야 한다. 지금 한국은 2일까지 내년예산을 국회가 심의통과 시켜야 하는데 불요불급 예산 때문에 부결 되었다. 국회는 예산절감에 솔선 자성해야 한다. 복지 확대가 어쩔 수 없다면 증세를 하든지 경제 분야 예산이라도 줄여야 한다. 차제에 가칭 ‘국가부채 상한법’을 제정하는 것도 한 방안일 것이다.
김대기 KDI 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최근 1992년 1월 소련이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1917년 볼셰비키 혁명 이후 미국과 양대 축을 형성하며 세계를 호령하던 나라, 제정(帝政)러시아 시절엔 나폴레옹도 히틀러도 무너뜨리지 못했던 나라, 그런 강력한 나라가 무너졌다.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돈이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모두 한때 잘살던 나라다. 세계를 지배했던 러시아, 산업혁명에 성공한 독일, 세계 5대 부자 국가 아르헨티나, 석유 부국 베네수엘라, 관광 강국 그리스. 모두 정치 지도자 잘못 만난 탓에 엄청난 고통을 겪었다. 이들 모두 ‘설마’ 하다가 당했다. 지금 우리의 경제 상황은 북핵보다 더 무서운 국가 채무라는 이 엄연한 사실을 알아야 한다.
러시아도 그 절차로 위기를 맞아 물가가 천정부지로 올랐다. 1991년 5000루블이면 자동차를 살 수 있었지만 1993년에는 초콜릿밖에 살 수 없었다고 한다. 생필품은 바닥났고 일자리도 사라졌다. 1994년 화폐개혁으로 루블화 가치를 1000분의 1로 떨어뜨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국민 재산만 허공으로 날아갔다. 결국, 1998년 그것도 전쟁이 아닌 국가 부채로 허무하게 끝났다.
국민의 삶은 비참했다. 인구의 40%가 거지나 다름없는 처지로 전락했고 거리에는 강도가 들끓었다. 술 좋아하는 사람들은 기억할지 모르겠다. 1990년대 중반 우리나라 술집에 러시아 여성이 등장한 것을. 얼마나 살기 힘들면 여기까지 왔을까? 이때 러시아가 가장 고통스러울 때였다. 선진국들은 국가 부채의 무서움을 알기 때문에 사전 대비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2012년 우리가 반액 등록금 도입 문제로 시끄러울 때 영국은 등록금을 3배 인상했다.
우리는 선거를 의식해 기초연금 지급액을 계속 올리고 있지만, 원조 복지국가인 스웨덴· 노르웨이는 이미 폐지했다. 스위스는 공짜로 기본 소득을 보장해주겠다는 법안을 국민이 반대했다는 이 엄청난 선진국 국민들의 애국정신을 우리는 본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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