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비 인상 보좌관 증원 잿밥만 챙기며 국민 기업 고충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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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비 인상 보좌관 증원 잿밥만 챙기며 국민 기업 고충 외면
  • 허성배
  • 승인 2017.12.11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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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배/논설위원

국회가 보좌진을 7명에서 8명으로 기습적으로 늘리더니, 지난 주말엔 세비로 불리는 국회의원 ‘연봉’을 1억4000만 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국회에서 이뤄진 여야 합작품이다. 민생의 절박한 어려움은 뒷전이고, 정치와 입법부의 비효율을 고려하면 ‘국민 배신’ 담합과 다름없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지난해 국회 대표연설에서 “우리 의원 세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3위”라며 절반으로 줄일 것을 제안하고 “그래도 근로자 평균 임금의 3배”라고 했다. 이것이 보편적 국민 생각이다.

인상 비율 자체는 높지 않다고 하더라도 우리보다 훨씬 잘사는 국가인데도 국고를 절약하기 위해 의원수도 절반에다 국회의원 2인당 보좌관 1명씩 쓰는 나라도 있다.
지난달 30일 국회 운영위원회 예산결산 소위에서 의결된 내년도 국회사무처 예산안에 따르면, 국회의원 일반수당을 공무원 보수 인상률에 맞춰 2.6% 인상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렇게 되면 ‘기본급’에 해당하는 일반수당은 월평균 646만 원에서 663만 원으로, 전체 세비는 1억3796만 원에서 1억4000만 원으로 오른다. 여당 의원인 예결 소위원장은 “통과 사실을 몰랐다”고 하니, 부끄러운 줄은 아는 모양이다. 그러나 진정성은 없어 보인다. 지난해에는 같은 항목을 예결 소위에서 삭감했다. 보좌관 증원을 의결한 운영위에서 최도자 국민의당 의원은 “어차피 비판여론은 며칠 지나면 없어진다”라며 국민을 우습게 취급하는 언행을 했다고 한다.
국회의원들은 선거 때만 되면 특권 내려놓기, 세비 반납 등의 ‘쇼’를 한다. 이미 과도한 대우를 받고 있음을 국민도, 국회의원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법과 국회의원 수당에 관한 법에는 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 정책개발비 등 온갖 지원이 규정돼 있고, 공식 규정에도 없는 명절 보너스, 정근 수당, 가족 수당, 학비 보조 등도 문제가 됐었다. 세비는 건국 이후 의원 활동비 개념이었으나, 유신 직후 1973년 ‘수당’이라는 이름으로 월급처럼 바뀐 배경도 알아야 한다. ‘세비 적폐’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하지만, 그에 앞서 보좌진 증원과 이번 세비 인상은 반드시 되돌리는 게 바른길이다.
한국의 정치와 기업정책은 선진국과는 너무도 다르다. 지금 미국은 법인세를 20%로 낮추고 상속세를 폐지하는 방침 등을 확정한 다음 날 한국은 법인세 인상, 부자 증세를 단행했다. 한미 간 세율은 단번에 역전됐다. 이 땅의 경영인, 기업인들은 마이동풍(馬耳東風)이란 낱말이 떠올랐을 것이다. “청와대에는 운동권 출신이 대거 포진해 있어 재계가 대화하고 싶어도 창구가 없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눈 밖에 나서 아예 상대도 안 해준다. 정부의 대기업 정책이 뭐냐?” 지난주 관훈클럽에 나온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언론인들이 물은 질문이다.
이에 이 총리는 “오늘날 한국 경제를 이만큼 키운 공은 대기업이다. 조만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단을 만나 협의하겠다”고 답했다. 이 총리는 또 “한국을 방문한 앤드루 에버리스 듀폰 회장을 만났는데 미국을 대표하는 대기업 회장의 식견은 역시 다르더라. 미국의 내년 4% 성장이 가능할 것이란 말에 한국은 큰일 났다고 생각했다”고 부언했다. 그러면서 경총을 제쳐 놓았다는 것은 오해이며 “재계가 소통 노력을 더 해달라”고 말했다. 재계는 솔직히 총리가 경총을 제쳐 놓을 계제도 아니고 그런 답변도 변명이라고 여길 것이다. 언론은 총리가 아닌 문재인 대통령이 글로벌 초일류기업인을 만났더라면 더 좋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지난 6월 말 문 대통령이 방미 직전 청와대에서 15대 그룹 총수와 회동한 후 대기업과의 관계는 얼음 왕국이다. 당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김동연 부총리가 대통령과 자리를 함께했다. 김 부총리는 당시만 해도 위세에 눌려 침묵했고 김&장 두 사람이 매우 겁나는 소리를 해댔다. 그때 참여한 몇몇 회장들은 “하고 싶은 말을 한마디도 못 할 분위기였다”고 언론에 털어놨다. 그 후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총 무역협회는 대통령 순방 행렬에도 제외됐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창구 기능을 했는데 그마저 최근 “최저임금 산정 범위를 고치지 않으면 내년 시행이 불가능하다”며 여당을 돌며 호소했다.
정부는 내년에는 1인당 소득 3만 달러 돌파를 자랑하겠지만 그 초석은 6~7년 전에 깔아놓은 것이며 솔직히 대기업의 공로다.
한국에서 정치와 기업이 헛바퀴를 도는 현상을 보면서 기업은 무엇인지, 정치는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분명 그 둘의 영역은 다르다. 기업인은 세계를 상대로 하고 미래를 바라보고 정치는 국내의 인기를 먹으려 과거의 통을 뒤진다.
`기업이란 무엇인가’를 연구해 노벨경제학상(1991년)을 탄 로널드 코스는 “기업의 요체는 거래비용 최소화와 자유”라고 정의했다. 바로 그것이다. 그럼 한국의 상황은 `코스의 정의`에 맞는가?
최저임금 급등, 법인세 인상, 공무원 숫자 9,475명 증원 등 큰 정부에다가 기업이 뛰는데 잔뜩 짐을 지워 놨다. 미국 영국 일본 등이 모두 날씬한 정부로 가는데 한국은 뚱뚱한 정부로 간다. 이 모든 것은 거래비용을 눈덩이처럼 부풀려 코스가 말한 기업의 속도를 느리게 한다. 중국 1위 기업 텐센트의 마화텅 회장은 “오늘 떠오른 아이디어를 오늘 저녁까지 실행하지 않으면 내일은 100명의 경쟁자와 싸우게 된다”고 속도전을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엔 특히 그렇다.
중소벤처기업부 출범식에서 대기업 횡포로부터 중소기업을 보호해주겠다는 선언이 있었다. 대기업은 중소기업의 적인가? 세계 1위 기업으로 떠오르는 아마존을 보라. 불과 20년도 안 된 사이 소기업이 초거대 공룡이 됐다. 대기업 중소기업을 구분하기 좋아하는 이념 파들은 다시 봐야 한다. 기업은 기업인이 끌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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