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과 불통의 차이, 우리는 폴·메아리로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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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불통의 차이, 우리는 폴·메아리로 해결
  • 조남이
  • 승인 2017.12.10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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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경찰서 112종합상황실 경위 조남이

손을 씻으러 가는 세면대가 자주 막힌다.
구조적 결함은 차치하고라도 오수가 쫙 빠지던 때와 달리 쫄쫄거리며 줄듯말 듯 고인물이 빠질 때면 불편함이 기다림만큼이나 길어진다.

오래 전에는 마당 한켠에 놓인 세숫대야에 물을 붓고 쪼그려 앉아 세수를 하고 물그릇을 힘껏 뒤집거나 마당에다 힘차게 뿌리면 그만이었다. 적어도 그때는 불편함은 있을지언정 막힘으로 인한 불통은 없었다.
세월이 흐를수록 편리함에 익숙해져 모든 것이 정교해지기 시작했다. 세면대 밑에는 옆으로 누운 ‘S’자 형태의 배관이 악취를 차단하고 거기를 관통한 오수는 오수관로를 따라 정화장에서 집수와 정수과정을 거쳐 하천에 흘려질 만큼 세분화 다단계의 구조로 발전했다. 결국 1차 막힘은 전 순환과정에도 악영향을 끼친다고 볼 수 있다.
불통이 판치는 사회는 막힌 오수관을 닮았다. 이해관계에 따라 얽히고 설켜서인지 간단한 것조차도 꼬아 놓고 계산기를 두드리며 ‘내로남불’로 우겨대는 세상이니 그럴 만도 하다. 도미노처럼 퍼진 불통은 만성화 되어 신경통 처방이 필요한 지경에 이르렀다.
우리나라 경찰을 보면 세계 1위의 치안력을 과시하면서도 선진 경찰과 달리 소통에 소극적이었다. 노조 설립이 시기상조인 여건에서 대통령 공약사항인 직장협의회 설립마저도 이해관계에 따라 안개 속을 헤맨다.
그런 와중에도 깨어있는 지휘관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여러 형태로 내부 소통을 추진 중이다.
벤치마킹이긴 해도 우리 경찰서의 경우에도 폴·메아리란 제도를 도입하였다. 중요 안건 결정시 지휘관 단독 결정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선정된 다수의 위원과 참여 희망자의 직·간접적인 의견이 정책결정 과정에 투영되는 것이 골자로 제도적으로 인증된 것은 아니지만 결정권자의 소통 의지가 불통을 풀 열쇠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불통이 누군가에게 득이 된다면 또 누군가에겐 고통이 될 수 있다. 세면대의 불통은 웬만해선 아래쪽 한 뼘 안에서 해결되는 것처럼 불통의 치유는 먼 데 있다고 보지 않는다.
조직이든 개인이든 세면대를 열어 실타래처럼 엉킨 머리카락이나 이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쪼그려 앉는 것을 주저하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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